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DB금투, '알짜 스팩' 잇따라 선보인다DB금융스팩12호 이어 추가 예심 청구 계획…연이은 합병 덕 '자신감'
이정완 기자공개 2024-03-22 07:17:4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금융투자가 IPO(기업공개) 핵심 영업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스팩(SPAC)을 신규로 선보인다. 지난해 반도체 장비 기업 제이엔비와 산업용 레이저 기업 한빛레이저를 연이어 합병시키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원활한 합병을 위해 항시 3개의 스팩이 증시에 상장돼 있도록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DB금융투자는 올해도 전통 IB(기업금융) 사업 강화를 노리고 있어 IPO 주관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1월에만 두 건의 직상장을 완수한 덕에 주관 순위도 전보다 높아진 상태다. 이 같은 기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합병 위해 '3개' 스팩 유지 계획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최근 DB금융스팩12호의 코스닥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예정 주식 수는 584만주이고 이 중 공모 주식 수는 500만주다. 스팩 발행가액이 2000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장 후 시가총액은 117억원, 공모액은 100억원이다.
스팩 최대주주는 에이앤지홀딩스로 지분율은 95%다. 에이앤지홀딩스는 DB금융스팩9호에도 최대주주로 투자한 바 있다. 2021년 상장할 때 스팩 지분 95%를 가지고 있었다. DB금융스팩은 지난해 11월 제이엔비와 소멸합병에 성공했다.
과거 성공 경험이 바탕이 돼 에이앤지홀딩스와 협업이 지속된 것으로 관측된다. DB금융투자는 에이앤지홀딩스와 함께 만든 DB금융스팩9호 외에 올해 1월 한빛레이저와 DB금융스팩10호의 합병 절차도 마쳤다. 상장 후 3년 내에 합병할 만한 기업을 찾지 못해 청산되는 스팩이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탄탄한 기업을 확보해 붙였다.
스팩 합병 덕에 DB금융투자도 약속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선 수수료 수익이다. 2021년 DB금융스팩9호가 상장할 때 2억8000만원의 인수수수료 중 절반인 1억4000만원은 합병 후 지급되기로 했다. DB금융스팩10호 역시 합병 후 1억7500만원의 수수료가 약속돼있었다.
수수료보다 더 기대할 만한 게 투자 성과다. DB금융투자는 두 스팩이 상장할 때 주주로 출자한 것을 비롯 전환사채(CB)에도 투자했다. 올해 초 한빛레이가 상장 후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한빛레이저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매각 차익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스팩 합병 사례가 지속되다 보니 IPO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서 꾸준히 증시에 3개 정도의 스팩을 보유하려 한다. 스팩은 예비 상장기업이 직접 수요예측을 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 투자자 관심은 덜하지만 실적이 탄탄한 기업이 택하는 주요 증시 입성 수단이다. DB금융투자가 현재 상장시켜 둔 스팩은 DB금융스팩11호 하나 뿐이라 이번 DB금융스팩12호 상장 이후에도 추가 상장을 노리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DB금융스팩13호 상장 시기도 정해질 전망이다.
◇IPO 주관 순위 10위권 지킬까
DB금융투자는 이번 스팩 상장으로 IPO 주관 실적을 추가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호황으로 매년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하던 DB금융투자는 2022년 들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전통 IB에 힘을 싣기로 했다.
올해 들어 본격적인 성장세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2022년 464억원이던 IPO 주관 실적은 지난해 351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같은 기간 IPO 주관 순위도 15위에서 16위로 한 계단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 초 스튜디오삼익과 케이엔알시스템을 연달아 상장시키면서 지금까지 300억원에 육박하는 주관 실적을 쌓았다. 스튜디오삼익은 과거 IBK투자증권을 파트너로 스팩 합병을 추진하다 무산된 기업으로 상장 전 난도 있는 IPO로 평가 받았다. 케이엔알시스템도 NH투자증권과 상장을 준비하다가 DB금융투자를 공동 대표 주관사로 추가해 속도를 낸 딜이었다.
DB금융투자는 연초 직상장 주관이 몰리며 IPO 주관 순위 7위에 자리하고 있다. 중소형 공모주가 연일 흥행을 거듭하는 시기를 잘 활용했다. 이번 스팩 주관까지 포함하면 상반기 내에 400억원에 가까운 주관 실적도 기대할 수 있다. DB금융투자는 스팩과 직상장을 포함해 2~3곳의 기업을 추가로 주식시장에 입성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말까지 10위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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