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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 두각' 정보라 상무, 특유의 꾸준함 '미덕' 첫 투자·회수 기업 ‘큐로셀’ 잭팟, '원천기술 보유' 바이오섹터 펀드레이징 준비

이채원 기자공개 2024-03-05 08:30:27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사진)는 생명의 본질을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 후 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신입사원 시절 투자경험을 쌓고 제약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로 11년간 활동하며 반경을 넓히다 벤처투자(VC)업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정 상무는 첫 투자와 회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투자 천재’ 면모를 보였고 스틱벤처스에 입사한지 2년 만에 상무로 고속 승진했다. 2500억원이 넘는 대형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아 새로운 원천 기술 가진 회사를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좋은 기업을 찾아 바이오업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그는 스틱벤처스 바이오투자의 자신감으로 불린다.

정보라 상무는 지난 23일 더벨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주최·주관한 ‘2024 한국벤처캐피탈대상’에서 최우수 심사역(한국벤처캐피탈회장상 바이오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직접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가 꽃돌이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상무가 스틱벤처스에서 얼마나 두터운 신뢰를 받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정 대표는 정 상무를 ‘스틱벤처스 바이오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칭했다. 그는 “정 상무가 합류하기 전에는 신약 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이 없었다”며 “심사 보고서를 쓸 때도 논리적이고 깔끔한데다 VC 네트워크도 잘 활용하는 등 능력 있는 심사역"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대표는 "바이오 환경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훨씬 더 큰 빛을 발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스토리: 메디톡스 딜 참여…기업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 주는 심사역 꿈꿔

정 상무는 연세대학교에서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 생명의 본질을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느껴 카이스트 생물과학과 석사를 수료했다. 학업을 마치고 첫 직장생활을 한 곳은 아모레퍼시픽이었다. 연구를 하기 위해 연구소에 지원했지만 투자를 하는 기술전략팀의 신입사원으로 배정됐다.

첫 직장부터 바이오 벤처를 접했다. 정 상무는 “랩에서 연구하기 위해 지원했다가 펀드를 출자하고 라이센싱, 인앤아웃하는 팀에 신입사원으로 일하게 됐다”며 “글 쓰는걸 좋아했던 터라 투자를 위한 리포트를 쓰는 작업이 굉장히 재미있었고 시장이나 기술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근무시절 주니어로서 참여했던 대표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메디톡스다. 당시 투자로 메디톡스의 보톡스를 태평양제약에 팔게 되면서 우수한 투자 성과를 기록했다고 알려진다. 메디톡스는 세계 최초로 3종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한 회사로 국내에서 4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다.

분석에 흥미를 느낀 정 상무는 투자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2007년 애널리스트로 데뷔한다. 바이오 전공자를 애널리스트로 뽑고 싶어 하는 증권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준 인재였다. 정 상무는 “당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경영학과 출신이 많았고 이제 막 전공자를 뽑기 시작한 시점이었다”며 “대신증권에서 전문 애널리스트를 뽑기 위한 공고를 냈고 마침 관련 전공을 한데다 투자경력까지 있어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11년 간 애널리스트로서 활약하며 제약바이오업계 성장을 지켜봤다. 정 상무가 대신증권에 입사했을 때 제약바이오 섹터 비중은 1%도 채 안됐지만 현재는 두자릿수에 가까울 만큼 커졌다. 한미약품 사태가 터지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는 전 과정을 그는 애널리스트로서 지켜봤다.

정 상무는 좋은 기업을 분석해 투자 권유를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지만 한편으론 부정정인 정보에 시장의 관심이 더 집중되는 현실에 피로감을 느꼈다. 기업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꿈을 다시 꺼내게 됐다. 투자 자본을 넣어서 회사가 커지는 과정을 함께한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벤처투자(VC)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여러 우스 중에서도 스틱벤처스를 선택한 이유는 '인연'과 '경험’ 때문이다. 정 상무는 당시 박민식 부대표와 엑세스바이오, 제닉 등 포트폴리오 상장을 위한 미팅을 여러 번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투자철학: 자기 객관화 명확한 기업·목표 뚜렷한 창업자에 투자

정보라 상무는 투자를 결정할 때 ‘자기 객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장점은 물론 단점도 명확하게 말하면서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전략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려고 노력한다. 같은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타 회사를 분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정 상무는 “비슷한 업종의 글로벌 회사가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는 파악하지만 정작 주변에 있는 연구자들이 뭘 하는지 모르는 기업에는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며 “보유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포지셔닝을 연구하는 회사를 더 눈여겨 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투자 포인트가 있다면 파운더의 창업 동기다. 그는 목표지점에 대한 의지와 사명감이 뚜렷한 파운더가 투자자(VC)와 힘을 모아 회사를 키울수 있다는 투자 가치관을 갖고 있다. 신약, 의료기기 개발 등이 처음 계획 그대로 완성되기 매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큐로셀은 정 상무의 투자철학과 맞닿아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정 상무는 큐로셀에 총 4번의 투자를 단행했다. 큐로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CAR-T 치료제 임상을 시작한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스틱벤처스의 회수 기회가 열렸다.

정 상무는 “큐로셀은 로컬 기술을 어떻게 키워야 매출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다”며 “글로벌 회사들이 국내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분석하고 로컬라이제이션 1등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 미국 유럽 이외에 이머징 마켓 공략법까지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고 평가했다.

창업팀이 조화롭게 구성돼 있었다는 점도 주목했다. 시장을 파악하고 회사를 조직화할 수 있는 경영자와 기술을 백업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가 있는 큐로셀의 구조가 이상적이라고 봤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산업에서 전략기획을 맡았던 이력이 있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전해진다.

시리즈A부터 세 번의 투자를 단행한 팀프레시도 정 상무의 대표 포트폴리오다. 팀프레시는 식자재 유통사업에서 새벽배송으로 7000여명의 자영업자에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다. 컬리 출신인 이성일 대표가 2018년 설립했다. 정 상무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유니크하다고 판단했다. 또 관련업에 종사해오던 대표의 시장 확대전략이 명확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투자 당시 컬리의 밸류가 1300억원으로 추산되고 쓱 배송이 시작할 시기였다.



◇트랙레코드 1:성공적인 첫 투자·회수 ‘티움바이오’…투자천재 수식어도

정 상무의 첫 투자와 회수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정보라 상무는 2017년 스틱벤처스에 입사한 뒤 2018년 ‘스틱4차산업 혁명펀드’ 결성을 도왔다. 이 펀드로 희귀질환 신약개발 기업인 티움바이오에 30억원을 투자했고 이후 100억원을 회수했다. 1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회수하면서 2.9배 멀티플, 내부수익률(IRR) 95%를 달성했다. 첫 투자는 망한다는 속설이 있는 벤처업계를 뒤집어 놓은 성적이었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투자천재’가 나왔다며 바이오로 큰 돈 버는 하우스가 되겠다는 기대를 내보였다고 한다.

애널리스트 경험을 살려 여의도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회사의 강점을 찾은 것이 정 상무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신약회사를 많이 만나봤었는데 상장했을 때 여의도 투자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회사인지를 먼저 확인했다”며 “티움바이오는 프리IPO 직전인 스케일업 단계에 있었고 초기 R&D(연구개발) 검증이 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산업 경험이 많은 창업자들로 구성이 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훈택 대표는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상무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SK 출신 인력이 포진됐다. 티움바이오는 지난 2023년 SK케미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주식 29만276주를 출자 받으면서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다.

첫 투자부터 단추를 잘 꾄 정 상무는 이후 하우스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입사 후 1년 뒤인 2018년 이사 승진을 하고 이듬해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첫번째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서 하우스에서 많이 믿어주고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2: 2570억 규모 펀드 대표 매니저…새로운 원천 기술 가진 회사 발굴

정 상무는 바이오·헬스케어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2022년 2570억원 규모로 결성된 ‘스틱이노베이션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았다. 하우스에서 젊은 심사역에게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긴 최초 사례였다. 스틱이노베이션펀드는 스틱벤처스가 2018년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분사한 이후 최대 규모로 결성한 벤처펀드다.

정 상무는 이 펀드를 통해 새로운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를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파이프라인 한 두 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곳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진코어, 오름, 일리미스테라퓨틱스가 그 주인공이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가위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다. 기술적으로는 초기단계이지만 정 상무는 이곳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추신경계질환(CNS) 신약개발사인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가이아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약을 만든다. 가이아 플랫폼을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개념 증명 연구에서 기존 항체 치료제 대비 개선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 받기도 했다.

지난해 5월 50억원 규모로 투자한 오름테라퓨틱(오름)은 정 상무의 회심작이다. 바이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투자 검토를 했다. 회사 기술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바이오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스틱벤처스만 단독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기존 투자자들이 팔로우온 투자를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오름은 26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정 상무는 오름의 신기술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은 많은데 여기에 단백질 분해제를 붙이는 기술은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오름의 파이프라인은 암 치료 영역에 새로운 치료 기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계획: 좋은 기업 발굴해 바이오 생태계에 도움 될 것…1년 2개사 상장 목표

정 상무는 올해 목표로 ‘꾸준함’을 꼽았다. 바이오 섹터의 환경이 변화무쌍하지만 꾸준히 일정한 투자금액을 유지하면서 투자하겠다는 포부다. 일년에 글로벌 파트너링이 가능한 회사를 2개 발굴하고 포트포리오사 2곳을 상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가치가 높은 기업을 발굴해야 투심을 통과할 수 있다”며 “바이오 장이 안 좋을때 내부를 설득해서 투자금액을 유지하는게 어려운 일인데 좋은 기업을 발굴해서 잘 키워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투자금액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회수작업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스틱이노베이션펀드’에서는 조기에 회수된 기업들을 통한 의미 있는 성과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 상무는 “이노베이션펀드는 대형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하면서 빠른 회수와 높은 회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올해도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스틱이노베이션펀드’는 절반 이상 소진된 상태다. 따라서 정 상무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새로운 바이오 섹터 펀드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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