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해외투자 개척자 IBK자산운용 신준형 이사멀티자산 EMP 산파 역할, 시장 개척 평가
이돈섭 기자공개 2024-03-25 08:12:26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의 신준형 해외투자팀장(이사·사진)은 해외투자 2세대에 가까운 펀드 매니저다. 인프라가 전무했던 2000년대 초반 해외 파생상품을 시작으로 주식과 채권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이제는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펀드가 IBK운용 대표 상품인 'IBK플레인바닐라EMP' 펀드다.자산운용업계에서는 해외투자를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그때마다 시장 선구자격으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려지곤 한다. 펀드 운용 방법론적 측면에서 '퀀터멘탈 어프로치'를 강조하는 그는 패시브 전략과 액티브 전략을 조화롭게 활용해 시장 대비 알파 수익을 꾸준히 만들어내면서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성장 스토리: 대학원 동료 추천에 새마을금고 거쳐 운용사로 이동
신 팀장은 처음부터 펀드 매니저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학부에서 수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카드에 입사한 그는 4년을 내리 근무하고 공부에 갈증을 느껴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동료들은 한 문제에 천착하는 그를 보고 펀드 매니저가 어울린다고 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 전 파생상품 인기가 뜨거웠던 시기였다.
지금처럼 자산운용 산업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였던 만큼,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력서를 내밀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는 금융위기가 터져 모두가 휘청거릴 때였다.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채로 입사한 그는 대체투자팀에 배치돼 투자 기회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저연차 직원이었던 탓에 다른 시니어 선배들처럼 직접 실사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각종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시장을 접했다. 중앙회 입사 1년여 뒤인 2008년 직접 운용의 기회를 찾아 IBK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긴 건 신 팀장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행보였던 셈이다.
중앙회에서 해외 파생상품 등을 다뤘던 경험을 살려 IBK운용에서도 대체투자 업무에 주력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우스 내부에서도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신 팀장은 운용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직접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수를 추종하면서 개별 종목 투자를 병행해 액티브하게 운용한다는 콘셉트였다.
◇트랙레코드1: 해외투자 2세대 'IBK다보스글로벌' 장기 성과
그렇게 신 팀장 주도로 2015년 탄생한 펀드가 'IBK다보스글로벌고배당' 펀드다. 국내에서는 KIC (한국투자공사) 등 일부 하우스를 제외하곤 해외투자가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 증권사 브로커들과 운용사 매니저들을 직접 찾아 조언을 구했다. 하우스 입장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상품이었다.
IBK다보스글로벌 펀드는 다보스 포럼에서 선정한 'The Global 100' 기업 중 성장성과 배당성이 높은 기업을 엄선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IBK다보스글로벌고배당 1호의 경우 현재 61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는데, 19일 현재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로 106.0%를 기록 중이다. 벤치마크(MSCI world Index) 수익률 91.1%를 웃돌고 있다.
신 팀장이 펀드 설정 때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운용을 주도하면서 이 상품은 자연스럽게 신 팀장의 대표 펀드로 자리 잡았다. 신 팀장은 "장기간 수익자와 소통하면서 수익자 수요를 적극 반영해 전략도 바꾸고, 때로는 수익자를 설득해 서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원활했던 것이 롱런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해외투자 2세대 포분을 연 상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KIC를 필두로 한 1960년대생 펀드 매니저들이 해외투자를 시도해 1세대로 분류된다면,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문턱이 낮아진 후 해외투자를 시도한 매니저들을 통틀어 2세대로 구분하곤 한다. 신 팀장은 "그땐 어떻게든 잘 해보겠다는 오기 같은 것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트랙레코드2: 메가 히트작 'IBK플레인바닐라', 언더독들의 반란
다보스 펀드가 시장에 알려진 뒤 신 팀장이 주도한 또다른 후속작이 'IBK플레인바닐라EMP' 펀드다. 2017년부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는데, ETF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는 부담스러웠던 IBK운용은 ETF를 하나의 종목처럼 구성해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콘셉트였다.
'언더독'이 만나 합작했다는 의미도 시장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8년 출범한 투자자문사 플레인바닐라가 블로그를 통해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면서 IBK운용 측에 미팅을 제안했고, 신 팀장이 플레인바닐라 측 얘기를 들으며 투자에 대한 순수함을 엿보고 의기투합한 것이 IBK플레인바닐라 펀드의 출시로 이어졌다.
신 팀장은 "자문사와 함께 일할 때 자칫 OEM 이슈 등이 불거질 수 있는데, 자문사는 자문사 역할에 만족하고 운용사는 성과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에 동의했고 그게 지금껏 잘 지켜지면서 파트너십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없이 많은 자문사를 만났지만, 투자 자체를 즐긴다는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펀드는 액티브한 운용을 추구한다. 기본적으로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를 주로 담고 있지만 개별 상장종목도 함께 담아 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렸다. 펀드 성과는 상당했다. 2019년 초 펀드를 출시하고 1년 뒤 시장대비 2배 이상의 성과를 거뒀고, 펀드 출시 4년째인 2022년 상반기에는 순자산이 6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신 팀장은 "펀드 초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시장에 소문이 나면서 출시 이후 몇 년 사이 폭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하우스 전체적으로 긍정적 마인드를 탑재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말했다. IBK운용은 이 펀드 운용 경험을 토대로 현재 산재기금 하위운용사로 선정돼 관련 자산을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투자 스타일·철학: '퀀터멘탈 어프로치'로 패시브+액티브 조화
고객 입장에선 '쉬운 투자'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펀드 매니저는 투자자나 수익자에 투자 자산이나 운용 전략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운용 철학은 꼭 필요한데, 투자 구조가 명확하면 그만큼 명쾌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그가 가진 지론이다.
방법론적으로는 퀀터멘탈 어프로치(Quantamental Approach)를 강조한다. 퀀터멘탈 어프로치는 계량분석과 펀더맨털 분석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뜻의 조어로 패시브 전략과 액티브 전략을 조화롭게 섞어 숫자로 증명하겠다는 철학이다. 이 과정을 거쳐 산출한 숫자를 정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까지 보태지면 금상첨화다.
주니어 시절 신 팀장은 시장에서 보고 듣는 전략과 용어들을 별도의 노트에 정리하곤 했는데, 지금도 책상 서랍 한에 십여 권의 노트가 쌓여있다. 지금도 주말엔 사무실에 나와 운용에 참여하면서 놓쳤던 아이디어를 하나씩 되짚어본다. 이렇게 쌓인 시간 속에서 그가 찾은 운용철학인 만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신 팀장은 "시장에 오랜 기간 있다 보니 운용철학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매순간 느낀다"며 "철학이 뚜렷하면 그것을 서포트하는 환경도 그렇게 만들 수 있고, 운용도 결국 방향을 찾아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 IBK운용 헤지펀드 출시 준비…"증명의 시간"
IBK중소기업은행의 완전 자회사인 IBK자산운용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시중은행 자회사로 리더십이 수시로 교체되다 보니 신사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오히려 직원들이 다양한 시도에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 팀장은 후자의 의견을 지지하는 편이다.
신 팀장은 "지배구조만 보면 시장의 의견이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지배구조 이슈는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라면 어디에나 해당하는 얘기"라며 "그동안 다보스 펀드와 IBK플레인바닐라 펀드 등 다양한 시도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내 새로운 사업을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믿어준 IBK운용에서 스스로를 증명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펀드 매니저는 수익률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다. 시장 흘러가는 대로 대충 하다가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가 주도한 산재기금 하위운용사 선정 과정이 3전4기 끝 결국 성과로 이어진 것처럼 꾸준히 시장 문을 두드릴 참이다.
최근 신 팀장은 헤지펀드 출시에 여념이 없다.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내달 초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개시한다. 일단 목표전환형으로 출시한 후 시장 분위기와 향후 성과 등을 보고 추가 펀드를 연이어 론칭할 계획이다. 해외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롱숏 전략을 구사, 가능한 한 이른 시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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