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중국 공장 매각 '가시권'…8세대 카드 만지작 탈LCD 가속화, 파주 'P10' 시설투자 가능성 제기
김도현 기자공개 2024-02-28 08:03:46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6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정보기술(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세대 라인을 통해 1분기 중 해당 제품 양산에 돌입하고 추가 장비 구매를 위한 실탄도 마련한 상태다.다음 스텝은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이다.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선행 조건으로 여겨진다.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다소 지연된 8.6세대 라인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생긴다.
◇'계륵'된 광저우 LCD 팹…유지도, 판매도 난항
2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LCD 매각이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 중국 BOE, CSOT 등 현지 디스플레이 제조사와 재무적 투자자(FI) 등이 거래 상대방으로 거론된다. 상반기 중 인수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공시를 통해 "중국 광저우 공장 등 LCD 자산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나 결정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를 예고했다. 통상 한 달 안으로 재공시한다는 건 관련 사안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고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진작부터 해당 공장을 처리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펼쳐왔다. 지난해 중국 TV 제조사 스카이워스 등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바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쪽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부르고 현지 매체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며 "털고 싶은 LG디스플레이로서는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광저우 LCD 공장 매각 대금은 1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최종 인수계약까지 수천억원 이상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변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고객과의 입장이다. LCD TV 라인업을 강화 중인 양사는 중화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올해 LG디스플레이에 LCD 주문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기업에 LCD 라인을 넘긴다면 두 회사 전략이 틀어지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LCD 사업을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국내 TV용 LCD 라인을 정리한 바 있다. 광저우 LCD 공장의 주인이 바뀐다면 한국 디스플레이의 TV용 LCD 점유율은 제로에 수렴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협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해당 거래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고려 요소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공장이다. LG디스플레이 핵심 자산 중 하나이나 OLED TV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했다. 이를 간파한 일부 중국 기업은 LCD와 OLED 공장을 동시 인수하는 안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LCD와 달리 OLED는 국가 첨단전략기술에 포함돼 중국에 파는 건 더욱 쉽지 않다.
결국 광저우 사업장 중 LCD 라인은 중국 매각, OLED 라인은 당분간 자체 운영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 8.6세대 투자 급부상, 추가 유상증자 거론
LG디스플레이 이슈로 매각건과 함께 언급되는 것이 8.6세대 라인 투자 여부다. 그동안 중소형 OLED는 기존 6세대 라인에서 처리됐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태블릿, 노트북, 자동차 등으로 OLED 응용처가 늘면서 관련 패널 출하량 증가가 필요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OLED를 만드는 유리원장을 6세대(1500mmX1850mm)에서 8.6세대(2290mmX2620mm)로 키우는 방안을 강구했다. 이렇게 하면 단순 면적이 2배 이상 넓어져서 면취율(패널을 잘랐을 때 가용 면적 비율)이 1.6배 이상 향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해당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각각 4조원대, 11조원대 대형 투자를 준비 중이다. 애초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하려고 했으나 수분기 연속 적자로 자금 조달이 원활치 못해 무기한 연기해왔다.
이미 경쟁사 대비 일정이 뒤처진 가운데 안팎에서는 더 미루면 격차가 너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부임 전후로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구체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신공장을 짓기보다는 10.5세대 TV용 OLED 라인을 구축하려던 파주 P10 공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과거 일부 투자가 된 상태여서 투입 자금도 어느 정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증착기 등 핵심 설비만 들이면 가동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역시 돈이다. 광저우 LCD 공장과 직결되는 배경이다. 매각이 성사된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사례를 비춰보면 월 1만5000장 생산능력을 갖추는데 4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LG디스플레이는 초기 규모로 월 7500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 계산하면 약 2조원이 필요하고 광저우 LCD 몸값(1조원 내외)을 감안하면 최소 수천억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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