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비즈니스 2.0]BHAK갤러리, 1세대 색깔 지우고 명성 재건 승부수④박영덕화랑 2세 박종혁 대표 "특색 규정 짓기보단 스펙트럼 넓히기 집중"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26 08:12:33
[편집자주]
화랑업계가 2세 경영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부모 세대 갤러리스트들이 이뤄온 고미술, 근대미술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탈피, 현대미술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컬렉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3040의 젊은 갤러리스트들은 디지털, 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정보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2세 갤러리스트들을 인터뷰하고 한국 미술 유통업계 비즈니스의 새 모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2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HAK갤러리가 과거 미술계를 선도했던 박영덕 화랑의 자리를 내려놓고 새 아이덴티티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BHAK갤러리의 스타일은 '특정 색깔을 규정짓지 않는 것'이다. 박영덕 화랑 2세 박종혁 BHAK갤러리 대표는 확장성에 무게를 둔 갤러리 비즈니스를 펼쳐가고 있다.박종혁 대표(31)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아티스트와 컬렉터가 없인 갤러리가 존재할 수 없다"며 "이 둘을 연결해 작가 창의성은 극대화하고 컬렉터에겐 경험의 장을 만드는 게 내 가치관이자 비즈니스 방향"이라 말했다.
박 대표는 3년 전 박영덕 화랑이 BHAK갤러리로 이름을 바꾸면서 경영을 일임받았다. 박영덕 대표가 공동대표로 이름 올리고 있긴하나 완전히 손을 뗐다. 2세가 대표자리를 물려받은지 꽤 된 갤러리가 많지만 대부분 1세 회장들이 여전히 출근하며 영업 네트워크의 중심에 자리한다. 그런 점에서 BHAK갤러리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박 대표는 지난 3년간 갤러리의 스타일을 규정지을 만한 일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그는 "BHAK갤러리는 아직 특정한 결을 지니고 있지 않고, 일부러 만들고 싶지도 않다"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소개해 우리가 담아낼 수 있는 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갤러리가 특정 결을 지니면 해당 취향을 가진 고객에겐 호감을 줄 수 있으나 확장성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라며 "과거엔 컬렉터들이 특정 갤러리와만 거래 관계를 맺었으나 최근엔 컬렉터들이 작가를 보려고 갤러리를 찾는 것일뿐 갤러리를 보고 작품을 구매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3년간 외부 전시 포함 총 27번의 전시를 했다. 공간향을 개발해 갤러리 브랜딩을 만들어보기도 하는 등 닥치는대로 사업을 시도하며 이를 세일즈로 연결시킬 답도 찾아가고 있다. BHAK갤러리의 현 주소는 소속 작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갤러리소속 작가가 15명에 달한 적도 있었으나 현재 BHAK는 1980~1990년대생 3명으로만 전속작가를 꾸리고 있다. 박 대표는 "소속작가 모두 작업을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갖고 있어 스타일을 정의내리진 못하고 있다"며 "갤러리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라 말했다.
◇ "2세 독자색 찾기 어렵다" 박영덕 대표 철저한 사업 일임
화랑계에서 2010년 전까지 박영덕 화랑은 국내 미술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보유해왔다. 참신한 기획들로 호평을 받았고 '해외 아트페어에 목숨 건 갤러리'로 통할 만큼 글로벌 시장에 진심이었다. 테크니컬한 손맛을 통해 확고한 철학을 구현해내는 작가들로 갤러리 전속 작가군의 특색도 뚜렷했다.
박영덕 대표는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의 동생으로, 현대화랑에서 해외파트를 담당하며 백남준, 김창열 작가를 해외에 소개시켰던 이다. 1993년 직접 화랑을 차리면서 '글로벌 화상(畵商)'을 모토로 삼아 해외 컬렉터 대상 판로를 뚫었다. 박종혁 대표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해외에 나가있어 '집에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2010년을 기점으로 극사실주의 중심인 화랑의 색깔은 새로운 미술계의 흐름과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박영덕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활발한 사업 전개가 힘들어졌고 박종혁 대표가 화랑 비즈니스에 본격화하게 된 것도 그쯤이다.
박 대표는 "박영덕 화랑이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메이저급 갤러리였는데 이후 하향한 것 같았고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새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박영덕 대표는 2세 갤러리들이 독자 색을 갖기 어려워하는 점을 안타까워워하며 아들이 홀로 서도록 철저히 사업을 일임했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미술을 전공한 이는 아니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미국에서 생활했으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마이애미, 뉴욕, 시카고 등에서 열린 아트페어 일을 돕다 갤러리 사업에 관심을 갖게됐다. 한국화랑협회에서 일을 시작했고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아트비즈니스를 공부한 후 사업에 합류했다.
박 대표는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한영욱 선생님의 개인전을 담당했는데 전체 부스에 전시된 작품 100%가 완판된 적이 있다"며 "400~500호 대형작품이 팔려나가는 경험을 하면서 이 일이 내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 "당장의 투자가치보단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지난해 BHAK갤러리는 30주년 기념 전시로 윤형근 작가 개인전을 열었다. 하이라이트는 가로길이가 3.6미터에 달하는
이 그림을 30년만에 재전시한 의미는 남달랐다. 박 대표는 "박영덕이 보여준 윤형근, 그리고 앞으로 박종혁이 보여주게 될 윤형근은 서로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며 "작가의 위치가 달라졌듯 갤러리의 위치도 달라졌고, 박영덕 화랑의 30년과 BHAK갤러리의 30년은 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일즈(작품 판매)라 보고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갤러리로 끌어올 지 답을 찾는 중이다. 박 대표는 "고상한 미술의 개념과 돈의 가치를 접목시켜야만 갤러리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건 맞지만 여전히 돈에 강조점을 두기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다"며 "단기간 가격이 오를 작가를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한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이 2007~2008년 호황기때 가치가 오른 작품이 그 이후 호황인 2021~2022년을 맞이하기까지 그 가치가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며 "갤러리스트들은 그러다보니 당장의 투자가치보다 지속가능한 것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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