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의 변신]조달 동반한 신사업 육성…재무적 기여는 아직?UAM, 디지털 플랫폼 등 투자 1조 육박…영업손실 수백억대
임한솔 기자공개 2024-03-06 09:14:14
[편집자주]
신사업 육성은 장밋빛 미래를 향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일이다. 방산 핵심기업 한화시스템이 본격적으로 UAM, 위성통신, 디지털 플랫폼 등 신사업을 추진한 뒤로 여러 해가 지났다. 지금까지 수천억원이 투입됐지만 수익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 신규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선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방산, ICT 너머로의 진출을 꿈꾸는 한화시스템의 현황과 전략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산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주력으로 하던 한화시스템은 2019년 상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신사업 육성에 들어갔다. 먼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진출한 뒤 위성통신,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상장 후 유상증자로 조달한 조단위 자금을 기반으로 삼았다.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는 만큼 기대도 컸다. 2021년 한화시스템이 내놓은 2030년 매출 목표는 23조원. 신사업에서만 17조8000억원을 낸다는 포부였다.
현재 시점에서 한화시스템 신사업부문의 외연은 목표치와 차이가 크다. 신사업은 기존 주력사업에 비해 미미한 매출을 내는 가운데 지속해서 영업손실을 보는 중이다. 2030년까지 아직 상당한 기간이 남았으나 성장 궤도에 오르기까지 갈 길도 그만큼 멀다.
◇상장·유상증자로 신사업 주춧돌…투자 종목은
한화시스템의 신사업과 관련한 첫 번째 조달은 201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으로 980억원을 모집한 일을 들 수 있다. 다만 이때 공모자금의 사용 비중은 신사업보다는 시설투자 쪽에 쏠려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IT 인프라를 넓히기 위한 제2 데이터센터 건립에 680억원을 배정했다.
나머지 300억원을 도심항공모빌리티(UAM)기업 오버에어에 처음 투자함으로써 신사업 육성의 기틀을 닦았다. 오버에어와 협력해 2026년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UAM 운항 시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였다.
이때도 한화시스템은 1조원대 연매출을 내는 기업이었다. 오버에어 지분에 넣은 300억원이 적지 않은 액수이기는 하나 미래 성장 동력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곧 위성통신 쪽으로 보폭을 넓혔다. 2020년 영국 위성통신 안테나기업 페이저(현재 한화페이저)를 인수했고 미국 위성통신 안테나기업 카이메타에도 투자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곧 다음 조달에 나선다. 2021년 약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시가총액의 절반에 이르는 자금을 모집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상장 때와 달리 온전히 신사업 쪽에 초점을 맞췄다. 오버에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블록체인 등 디지털 플랫폼, 위성통신 분야를 본격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었다. 세부적으로는 UAM 4500억원, 위성통신 분야 4600억원, 디지털 플랫폼 2500억원 등의 자금 투입을 계획했다.
투자 분야를 낙점한 한화시스템은 적극적인 지분투자와 자회사 설립으로 신사업을 추진해 나갔다. 2021년 영국 위성통신기업 원웹(현재 유텔셋 원웹)에 3억달러를 투자했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 국내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쪽에서는 핀테크 자회사 바닐라스튜디오의 베트남 진출, 인공지능 플랫폼기업 비비티에이아이(VIVITY AI) 투자 등이 이뤄졌다. 블록체인 자회사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도 일거리 매칭 서비스 '요긱(Yogig)'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대부분은 집행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9570억원을 신사업에 투자했다.
◇신사업 영업손실 수백억대…주력사업 이익 상쇄
거금이 들어간 신사업의 벌이는 어떨까. 한화시스템 신사업부문은 2022년부터 처음 매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연매출 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아 연매출 5억원에 머물렀다.
반대로 신사업부문의 손실 규모는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은 매출 2조4531억원, 영업이익 929억원을 냈다. 방산과 ICT부문이 각각 영업이익 985억원, 27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신사업부문에서 영업손실 326억원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 신사업부문이 손익분기점을 기록한다면 영업이익률이 3.8%에서 5.1%로 뛰어오르게 되는 셈이다.
신사업부문이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까닭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업종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버에어서 개발하는 UAM은 이제 시험 비행이 추진되는 단계다. 핀테크 등 디지털 플랫폼도 고객 유치를 위해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성통신 쪽도 마찬가지다. 한화페이저를 예로 들면 지난해 순손실 250억원을 냈다.
모든 신사업을 끝까지 안고 갈지에 대한 고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한화시스템은 수익성을 고려해 신사업 투자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닐라스튜디오의 베트남 핀테크사업을 정리한 일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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