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이슈 재점검]분쟁 가능성에 찢어지는 그룹, 분할이 유일한 답일까①효성그룹 계열분리 수순…리스크 안고 있는 친족경영 기업들
김위수 기자공개 2024-03-19 11:24:46
[편집자주]
형제경영, 사촌경영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대기업집단은 잠재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재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영에 참여하는 친족들이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높고, 분쟁을 사전에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분리'였다. 효성그룹 오너가 3세들이 계열분리 준비를 시작하며 다른 대기업들의 분리 가능성에 재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모이고 있다. 더벨이 계열분리 가능성이 있는 그룹들의 현황을 다시 짚어보고 향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5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열분리 준비에 돌입한 효성그룹에 대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형제가 함께 그룹 경영에 나서게 되면 분쟁의 소지가 높다는 세간의 인식을 보여준다. 효성그룹이 10년 전 실제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일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동안 기업 경영권을 둔 형제 및 가족간의 싸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재계의 역사는 각종 '난'의 역사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현대그룹부터 롯데그룹, 두산그룹, 금호그룹 등. 왕자의 난부터 형제의 난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소개되곤 했다.
이런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효성그룹이 선택한 계열분리다. 물론 계열분리만이 정답은 아니다. 내부거래와 지분정리 등 계열분리를 위한 선행과제를 달성하지 못해 계열분리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대기업 그룹에 소속돼있을 때의 득을 고려해 계열분리를 굳이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LG처럼, '아름다운 이별' 준비해 온 효성
계열분리를 실시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서로의 합의 하에 잡음 없이 공동경영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LG그룹이 지목되기는 하지만 효성그룹 역시 2대에 걸쳐 계열분리를 통해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장자승계'를 기본적인 원칙으로 하되 다른 형제들에게 일부 사업을 물려준다는 점에서 LG그룹의 방식과 비슷하다.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효성물산 등 주력 계열사들을 물려줬다. 효성물산은 ㈜효성의 전신이다. 대신 한국타이어는 둘째인 조양래 명예회장에게, 대전피혁은 조욱래 회장에게 돌아갔다. 형제간 재산 분할의 필요성에 대한 조 창업주의 신념이 작용한 결과로 전해진다.
3세경영에 접어들면서도 계열분리에 대한 준비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온 것으로 파악된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었을 시절 장남인 조현준 회장은 섬유PG장을 맡았고 조현상 부회장은 산업자재PG장을 맡아 각각의 사업을 이끌었다.
효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조 회장은 효성티앤씨 지분을,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지분을 남겨뒀다. 또 효성티앤씨 이사회에는 조 회장이, 효성첨단소재 이사회에는 조 부회장이 입성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각자 주력해 온 영역이 달랐고, 선대의 사례도 있었던 만큼 효성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며 "2018년 지주사 전환 이후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만큼 더 늦기 전에 분리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족경영 기업들, 계열분리 안 하나 못하나
형제경영 혹은 사촌경영을 하는 기업이 효성그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대를 거쳐오며 경영에 참여하는 친족들이 많은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사실 우리나라의 굵직한 대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한 처지다.
SK그룹 경영에는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사촌인 최창원 부회장, 조카인 최성환 사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GS그룹과 LS그룹에는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가 일원의 숫자를 따로 헤아리는 일이 쉽지 않을 만큼 많다. 한화그룹 역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그룹 내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사업에 나서고 있다.
어찌 보면 이들 그룹은 경영권 분쟁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친족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경영체제는 대를 이어갈수록 그 고리가 옅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럼에도 모든 그룹들이 계열분리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친족경영 형태의 공동경영으로 인한 득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일부를 들고 독립할 경우 대기업이라는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기업의 국내외 인지도 제고부터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까지 재계에서 다시 자리를 잡기가 쉽지만은 않다. 인재확보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다.
계열분리를 위한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지 못했거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어려운 등의 사례가 있다. 분리를 위한 작업을 이미 마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지분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계열분리로 인한 득과 계열분리를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한 비용에 대한 저울질이 있었을 것"이라며 "분리가 반드시 답은 아니라는 해답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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