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뚜렷해지는 증권채 양극화…조달비용 '희비'PF충당금 리스크 기관 투심 좌우…태영건설발 우려감은 일부 해소
손현지 기자공개 2024-02-22 07:45:29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 증권채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그룹 지원여력과 보유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중에 따른 발행 비용 차이도 크다.현대차증권은 연초 공모 채권을 찍은 6개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스프레드 감축에 성공했다. 증액이 확정됐는데도 두자릿수 언더 발행이 가능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 신용보강 규모를 줄이며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점이 주효했다.
NH투자증권도 오버발행을 피하며 양호한 금리수준으로 자금 조달을 완수하는데 성공했다. 농협금융그룹의 지원 가능성과 더불어 부동산PF 익스포저 자산이 적어 부실 우려가 적다는 점이 기관 투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같은 연초효과인데…현대차·NH 웃고, 미래·KB 울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 16일 총 10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6배에 달하는 6600억원 수준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금리 수준도 만족할 만하다. 민평금리 기준 스프레드는 2년물은 -17bp, 3년물은 -14bp 수준으로 집계됐다. 넉넉한 기관 수요에 힘입어 2000억원 증액 발행을 확정지었다.
주목할 건 증액후에도 스프레드가 두 자리수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2년물 -15bp, 3년물은 -11bp 수준으로 확정됐다. 증권사 RM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으로부터 고르게 러브콜을 받았다"며 "같은 연초 효과를 노린 다른 증권사에 비해 조달 비용 감축 효과가 유독 컸던 점이 증액 결정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유안타증권 등과는 대조되는 성적표다. 올해 첫 주자로 나섰던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두자리수 '오버' 발행으로 조달 비용이 커졌다. 태영건설발 PF 경계감과 맞물려 투심이 위축될대로 위축된 것이다. 부동산PF 익스포저 충당금 적립 리스크도 컸다. 불어난 조달비용 부담에도 차입상환 의무에 4200억원 발행을 감내해야 했다.
KB증권도 오버발행을 면치 못했다. 기관 자금은 1조4200억원 수준으로 충분히 모았지만 조달 비용 부담은 컸다. 지난 6일 수요예측에 나선 유안타증권 역시 2년물에서 민평금리 기준 +20bp 수준의 스프레드(가산금리)를 확인했다. 중후순위 익스포저 비중이 50%에 달해 변제순위 관련 질적 리스크가 확대된 점이 투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기업평가는 "브릿지론 차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본PF의 분양실적도 저하되고 있어 PF익스포저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증권이나 NH투자증권 등은 상대적으로 비용절감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양한 기관투자자들을 접촉하며 부동산PF 익스포저 자산규모가 적다는 점을 어필했다. 삼성증권은 프라이싱에서 2년물은 민평금리 수준으로 선방했고, NH투자증권도 증권업계 중 부동산PF 익스포저가 가장 적다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IB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속도를 내면서 2월들어 관련 우려감은 줄어든 모습"이라며 "그럼에도 우발채무 비중,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 희비도 극명해진 점은 기관투심에 영향을 미치는 기조"라고 평했다.
◇선제적 우발채무 관리 역량, 공모채 조달 고려 유리
현대차증권은 올들어 회사채 시장을 찾은 증권사들 중 조달비용을 가장 큰 폭으로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가,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우발채무 비중을 관리한 점이 기관 투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65%로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낮은 편이다. 우발채무가 현실화한다 해도 감내 가능한 수준이란 평가다.
올초부터 대형 주관사단을 꾸려 세일즈에도 신경을 썼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증권채 투심이 위축되자 만전을 기한 것이다. 지난해 초도 발행 당시에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2곳만을 주관사단으로 선정했지만, 이번 발행에선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까지 기용해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현대차증권이 회사채 시장을 찾은 건 약 11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 편입후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 뒤 두번째다. 당시 150억원 가량 미매각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번에는 흥행에 성공하며 공모 기관 투자자들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는 평가다. 과거 금융권 차입, 유상증자,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사모채, 일괄신고채 등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왔지만, 선순위 공모채를 주요 자금조달 루트로 삼으려는 기조다.
현대차증권은 국내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AA-(안정적)를 부여받았다. 이번 공모채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내달까지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 1000억원 가량의 만기 도래 일정이 있다.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310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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