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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 IB]'㈜한화 흥행'에 한숨돌린 신한, 'KB-HD'와는 다를까채권 흥행에 오기재 책임부담 줄어…'인수물량 최대' 과거 커버리지 노력 주목

손현지 기자공개 2024-02-22 07:46:05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화그룹 양사간 관계 변화 가능성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말 2500억원 회사채 모집을 위한 프라이싱을 마쳤던 ㈜한화의 청약 일정이 신한투자증권의 주관업무 실수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증권신고서에 금리를 잘못 기재했던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주관사단에서 빠졌다.

다행히도 지난 16일 진행된 두번째 수요예측 결과는 첫번째 때보다 더 좋았다. ㈜한화 입장에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신한투자증권과의 발행 인연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번 신한투자증권의 빈자리를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새롭게 채우며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IB 업계는 앞서 오기재 실수가 있던 HD현대오일뱅크 7년물 발행 사태를 비교하고 있다. 당시 주관사였던 KB증권이 발행 업무를 끝까지 맡은 것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한화 발행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주관사단 지위를 자진 반납했다. 작년 ㈜한화 공모채 조달때도 물량을 가장 많이 책임지며 기여했던 만큼 양사 관계회복 여지도 남았다는 분석이다.

◇주관사단 재편…새롭게 합류한 '하나·NH', 신한은행 조력

㈜한화 지난 16일 1500억원 자금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해 총 1조46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았다. 신고액 기준 스프레드는 신고액 기준 2년물 -35bp, 3년물 -45bp으로 집계됐다. 개별 민간채권 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 기준 ±50bp 수준으로 가산금리밴드를 넓게 설정해 이뤄낸 쾌거다.

한달 전인 지난달 16일 진행했던 프라이싱 때도 동일한 모집 조건으로 모집액의 10배에 달하는 1조4940억원을 확보하며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금감원 검토 결과 증권신고서 오류가 발견되며 발행이 취소된 바 있다. 민평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고서 작성을 담당했던 신한투자증권이 책임을 지고 주관사단에서 자진으로 빠졌다. 인수단으로 하나증권이 새롭게 합류했고, 기존 인수에만 참여키로 했던 NH투자증권은 대표주관사 지위를 획득했다. 이번 대표주관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증권으로 재편됐다.

우여곡절과 논란이 일긴했지만, 비용 측면에서 보면 회사채 발행 취소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다. 두번째 발행에서 단순 계산으로만 약 9억원 가량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16일 수요예측 스프레드를 토대로 하면 2년물과 3년물 각각 4.157%, 4.239%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정해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15일 기준 한화의 개별 민평금리는 2년물 4.507%, 3년물은 4.689%다.

반면 지난달 16일 수요예측에서 집계된 스프레드 수준은 2년물, 3년물 각각 -16bp, -25bp이었다. 증액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민평금리 기준으로 금리수준을 단순 계산했을 때, 2년물과 3년물 회사채를 각각 4.380%와 4.484%로 발행할 예정이었다.

증권사 RM 관계자는 "㈜한화는 최대 2500억원 수준으로 증액을 고려 중"이라며 "이전보다 조달 금리를 대폭 절감한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첫 대표주관 당시…인수물량 '절반 넘게' 책임

㈜한화는 신한투자증권이 공들여 온 커버리지다. 과거엔 파트너십 접점이 크지 않았지만, 2021년께부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간 인수단 정도로만 참여해온 것에서, 한화건설의 대표 주관사로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이후로 한화케미칼 등 다수의 계열사들이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특히 ㈜한화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2021년 처음으로 인수단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트렌치 발행물에 한정되긴 했지만, 접접 확대의 계기가 됐다. 한화솔루션 등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을 인연으로 그룹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해나갔다. 2022년부턴 한화에너지의 대표 주관사로도 발탁됐다.

신한투자증권이 ㈜한화의 신뢰를 쌓은 결정적 계기는 작년 4월 발행 때였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의 인수 물량 비중은 전체 주관사단의 53.33%에 달했다. 주관사끼리 나눠가진 인수물량까지 합치면 상당 부분을 책임진 셈이다. 그 덕에 올해 1월에도 ㈜한화가 대표주관사 지위를 연속으로 부여하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는 신한투자증권이 공들여 온 커버리지로, 이번 오기재 실수 책임을 질때도 고위 임원이 직접 나서 주관사 반납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며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수요예측 물량을 일부 책임지며 조력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전했다.

◇KB-HD현대오일뱅크 때와는 실수 강도 다르다?

IB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의 비교사례로 작년 KB증권의 HD현대오일뱅크 7년물 회사채 발행건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에도 담당부서의 증권신고서상 금리 오기재로 회사채 발행이 취소됐던 적이 있다. 여파로 자금조달 스케줄은 일부 조정됐고, 기관투자자 등에도 일부 혼선을 빚었다.

다만 이번 신한투자증권의 실수는 KB증권 때와는 강도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KB증권의 경우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 수치를 다르게 확인했던 경우다. 유선상으로 채권평가사로부터 효력발생일 전일 오후 6시까지 확정된 금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HD현대오일뱅크는 무사히 발행절차를 완수했지만, 올해 회사채 주관사단에선 KB증권을 뺐다. 인수단 선정으로 여전히 밀월관계는 이어가고 있지만, 작년의 실수가 주관사 선정때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은 KB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아예 주관사단에서 빠지는 강수를 뒀던 것으로 해석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은 KB증권과 달리 민평금리의 오류는 아니고, 확정금리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경우"라며 "실수 강도로 보면 KB증권 보단 미약하지만, 논란을 최소화하고 (주)한화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주관사단 지위를 자진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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