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도약의 길]"망고부스트 성공모델, '딥테크 강국' 선순환 기여"박준기 COO "DPU 칩, 서버 과부하 해결 핵심역할"
김혜란 기자공개 2024-03-07 07:16:26
[편집자주]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는 길은 '생태계 육성'에 있다. 팹리스부터 설계자산(IP) 기업, 디자인하우스, 후공정(OSAT),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고르게 성장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인공지능(AI) 시대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변혁기를 맞이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지탱해 온 기업입장에선 도약대에 선 셈이다. 더벨이 'K-시스템 반도체' 미래를 짊어진 기업의 경쟁력을 현장에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멜라녹스테크놀로지(Mellanox Technology)가 엔비디아에 인수된 뒤 멜라녹스 출신들이 독립해 또 다른 강력한 스타트업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런 (창업과 매각, 재창업의) 선순환 체제가 구축돼 있기에 '딥테크 강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망고부스트가 성공한다면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박준기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망고부스트의 성공 모델이 인수·합병(M&A)이 될지, 나스닥 상장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도 창업에 나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팹리스 불모지, DPU 스타트업 첫 행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
박 COO는 "반도체는 워낙 집중화(consolidation)되는 시장이어서 (망고부스트에 대한) M&A 오퍼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 불모지'로 불리는 국내에서 성공 모델이 만들어지면, 빌드업 과정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스며들어 생태계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DPU 스타트업들이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 인텔 등에 인수됐다. 망고부스트가 시장에 안착하면 글로벌 M&A 시장에서도 몸값이 올라갈 수 있다.
현재 망고부스트는 AMD와 DPU를 탑재한 데이터센터용 시스템 반도체를 공동 개발 중이다. 박 COO는 "망고부스트의 20대 한국인 엔지니어가 파트너사인 AMD의 부사장(VP)급과의 논의에 참석하고 있다"며 "엔지니어만 아니라 매니지먼트 조직도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사업을 함께 전개하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COO는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인하우스 컨설팅을 맡았고 삼성벤처스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반도체 전문 심사역으로 일했다. 삼성벤처스에서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중국 등 전 세계 모든 스타트업 딜을 검토했는데, 수많은 반도체 딜 중에서도 DPU를 개발하는 망고부스트의 가치가 크게 와 닿았다. 그가 삼성을 나와 스타트업 망고부스트 합류를 결정한 이유다.
그는 "데이터센터에서 챗GPT 등을 구동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한다. 지금은 컴퓨터가 생겨난 이래로 비효율이 가장 심각해진 시기"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가 (글로벌 서버용 반도체 시장의) 화두인데, 제가 주목한 흐름은 DPU"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풀려면 (인공지능용 반도체로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더 빠른 전용 반도체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서버 구조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DPU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업무를 일부 분담하고 다른 반도체의 동작을 관리·효율화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서버 과부와 비효율을 해결할 중요한 키를 쥔 미래 반도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너도나도 DPU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20년 엔비디아는 멜라녹스를 약 70억달러(약8조5000억원)에 인수했고, AMD도 DPU 스타트업 펜산도를 19억달러(약 2조3080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그는 "이들 기업(엔비디아, AMD 등)은 실제 컴퓨터를 돌려보고 서비스를 해본 기업들"이라며 "(서버 과부하 등 비효율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핵심이 DPU라고 주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가 DPU 기술 내재화에 나섰다고 해서 망고부스트의 입지가 좁아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기술우위가 부각된다는 게 박 COO의 말이다. 그는 DPU를 개발 중인 엔비디아와 인텔, AMD 등 기업이 "경쟁사이자 파트너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AMD는 펜산도를 인수하고도 DPU 기술을 더 고도화하기 위해 망고부스트에 손을 내밀었다.
박 COO는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 글로벌 고객사와 칩을 직접 공동개발한다는 데 대해 (시장에서도) 놀라워한다"며 "저희 파트너사들은 전 세계 DPU를 다 만나봤지만 망고부스트밖에 (대안이) 없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추가 펀딩, DPU칩 상용화 임박
망고부스트가 개발 중인 DPU 칩의 상용화는 이르면 하반기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인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를 하는 데만 최소 6개월을 소요한다. 다만 망고부스트는 현재 AMD와 협력해 칩을 테스트 중으로 중간에 차질만 생기지 않는다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실제 납품과 매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칩 공급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맞물려 추가 펀딩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금까지 유치한 860여억원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로 썼는데, 추가 투자금을 조달해서도 인재 영입에 투입할 예정이다. 박 COO는 "앞으로는 저희 칩을 팔 수 있는 영업과 유통 조직, 팔리고 나서 지원할 고객 지원 조직을 꾸리는 데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파트너사와의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추후 칩이 상용화됐을 때 갖춰야 할 조직의 모습을 구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반기에 세상을 놀라게 할 멋진 프로덕트 라인도 준비 중"이라며 "인공지능(AI) 시대에 'AI 컴퓨팅을 도와줄 수 있는 서버 시스템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문형반도체(ASIC) 쪽으로도 나갈 것이기 때문에 다음 라운딩을 통해 예산을 미리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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