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변해야 산다" 유한양행, 순혈 타파 '강한쇄신' 초읽기①3년간 임원진 다변화, 외부 인력 비중↑…경영진 구성도 변화 추구
정새임 기자공개 2024-02-19 08:33:40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6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채 중심의 인사 전략. 순혈주의를 고수하던 유한양행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외부 인력 채용이 늘어나면서 임원들의 경력이 다채로워졌다.단순히 '경력직 채용이 늘어났다'는 정도의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공채 출신 부사장 두 명 중 대표이사를 발탁했던 기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던 유한양행의 '독한 변화'가 감지된다.
◇임원 29명 중 9명 '외부 인력'…흐릿해진 순혈주의
유한양행의 순혈주의 타파 기조가 뚜렷해진 건 불과 최근 3년의 일이다. 단적으로 임원진의 변동에서 그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정희 전 대표가 마지막 임기를 지낸 2020년 12월과 지난해 11월 말 임원진 구성에서 확연한 변화가 있다. 2020년 말 기준 유한양행 임원은 총 22명. 그 중 외부에서 경력으로 입사한 임원은 단 3명이다. 19명이 공채 출신이다.
3년 뒤인 2023년 11월 기준 임원진에서 외부 출신이 부쩍 늘었다. 공채 임원은 20명으로 3년 전과 비슷한 반면 경력 임원은 9명으로 3배 증가했다. 자연스레 임원 수도 22명에서 29명으로 늘어났다.
보수적인 제약업계 그 중에서도 유한양행은 순혈주의가 가장 분명한 제약사로 꼽힌다. 웬만하면 경력직 채용을 하지 않았고 일부 핵심 연구인력 등 경력 채용도 제한적이었다.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 규모가 비슷한 타 제약사들이 외부에서 활발하게 인력을 영입하는 흐름 속에서도 유한양행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항암 신약 '렉라자'로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이 늘어나면서 움직임이 감지됐다. 2021년 조욱제 대표 체제로 접어들며 경력 채용이 활기를 띠었다. 같은해 한국릴리 출신 이세영 상무가 입사했고 이듬해 한독 출신 이효정 상무가 합류했다.
지난해는 한해 경력직 임원이 3명이 입사한 격동의 시기로 기록된다. 단 한명의 사장 체제에서 R&D 총괄 사장이라는 새로운 직급을 만들었고 그 자리에 김열홍 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앉혔다. 장선우 상무와 이영미 부사장도 같은해 유한양행으로 적을 옮겼다.
2021년 평직원들의 경력 채용도 활발히 이뤄졌다. 항암제 판매 경험이 부족했던 유한양행은 렉라자 상용화로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수혈했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항암제 마케팅 경력이 풍부한 인력을 채용했고 이례적으로 영업에서도 경력 채용을 이어갔다.
◇김열홍 사장 이사회 입성 예정…빨라지는 인적 변화 시계추
이런 변화 속 오는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에 김열홍 사장이 이름을 올리게 되는 건 상징적이라 볼 수 있다. 유한양행 이사회는 당연하게도 공채 출신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3월 정기주총에서 김열홍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첫 외부인력 사내이사를 맞이하게 됐다. 김열홍 사장이 입사한 지 불과 1년 만에 변화다.
3년 전부터 미미한 변화는 있었다. 공채 출신 사내이사 수를 7명에서 2명까지 대폭 줄이면서다. 2020년 말까지 공채 출신 사내이사 수는 7명에 달했다. 2021년 조욱제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오르면서 임기 만료된 공채 출신 사내이사 중 3명을 재선임하지 않았다.
비상무이사로 물러난 이정희 전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 수가 3명이 됐고 이듬해 한 명이 퇴사하면서 공백이 생겼지만 사내이사를 추가 선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장 1명, 부사장 1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주총 후부터는 사내이사가 되는 김열홍 사장이 이사회에서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함께 논의한다. 박춘거 전 대표가 비공채 출신으로 대표이사를 지냈던 1979년 이후 유한양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급격한 변화는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조욱제 대표 이후 차기 대표이사가 안갯속에 쌓인 건 최근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유한양행은 공채 출신 2명의 부사장 중에서 대표이사로 뽑는 관행을 이어왔다. 그런데 작년을 기점으로 그 관행이 깨졌다. R&D 한정이지만 사장이 1명 더 늘어난데다 부사장 역시 이병만·이영래 2명 체제에서 오세웅·임효영·유재천·이영미를 포함한 6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회장 및 부회장 직급이 신설된 것도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정관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명시해 있었기 때문에 사장 직급만이 대표이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장과 부회장 직급을 30년만에 신설하는 한편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문구를 없앤데 따라 어떤 직급이던 대표이사가 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회장 직급을 만드는 변화에 이어 경영진 전열을 바꾸는 또 다른 파격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인적 구성에 변화를 맞이하면서 차기 사장 후보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많다"며 "분명한 것은 유한양행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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