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alk]<듄: 파트2>는 '5억달러' BEP를 어떻게 넘겼을까제작비 1.9억달러+프로모션 비용 1억달러…최종 6억달러 돌파 예상
고진영 기자공개 2024-03-22 07:38:1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ilence! (조용히!)”전편에서 대모 모하임의 ‘목소리’에 굴복했던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 <듄: 파트2>에선 모하임을 같은 방법으로 침묵시킨다. 말로 의지를 강제하는 신비로운 능력이다.
영상 각색이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듄> 시리즈가 두 편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 드니 빌뇌브는 최근 "솔직히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사가 아니라 순수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영화를 기억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듄 2>의 강점은 압도적 영상미 뿐 아니라 간결하고 잘 쓰여진 대사에 있다. 스토리에 따라 움직이는 상징적 언어가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를 간결하게 전달한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로선 드물게 국내에서도 대흥행을 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제작비 80% 투자한 레전더리픽처스
<듄: 파트2>는 17일(현지) 월드와이드 기준 4억9812만달러치 티켓을 팔았다. 이중 북미(domestic)에서 낸 수익이 2억472만달러로 약 59% 수준이고, 다른 국가들(international)에선 2억9340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18일 자정 5억달러 돌파가 사실상 확실시 된다.
이로써 <듄 2>는 2024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쿵푸팬더4>와 <밥 말리: 원 러브>가 뒤를 따르고 있다. 전편인 <듄>이 북미에서 올린 최종 수익이 1억833만달러인데 이 기록을 열흘만에 넘겼다. <듄>의 경우 HBO맥스와 극장에서 동시공개됐으니 흥행에 불리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파트2가 훨씬 성공적이다.
하지만 벌어들인 수입이 많은 만큼 <듄 2>는 제작에도 엄청나게 비싼 노력이 들어갔다. 제작비만 무려 1억9000만달러를 썼고 전 세계 홍보비용으로 1억달러를 추가 지출했다. 마케팅 비용을 감안해 손익분기점(BEP)을 계산하면 제작비용의 두 배를 훨씬 넘는 5억달러에 이른다. 이제 막 돈 버는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듄 2>는 워너브라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Legendary Pictures)가 공동 제작하고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레전더리가 예산의 대부분인 80%를 댔으며 나머지를 워너브라더스가 채웠다. 레전더리는 <쥬라기 월드>와 <다크 나이트> 등을 제작한 회사다. 앵커 투자자로 나선 영화 중에선 <행오버 2>가 5억867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최고 흥행작이었는데 <듄 2>가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운명적 만남, 파업 피한 개봉
제작 과정은 평탄치 못했다. 1965년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가 집필한 <듄(Dune)>은 영화 각색이 어렵기로 악명 높았던 소설이다. 당시 판권을 보유 중이던 레전더리 역시 영화를 맡길 만한 감독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중에서도 손에 꼽았던 감독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있었다.
그러다 빌뇌브 감독이 <듄> 제작을 평생의 꿈이라고 언급한 기사를 보고 레전더리는 운명처럼 손을 잡았다. 10대 시절부터 <듄>의 팬이었다는 빌뇌브 감독의 열정적인 참여로 영화 <듄>의 첫 편은 2021년 10월 릴리즈에 성공했다.
하지만 <듄>의 개봉은 반쪽짜리에 그쳤다. 우선 코로나19 때문에 공개가 1년이나 늦어졌고, 개봉과 함께 HBO맥스에 동시 스트리밍됐다. 워너미디어 CEO인 제이슨 킬라(Jason Kilar)가 OTT를 키우기 위해 밀어 붙였던 전략이다.
당시 이 전략에 대해선 업계 반발이 대단했다. 워너브라더스와 20년이나 인연을 맺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테넷> 스트리밍을 계기로 파트너십 중단을 선언했을 정도다. 극장수익 타격을 걱정한 레전더리 역시 워너미디어 측과 지난한 협상을 했다.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결국 <듄>은 OTT 공개를 피할 수 없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듄>이 월드와이드 4억달러를 넘기는 성공을 거두자 레전더리는 곧바로 파트2 제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1960년 이후 63년 만에 터진 배우와 작가의 동반 파업이 할리우드를 덮쳤다.
티모시 샬라메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이 파업으로 영화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워너브라더스와 레전더리는 불안해졌다. 결국 영화 개봉일자를 2023년 11월에서 2024년 3월로 옮겼다. 옳았던 결정이다. 북미에서 <듄 2>의 개봉 첫주 주말 실적은 전작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한국, 글로벌 7번째 수익규모…최종 성적은
업계에선 <듄 2>가 다음 주말 5억6000만~5억7000만 달러, 그 다음 주말까지 6억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3월 말 개봉하는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듄> 시리즈와 같은 관객층을 겨냥 중이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듄 2>의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또 4월에는 데브 파텔의 감독 데뷔작인 <몽키 맨>, 알렉스 갈랜드 감독의 <시빌 워>가 줄줄이 개봉한다. 시장 사정을 감안했을 때 <듄 2>가 6억5000만~7억달러 구간을 넘기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6억2500만달러 안팎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속편 제작이 보장되는 대단한 실적이다.
흥행 수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서 <듄 2>의 박스오피스 수익은 1102만달러(17일 기준)에 이른다. 북미를 제외하면 중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다음으로 많다. 다만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해외보다 북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 미국에선 영화 티켓 판매의 50~60% 정도를 받고, 해외는 약 20~40%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시장이 크지만 스튜디오가 25% 수준만 가져갈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수입사를 거치지 않고 <듄 2>를 직접배급(직배)한다. 과거엔 영화법에 따라 정해진 국내 수입사만 외화를 들여올 수 있었으나 1986년 법 개정으로 해외 스튜디오들의 직접배급이 가능해졌다.
박스오피스 수익은 부가가치세(10%) 등을 빼고 극장과 배급사가 '부율'에 따라 배부받는데 해외 직배사들은 외부에 정확한 부율 공개를 꺼린다. 보통 한국영화는 배급사가 50~55%를 가져가지만 외화의 경우 더 많은 60% 수준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한때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배급(필름 임대료)과 TV매출 등을 통해 매출을 내는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이후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본사에 로열티 수수료를 지급한다. 수익의 96%에서 기타 관련부대비용을 공제한 금액이다. 관련부대비용이 수익의 96%를 초과할 때는 다음해 부대비용으로 처리한하고 있다. 2022년엔 95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로열티 수수료로 745억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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