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밸류업 리포트]롤투롤 강자 피엔티, '저가형·꿈의 전지'로 미래 준비①LFP·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기술 확보
서하나 기자공개 2024-03-22 13:59:10
[편집자주]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는 12만명의 참석자가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배터리 3사를 비롯해,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의 올해 '비기'를 엿볼 수 있었다. K-배터리의 높아진 위상은 2차전지 기업의 반등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2차전지 전환 국면에서 K-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주요 코스닥 제조사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2차전지 시장은 급증하는 수요만큼이나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다. 대세였던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신해 인산철을 넣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전해질 부분을 고체화해 안전성을 크게 높인 '전고체 전지' 등이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2차전지 전극공정 제조사 피엔티(People & Technology, Inc, PNT)는 바로 이런 트렌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롤투롤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주 잔고를 채우는 한편 LFP 배터리 양산과 전고체 배터리 제조 장비 기술력을 확보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중국 주도 차세대 LFP 배터리 시장, '국산화' 도전
2차전지 시장은 그동안 리튬이온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할 때 리튬 이온과 전자가 양극과 음극을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다. 한계점도 분명하다. 에너지 밀도가 기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있다. 코발트, 리튬, 니켈과 같은 고가의 금속을 쓰다보니 가격이 비싸다. 화재에 취약한 특성상 안정성 이슈도 따라다닌다.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대신 인산철을 넣어 LFPO(LiFePO4)로 양극재를 구성한 배터리를 말한다. 최근 코발트, 니켈 등 원자재 비용이 치솟으면서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안정성도 높다. 리튬인산철(LiFePO4)은 크리스털 형태의 육면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격자 구조인 '올리빈 구조'를 보유해 과충전이나 과방전에 따른 화재 위험이 낮고 배터리 셀이 열화되는 현상도 적어 배터리 수명도 긴 편이다.
피엔티는 지난해 6월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를 설립해 바로 이 LFP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미 보유한 전극공정 노하우와 LFP 소재 기술을 활용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LFP 시장에서 국산화 도전장을 내밀었다. 초기 200MWh(메가와트) 규모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LFP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피엔티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그동안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 확보에 불리했다"며 "중국 기업들이 주로 엔터리 전기차용으로 LFP를 생산했는데 최근엔 셀투팩(Cell to Pack) 등 배터리 내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 내부 부품을 최소화해 약점을 보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40%를 LFP 배터리가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ESS의 경우 특히 전기차 대비 공간제약·출력 등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LFP 선호도가 특히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고체 전지' 장비 제조 기술 '특허' 취득
피엔티가 2022년 전고체 전지를 제조하는 장비기술 관련 특허를 냈다는 사실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고체 전지를 한 마디로 말하면 모든 게 '고체'로 이뤄진 전지다. 기존 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가운데 전해질 부분이 액체로 구성됐는데 화재시 바로 이 전해질이 '연료'가 돼 활활 타오른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기존의 배터리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해 아예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게 바로 전고체 전지다.
피엔티는 배터리 제조 공정 중 전극 공정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믹싱해서 코팅하고 프레스해서 슬리팅하는 장비를 생산한다. 배터리셀에 전해액을 넣는 공정에 변화를 줘 액체 전해질 부분을 고체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로 특허를 냈다. 이렇게 제조된 전고체 전지는 가연성이 대부분 제거된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은 "2차전지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데 가장 크게 성장세를 주도하는 건 역시 전기차"라며 "전고체 전지는 바로 이 전기차에 필수적인 '가연성 제거'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차세대 2차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품질 좌우하는 '롤투롤' 핵심기술
물론 피엔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여전히 롤투롤 기술에 있다. 피엔티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중 전해액을 제외한 재료를 제조하는 장비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롤투롤은 회전하는 롤(roll)에 소재를 감아 물질을 도포하는 기술인데 크게 코팅, 건조, 압축, 절단 등 공정으로 나뉜다. 크기가 각기 다른 롤을 정해진 간격으로 배치해 활물질을 도포하고 건조한 뒤 롤프레스 장비를 통해 얇게 만들고 슬러터 장비로 커팅하는 과정이다.
이 중 '코팅'은 생산의 첫 단계인 만큼 중요도가 높다. 최근엔 동박이 6마이크론대까지 얇아지면서 아주 얇은 동박 위에 활물질을 입히는 코팅 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피엔티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가 워낙 민감하고 얇아 미세한 차이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롤 간격, 길이, 회전 속도 등에 따라 소재 품질이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피엔티는 중국 법인을 통해 동박장비 중 하나인 티타늄 드럼도 개발하고 있다. 티타늄 드럼 기술은 동박을 나노미터(nm) 두께로 쌓아 그만큼 더 많은 활물질을 코팅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베터리 에너지 저장량을 늘릴 수 있는 기술이다. 그동안 일본제철, 쇼와티타늄, 아카호시, 나이카이아키트 등이 장악하고 있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면 피엔티는 모든 동박 장비를 국내화하는 유일한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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