[같은 듯 다른 '비만약' 신드롬]'슈가논 DNA' 동아에스티, 차별화 키워드 '이중작용제'④GLP1·글루카곤 기전으로 '계열 내 최고' 공략…FDA 1상 허가로 속도전 돌입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06 09:49:44
[편집자주]
비만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정의되면서 약물치료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의지력 부족 등 개인 문제가 아닌 약물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텍들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기존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GLP-1' 계열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설 자리는 있을까. 더벨이 관련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2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7.28%. 동아에스티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의 하루 주가 등락률이다. 현지시각 2월 1일 기준 나스닥 시장 통틀어 하루 새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를 끌어올린 건 역시나 비만약이었다. 미국 규제당국이 뉴로보가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1상을 승인하면서다.해당 후보물질은 동아에스티가 7년 전 자체 발굴했다. 후발주자지만 경쟁력을 자신한다. 대사 질환 영역에서 축적한 '성공 DNA'가 근거다. 일찍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경험이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선 새로운 기전을 활용한 최고 효능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서 승부를 보겠단 포부다.
◇과제 착수 7년만 본임상 진입, 시장 기대감 충족
동아에스티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DA-1726' 연구개발에 뛰어든 건 2016년께다. 내부 검토를 거쳐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과제에 착수했다. 이후 2022년 9월 기술수출을 하면서 뉴로보가 임상을 이끌고 있다. 당시 동아에스티는 대사질환 관련 파이프라인 2종을 넘기면서 220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 뉴로보 전환우선주를 계약금으로 취득했다.
세계적으로 '비만약 붐'이 일고 있는 데 따라 뉴로보는 최근 들어 개발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작년 상반기 세계 굴지의 학회 등에 참가하며 비만 치료제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연구 시작 7년 만에 본임상 진입 사례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번 임상에선 비만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DA-1726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약력학을 확인한다.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DA-1726 또는 위약을 단회 투여하는 파트 1과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DA-1726 또는 위약을 반복 투여하는 파트 2로 나눠 진행한다. 올 상반기 임상에 돌입해 2025년 상반기 종료할 예정이다.
후기 단계도 아닌 임상 1상 허가 소식만으로 주가가 폭등할 정도로 DA-1726를 향한 시장의 기대는 크다. 그 배경엔 합성의약품 분야서 다수 성공 역사를 쓴 동아에스티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90년 업력을 지닌 동아에스티는 국내서 가장 많은 신약과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한 제약사다. 그중에서도 합성의약품 분야 강자로 꼽힌다.
이런 회사의 레거시(Legacy)를 잘 보여주는 게 '슈가논'이다. 2015년 국산 신약 26호로 허가받은 당뇨병 치료제다. 연간 300억원가량 매출을 올리면서 국내 기업도 '돈 버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단 걸 보여준 제품이기도 하다. 신약개발뿐만 아니라 상업화에서도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데다 당뇨병과 비만이 같은 대사질환에 속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걸로 풀이된다.
◇빅파마 따라잡을 전략 '효능'…"경쟁사 대비 차별성 확보"
첫발을 뗐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노보노디스크나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빅파마)가 나날이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로 좁혀도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한미약품보다 개발 속도가 한참 뒤처졌다. 아무리 탄탄한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신약의 생명은 속도다. 동아에스티의 비만 치료제 개발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이에 대한 동아에스티의 답은 명확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아니더라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약물 개발이다.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더 우수한 효능을 내는 신약을 개발해 우위에 서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이중작용 기전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일 수 있단 설명이다.
전 세계를 들썩인 '위고비'나 '젭바운드'는 GLP-1 유사체 기반 약물이다. GLP-1 유사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뇌에 신호를 보내 식욕 억제를 돕는다. 결국 이들 치료제의 원리는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소다.
DA-1726는 이에 더해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 글루카곤은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 효능을 낸다. 인슐린 분비 촉진 및 식욕 억제는 물론 말초에서 에너지 소모를 촉진함으로써 더욱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 중단에 따른 요요 현상도 적게 발생한단 게 동아에스티 측의 설명이다.
실제 전임상 연구 결과 비만 동물 모델에서 위고비와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젭바운드와 비교해선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도 유사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여기에 항상성 모델 평가(HOMA-IR)에서 인슐린 및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개선을 확인해 향후 당뇨병으로 적응증 확장 여지도 남겼다.
다만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 이중작용제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동아에스티 외에도 많다. 같은 기전으로 개발 중인 업체 가운데 두각을 보이는 제약사엔 중국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가 있다.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마즈두타이드' 중국 임상 3상에서 1차 및 주요 2차 평가 지표를 모두 충족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일라이릴리나 한미약품이 GLP-1과 글루카곤 그리고 GIP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점도 살펴볼 지점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동일 계열 약물(GLP-1·글루카곤 수용체 이중작용 펩타이드)들이 임상 1~3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확보 가능한 경쟁물질들과 비교 평가한 내부 자료를 근거로 경쟁 물질들의 특징을 파악했다"면서 "모두 밝힐 순 없지만 동일 계열의 경쟁자 또는 다른 기전의 펩타이드 약물 대비 DA-1726이 갖는 차별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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