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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밸류업 리포트]씨아이에스의 승부수, '하이브리드코터' 직접 보니①전극 건조 속도 높이고 소비전력 낮추고, 제조사 원가절감 기여

대구=김혜란 기자공개 2024-03-28 07:56:34

[편집자주]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는 12만명의 참석자가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배터리 3사를 비롯해,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의 올해 '비기'를 엿볼 수 있었다. K-배터리의 높아진 위상은 2차전지 기업의 반등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2차전지 전환 국면에서 K-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주요 코스닥 제조사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존 열풍 건조 방식의 코터에 레이저 기술을 접목해 진화한 '하이브리드 코터(Hybrid Coater)'가 코터 장비 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배터리 제조사에서) 이 장비를 함께 검증해 보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대구 달서구 호산동에 있는 씨아이에스(CIS) 3공장 연구동을 안내한 도유엽 기획팀 과장이 신장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이브리드 코터로 전극공정(양극과 음극 극판을 만드는 과정)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씨아이에스 내부엔 활기가 돌았다.

3공장은 씨아이에스가 보유한 5개 공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토지면적이 2만7942㎡(약 8452평)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개발을 시작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 검증 중인 하이브리드 코터 장비 생산지이기도 하다.

씨아이에스 3공장 전경(사진=김혜란 기자)

연구동 안에 들어서니 총길이가 50m인 하이브리드 코터가 눈에 들어왔다. 주력 장비인 롤프레스(Calender) 보다 10배는 커 보이지만 기존 코터 장비보다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든 규모라고 설명했다. 기술 보안이 중요해 그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장비다. 그는 "다른 장비사들이 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이브리드 코터 관련) 특허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코터는 지난해 3월 에스에프에이(SFA)가 씨아이에스를 인수하면서 개발이 가능했다. SFA의 레이저 기술을 씨아이에스의 코터 장비에 이식했기 때문이다. 코터는 집전체(구리나 알루미늄 극판)에 양극과 음극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등이 섞인 슬러리를 균일하게 코팅한 뒤 열풍으로 건조해 주는 장비다.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코터는 열풍으로 말리되 중간중간 레이저를 쏘아줘 건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하이브리드 코터 장비의 시작점에는 슬러리를 분사해 극판 위에 자동으로 도포하는 장치가 있다. 그다음 이 극판이 50m 터널(건조로)을 지나면서 건조된다. 건조로를 통해 나온 전극은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린 형태로 다음 단계인 롤프레스 장비로 옮겨진다. 롤프레스에선 코팅된 극판 원단을 수톤의 압력을 가해 압착해준다.

연구동의 옆 동으로 자리를 옮기니 기존 코터를 볼 수 있었다. 현재 납품 중인 코터와 비교해 보니 하이브리드가 규모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줄였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상용화된 기존 장비는 2단으로 구성됐으며, 상부(60m)와 하부(60m)를 다 합쳐 총길이가 120m라고 했다. 글로벌 코터 장비 회사들의 장비 모두 비슷한 규격으로 생산된다. 하이브리드 코터는 2층 구조를 1단으로 바꾸고 장비 전체 길이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제조사의 풋프린트(설비 점유 공간)를 줄여준다.

씨아이에스의 기존 코터장비(왼쪽)와 롤프레스 장비. 하이브리드코터는 보안이 중요해 사진을 싣지 않는다.(사진=김혜란 기자)

또 하이브리드 코터를 사용하면 열풍으로만 말릴 때보다 전극 건조 속도가 두 배 빨라진다고 한다. 그만큼 전력 사용량도 기존보다 50% 이상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열풍 건조로는 전극을 고르게 건조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데, 레이저와 제어 기술을 추가해 이를 보완했다.

씨아이에스 관계자는 "기존 열풍 건조 방식으로는 건조 속도를 빠르게 하면 바인더가 전극 표면으로 이동하면서 접착력이 저하되는 등의 전극 품질 문제가 발생해 속도 향상에 한계가 있다"며 "하이브리드 코터의 경우 레이저 건조 기술을 활용해 전극의 품질 저하 없이 건조 속도를 향상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제조사나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10년 수준인 배터리 수명을 2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전극 공정에서 전극 품질을 개선해주면 배터리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씨아이에스는 2002년 설립됐다. 코터를 일본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씨아이에스는 전극 공정에 필요한 주력 장비인 코터와 롤프레스, 슬리터 세 장비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수주잔고 기준으로 롤프레스 비중이 약 60%이고, 코터는 26% 수준에 불과했다. 코터를 사업화한 지 얼마 안 됐으나 새롭게 개발한 장비가 시장에 안착하면 코터의 매출 기여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기존 장비의 한계점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코터가 글로벌 제조사의 검증을 통과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코터 강자인 일본 히라노(Hirano)와 비교해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씨아이에스 측은 "올해 연말까지 (하이브리드 코터의 양산 시설 도입을 위한) 검증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첫 수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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