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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alk]오스카 후보된 CJ ENM <패스트 라이브즈>, 작품상 투표 방식은후보작품 나열하는 '선호 투표제' 사용해 집계…'호불호' 없는 영화 유리

고진영 기자공개 2024-03-06 09:12:2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ENM이 공동제작한 영화 <패스트 라이즈브(Past Lives)가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있다. 각본상과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상태다. 특히 작품상은 매년 오스카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문인데, 그만큼 복잡한 투표방식을 거쳐서 정해진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은 <패스트 라이브즈>를 비롯해 <오펜하이머>, <가여운 것들>, <플라워 킬링 문>, <아케리칸 픽션>, <추락의 해부>, <바비>, <바튼 아카데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10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전초전' 캠페인과 투표

오스카 투표 프로세스는 후보가 발표되기 한참 전 시작된다. 제 96회 아카데미시상식의 경우 작년 11월 출품이 마감됐으며 12월 사전 투표를 치렀다. 결과에 따라 총 321편이 아카데미상 후보 대상, 이중 265편이 최우수 작품상(Best Picture)의 대상이 됐다. 여기서 다시 후보를 솎아내는 작업을 거친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1월 11일부터 16일까지 후보자에게 투표, 1월 23일 후보 명단이 발표됐다. 2월 22일부터 2월 27일까지 최종 투표를 마쳤으며 3월 11일 오전 8시에 시상식이 열린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국내 개봉일을 이달 6일로 잡은 것도 시상식 스케줄을 감안한 결정이다.


투표권자인 아카데미 회원들은 1만500명에 이른다. 배우, 작가, 감독, 프로듀서, 의상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18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2016년만해도 6261명에 불과했는데 70% 가까이 많아졌다. 2015년 ‘#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가 크게 이슈된 이후 여성과 유색인종을 중심으로 회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후보 선정이나 최종 수상 결과는 유권자들에 대한 스튜디오와 배우, 감독 등의 캠페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투표권자들이 모든 영화를 다볼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상을 노리는 스튜디오들로선 상영 행사 등 캠페인에 총력을 쏟는다. 일종의 선거 운동인 셈이다.

과거엔 스튜디오들이 아카데미 회원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 DVD로 만들어진 무료 스크리너(Screener)를 보내기도 했다. 매년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100만개 이상의 스크리너를 받았다. 하지만 복제가 문제되면서 지금은 유권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스트리밍을 통해 작품이 서비스 되고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CJ ENM과 공동제작한 할리우스 스튜디오 A24 역시 이런 캠페인 활동에 익숙한 곳이다. 2017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문라이트>를 배출해냈고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윤여정 씨)을 받았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컷.

◇작품상에만 쓰이는 '선호투표제'

최종 승자는 어떻게 정해질까. 아카데미는 총 24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대부분은 그 부문에 속한 아카데미 회원이 투표한다. 연기상은 배우, 감독상은 감독, 각본상은 작가가 표를 던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우수 작품상의 경우 모든 회원이 유권자이며 투표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다른 카테고리는 후보 1명이 1표를 행사하는 단순한 방식을 써서 수상자를 정한다. 하지만 최우수 작품상은 ‘선호투표제(preferential ballot)‘ 또는 ‘즉시 결선투표(instant runoff voting)라 불리는 시스템을 쓰고 있다. 2009년 최우수 작품상 후보수를 최소 5개에서 최대 10개로 확대하면서 투표 집계법을 바꿨다.

우선 유권자들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1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에 든 작품들을 선호도 순으로 나열한다. 여기서 1위표를 셈하는데, 과반을 득표한 영화가 있으면 자동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 끝나는 일은 드물고 보통은 과반을 얻지 못한다.

이처럼 첫 단계에서 승자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가장 적은 1위표를 받은 영화는 경합에서 열외된다. 다만 이 작품을 1위로 선택한 유권자들의 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두 번째 선택지로 재분배된다.

가령 유권자 A가 <아메리칸 픽션>을 1위, <패스트 라이브즈>를 2위로 꼽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아메리칸 픽션이> 가장 적은 1위표를 얻었다면 해당 영화가 아니라 <패스트 라이브즈>가 득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한 영화의 점유율이 50%를 넘을 때까지 반복해서 최우수 작품상이 정해진다.

◇최대 10개, 후보 선정 과정은

아카데미는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기에 앞서 후보를 정할 때도 선호투표제를 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든 아카데미 회원은 후보가 될 수 있는 작품 가운데 최대 5개를 선호도 순으로 고른다. 종이로 투표하던 시절엔 같은 영화를 다섯 번 써내는 '만행'이 문제되곤 했지만 전자투표로 바뀌면서 이런 일은 사라졌다.

투표가 끝나면 총 투표수를 11로 나눠서 기준값을 정한다. 후보가 될 수 있는 최대 작품 수인 10에 1을 더한 숫자다. 이 기준값을 넘는 1위표를 받은 영화는 한 번에 작품상 후보로 오른다. 그런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영화가 5개 이상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작품상은 최소 5개여야 하므로 2차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단계에선 이른바 '잉여의 법칙(surplus rule)'이 적용된다. 앞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기준값보다 10% 이상 많은 표를 받았다면 불필요한 표를 2위 영화에 퍼센티지(%)로 나눠준다. 표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예들 들어 기준값이 50이고 <오펜하이머가>가 100표를 받았다면 <오펜하이머>는 후보에 오르기 위해 실제 얻은 표의 50%만 필요했다. 따라서 1위에 <오펜하이머>를 써낸 모든 투표의 2위 영화는 그 표 수의 50%를 받게 된다. 만약 2위 영화가 이미 후보에 포함됐다면 세 번째 선택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컷.

마지막으로 표의 재배포가 이뤄진다. 총 투표수의 1%에 못 미치는 1위표를 받은 영화는 후보 대상에서 빠진다. 하지만 그 두 번째 선택지는 여전히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총 득표수를 계산해서 5%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영화가 후보자 목록에 포함된다.

◇왜 선호투표제일까

아카데미 측은 이런 선호투표제가 가장 공정한 결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선호투표제는 세계 여러 곳에서 후보자가 2명 이상일 때 사용되는 선거 시스템이다. 버려지는 표 없이 모든 투표가 최대한의 영향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유권자들이 가장 경멸하는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차악에 투표하는 대신, 선호도를 매길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상결과가 '미적지근'해진다는 불만도 나온다. 선호투표제를 쓰면 호불호는 갈려도 추종자가 많은 영화, 대담하고 창의적인 영화가 꼽히기 보다는 대다수의 유권자가 두세 번째로 좋아하는 안전한 영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받는 영화보다는 가장 일반적으로 좋아하고, 일반적으로 싫어하지 않는 영화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작품상 시상이 이뤄지기 전 결과를 미리 아는 것은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두 파트너 뿐이다. PwC는 투표의 전체 프로세스를 감독하고 집계하며 봉인된 봉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2017년 오스카 시상식에선 우승작 <문라이트> 대신 여우주연상 수상작(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쓰인 봉투를 건네, 도중에 수상작을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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