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08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분을 3년 동안 무조건 들고 가기보다는 상장을 한 다음 값을 인정받고 엑시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한 문장만 떼어놓고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장 전 투자를 단행한 FI의 발언이다. 문제는 이 FI가 상장을 앞둔 기업의 경영권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보유 지분에 대해 자발적으로 3년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최근 스팩(SPAC) 합병을 앞둔 모 화장품 기업을 취재하면서 최대주주인 벤처캐피탈에 6개월의 의무보유 기간을 스스로 3년으로 연장한 이유에 관해 물었다. 질문을 하면서도 의례적인 '책임경영 의지' 또는 '투자자 보호', 조금 더 솔직하다면 '오버행 리스크 차단'과 같은 멘트가 나올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최근 한국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협의 하에 보호예수를 걸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내 우리가 엑시트를 하는 데 제약이 생겼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의무보유 기간에도 몇몇 경우에 따라 매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위해 법무법인에 의견서를 받는 등 내부적으로 준비도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몇몇 SI와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인 점이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으로 보였다.
실제로 거래소에 따르면 의무 보유에도 예외가 존재하긴 한다. 상장 규정에 따라 경쟁력 향상 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인수합병 등 일부 경우에는 거래소의 심사를 거쳐 예외가 인정된다.
다만 보호예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다. 거래소는 상장 후 급격한 지배구조 변동이나 물량 과잉을 방지하고자 일정 기간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제한한다. 자발적 의무보유 기간 연장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단기간 내 경영권 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강력한 주가 부양 의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상장을 마치기도 전에 약속을 '지키지 않을'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런 FI가 최대주주로 자리한 기업을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을까. 이미 스팩 상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어느 때보다 위축된 상황이다. 증권신고서에 적은 약속의 무게를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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