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3: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차세대 제품 준비를 이어가면서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위상이 올라가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 연속 방문한 데다 반도체 부진 속 배터리가 선전한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중장기 플랜도 구체화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직접 만들고 협력사 늘리고"…소재 조달 안정성 증대

최근 삼성SDI가 공들이는 부분은 소재 분야다. 올해 1월 울산시와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MOU는 삼성SDI가 울산 하이테크밸리 내 3공구 개발사업과 양극재 등 공장 설립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총 투자규모는 1조원 내외다.


핵심은 자회사 에스티엠이다. 2011년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과 일본 토다공업이 합작 설립(지분 각각 50%)한 곳으로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양극재를 생산 중이다. 2015년부터 삼성SDI가 단계적으로 두 회사 지분을 가져오면서 단독주주(지분 100%)로 올라선 바 있다.

2020년과 2021년 삼성SDI는 에스티엠에 양극재 제조 설비 및 건물을 양도하는 등 자회사에 더 힘을 실어줬다. 에스티엠은 삼성SDI 울산사업장 내 생산라인을 두고 있는데 이번 MOU로 수천억원 규모 시설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외부로도 양극재 협력을 넓혔다. 에코프로비엠 위주에서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을 새 우군으로 맞이했다.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은 10년간 40조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이를 위해 이달 22일 포스코퓨처엠은 삼성SDI 전용 공장을 착공했다.

올해 1월에는 니켈 광산을 보유한 캐나다니켈에 245억원을 투자해 지분 8.7%를 확보했다. 양극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역시 삼성SDI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칠레, 호주 등에서 연이어 '광물 동맹'을 맺을 때 삼성SDI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었다. 삼성SDI의 헝가리, 미국 등 해외 생산기지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밸류체인 전반을 신경 쓰는 흐름이다.

이외에도 전지 용량과 출력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양극재용 고전도성 탄소나노튜브(CNT) 분산액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양산 중인 분리막을 비롯해 다른 제품 포트폴리오도 꾸준히 다변화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내 배터리 소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M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같은 맥락에서 유럽과 미국에 이어 중국에도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글로벌 R&D 체제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확장했다"며 "특허 출원도 대폭 확대해 R&D 역량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고체전지 출격 D-3년, 사업화 추진팀 신설

삼성SDI 비장의 무기로 꼽히는 전고체전지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전지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채우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폭발 위험이 낮아 안전하면서도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구현이 쉽지 않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경쟁사 대비 높은 전고체전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전고체전지 파일럿 기지 'S라인'이 정식 가동하면서 관련 사업이 가속화했다.

같은 해 4분기에는 시제품을 생산해 일부 고객에 출하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측에서 샘플들의 기본적인 성능 및 수명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당사가 순차적으로 테스트 결과를 입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더 빠른 시간 내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에는 전고체전지 관련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ABS(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이 대상이다. 중대형전지사업부 내 직속 조직으로 고주영 중대형전지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이 팀장으로 각종 실무를 총괄한다. 삼성SDI는 2027년경 전고체전지 상용화가 목표다.

전고체전지 쪽에서도 소재 내재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부에서 전고체 소재 사업을 시작했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이미 핵심 소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삼성SDI는 "전고체전지 핵심 기술의 블랙박스화 및 SCM 안정화를 추진 중"이라면서 "미래 전기차 시장 게임체인저인 전고체전지 사업화를 추진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