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한진그룹 계열사 정석기업의 새로운 주주로 등극했다.

정석기업은 28일 주요주주의 주식보유 변동을 공시했다. '재규어 제1호 유한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정석기업 지분 12.22%가 지난해 12월15일 전량 감소했고 고려아연이 같은 해 12월18일 지분 12.13%를 새롭게 취득했다는 내용이다.

정황상 고려아연이 재규어 제1호로부터 정석기업 지분을 넘겨받은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 제1호가 고려아연 계열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재규어 제1호는 고려아연이 2021년 약 500억원을 들여 설립한 저스티스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아래에 있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고려아연은 한진칼(48.27%)에 이은 정석기업 2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정석물류학술재단(10%),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 변호사(8.06%),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4.59%)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3.83%)보다도 지분율이 높다. 정석기업이 보유한 자기주식 13.03%를 제외했을 때의 얘기다.

애초 정석기업 주식은 한진칼과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이 100% 들고 있었다. 그런데 2021년 3월께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조 회장과 조현민 한진 사장, 조 회장과 조 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함께 지분을 내다 판 것이다. 조 사장과 이 고문의 경우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조양호 전 회장의 자산을 상속받은 데 따른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해졌다.

매각된 정석기업 지분은 합계 12.22%, 약 482억원어치로 추산된다. 앞서 재규어 제1호가 보유했던 지분과 동일한 규모다. 즉 재규어 제1호가 한진그룹 오너일가로부터 사들인 정석기업 지분을 이번에 고려아연이 가져온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의문이 가는 부분은 고려아연이 굳이 정석기업에 투자한 목적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부동산 관리 등을 하는 회사다. 실적을 놓고 보면 규모가 크다고 하기 어렵고 성장세도 둔화한 상태다. 2022년 말 매출 389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전인 2018년에는 매출 427억원, 영업이익 134억원을 거뒀다.

다만 적극적인 배당이 투자 매력을 불러 일으켰을 수 있다. 정석기업은 2021년 결산배당 54억원(배당성향 61%), 2022년 결산배당 80억원(배당성향 148%)을 각각 시행했다. 재규어 제1호의 지분율을 2022년 배당에 대입하면 약 10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의 정석기업 지분 확보가 한진그룹과 고려아연 양측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석기업은 자기주식 이외에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이 없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인 지분증권을 약 56억원 규모 갖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