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부동산 디벨로퍼 '뉴챕터'

신상윤 건설부동산부 차장 공개 2024-03-07 08:10:0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비 20%를 디벨로퍼(시행사)가 분담한다면 혼란이 없진 않겠지만 시장은 또 살길을 찾을 것입니다. 오히려 양질의 디벨로퍼들이 시장을 건전한 구조로 만들 수도 있겠죠."

최근 만난 한 부동산 디벨로퍼 임원과의 식사자리가 무르익을 때쯤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의 요지는 이렇다. 정부가 금융권 PF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부동산 개발사업 구조를 수술대에 올린 가운데 디벨로퍼들의 자기자본 출자 비율을 최소 2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정부의 정책변화 움직임은 국내 부동산 개발 시장의 다소 독특한 금융구조에서 기인한다. 부동산 개발사업은 시행사가 좋은 토지를 확보해 건물을 짓고 필요한 사람 혹은 기업을 찾아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을 전부 일컫는다. 다만 어떤 건물이 언제, 어떻게 지어질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사업비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시행사, 즉 디벨로퍼는 토지를 확보하는 수준에서 일부 자본을 투입한 뒤 사업비 대부분을 금융권의 PF 자금을 이용한다. 일종의 레버리지다. 문제는 PF 대출이 발생하는 시점엔 '실재(實在)'하는 건물이 없다. 금융권이 PF 대출에 참여하는 근거는 디벨로퍼들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사실상 전부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이런 구조는 디벨로퍼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기회였다. 부동산 개발 사업이 성공만 하면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을 때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적게는 5% 정도의 토지비만 확보할 수 있다면 소위 남의 돈으로 큰 재미를 남길 수 있었다.

금융권 PF에 기댄 부동산 개발은 경기가 위축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자본력이 약한 디벨로퍼에 신용을 보강한 건설사들이 파산 지경에 이르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꺼낸 카드는 디벨로퍼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전체 사업비의 일정 부분을 출자토록 하는 방안이다.

디벨로퍼들도 의견이 갈린다. 자본이 부족한 디벨로퍼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분양가를 올린다거나 일부 대형사들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일부에선 오히려 영세한 곳들의 진입을 막고 건전한 개발 시장을 조성해 양질의 부동산 개발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의견은 나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양쪽 모두 부동산 PF 덕분에 민간 개발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실제로 유수의 디벨로퍼는 부동산 PF를 활용해 공공에서 보지 못했던 도시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지역의 재생과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들도 많은 상황이다.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많은 디벨로퍼들이 사업비에 일정 비율을 출자하는 제도 개선에 대해 우려도 많지만 시장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는 측면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고민이 단순히 특정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고 디벨로퍼 산업 전반으로 넓어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상대적으로 짧은 디벨로퍼 역사가 산업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디벨로퍼들이 더 나은 방안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다는 것은 부동산 디벨로퍼 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멀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챕터 첫 문장을 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