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리뷰]상신이디피, '미완의 승계' 우려에도…"밸류업 의지 커"[코스닥]2세 김민철 전무 200억대 증여세 이슈, 참모 '국명호 CFO' 역할 주목
김소라 기자공개 2024-03-29 07:15:53
[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14: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부품 업체 '상신이디피'가 인위적인 밸류에이션(시가총액) 억제 관련 지적에 반박했다. 현재 2세 승계 이슈를 안고 있는 만큼 밸류에이션 부양에 따른 부담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에 동참,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대개 2세 승계를 앞둔 기업들은 밸류에이션 이슈가 따라붙는다. 후계자의 안정적인 경영 체계 확립을 위해 오너가 지분을 이양해 주는 작업을 필수적으로 전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의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지분 가치를 기준으로 세율이 책정되다 보니 주가가 높아질수록 오너가(家)의 세액 납부 부담도 가중된다.
상신이디피는 현재 2세 대물림 작업이 진행되는 단계다. 창업주인 김일부 대표의 아들인 김민철 전무가 경영권을 물려받는 수순이다. 김 전무는 이미 사내이사로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로 활동 중이다. 2007년 상신이디피 코스닥 상장과 맞물려 합류했다. 당시 김 전무가 30대에 접어들 무렵이다.
현 시점에서 남은 과제는 지분 이양이다. 김 전무는 이달 기준 3.8% 지분을 갖고 있다. 향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기 위해선 지배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다만 현재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한 외부 주주는 없다. 지분 5% 이상 주주는 최대주주인 김일부 대표를 비롯해 김 대표의 배우자 장태선씨가 유일하다.
표면적으론 적극적인 이양 작업이 이뤄지진 않고 있다. 현재 김 전무 보유분은 모두 그가 직접 매입한 지분이다. 김 대표나 어머니 장씨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지 않았다.
다만 비용 측면에서 최대한 유리한 방향을 택했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 등 시가 대비 낮게 주식을 취득할 수 있을 때를 적극 활용했다. 전환사채(CB)에 투자해 지분을 늘린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일례로 2022년 8월 김 전무는 기발행 CB에 대해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 결과적으로 주당 8381원에 신주를 확보했다. 당시 상신이디피 주가는 1만7000원~1만8000원 수준이었다. 50% 이상 할인이 적용된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확충했다.
지배력 이양 작업과 관련해 향후엔 보다 정교한 전략 수립이 필요할 전망이다. 올해 김일부 대표가 75세로 현실적인 측면에서 오랜 기간 더 경영 운전대를 잡고 있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의 승계 과업을 보좌할 내부 참모진 역할이 더욱 부각된다. 경영 관리·회계·자금 업무를 두루 관장하고 있는 국명호 부사장에 눈길이 쏠린다.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 중인 국 부사장은 상신이디피 코스닥 상장 직전 합류해 올해로 21년째 김 대표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자금 조달 등이 대표적이다. 수증자인 김 전무 입장에선 부친 혹은 모친 지분 증여분에 대한 세금 납부 의무가 있다. 순조로운 가업 승계를 위해 세금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하게는 연부연납 제도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7조에 따라 증여세를 최대 5년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는 제도다. 상속 및 증여에 따른 세금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신청 가능하다. 통상 오너가가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 주식담보대출 등도 거론된다.
김 전무가 부담해야 할 증여세는 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날(19일) 상신이디피 종가(1만9050원)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수치다. 김일부 대표 지분 전량을 아들인 김 전무에게 이양한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김 대표 지분 가치는 현재 약 390억원이다. 증여 주식 총 가치가 30억원을 넘을 경우 50%의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법에 따라 김 전무는 최소 약 190억원이 필요하다. 최대주주 주식에 할증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부담 여지도 있다.
상신이디피 측은 승계 작업을 고려한 주가 억제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증여세 납부 과제를 안고 있지만 밸류에이션 제고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상신이디피 관계자는 "아무래도 가업 승계 이슈가 있다 보니 투자자 측에서 회사가 주가를 계속 억누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번에 자기주식 취득·소각 작업을 통해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면서 관련 오해들이 일부 해소되지 않았나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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