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밸류체인 파트너]HPSP, 최대주주의 장기투자 결단 '더 큰 과실 있다'③크레센도, 펀드 만기 연장 검토…급격히 커진 덩치, 엑시트 '양날의 검' 가능성도
김경태 기자공개 2024-03-26 08:28:21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 생성형AI 바람이 거세다. 기류를 제대로 탄 곳은 다름 아닌 엔비디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제치고 시총 3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파란이다.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만한 이슈다. 하지만 가려져 있는 곳이 많다. 엔비디아 협력사로 SK하이닉스 정도만 잘 알려져 있다. 눈을 넓히면 엔비디아의 사업과 연결된 국내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과연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엔비디아 밸류체인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지배구조, 성장 전망 등을 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피에스피(HPSP)의 최대주주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PEF 운용사는 통상 투자 이후 3~5년이 지난 뒤 투자금 회수(Exit)를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이 때문에 HPSP의 지배구조 변화도 업계에서 주목하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다만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의 HPSP 투자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HPSP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차익실현에 대한 욕심을 낼 법한 상황이지만 크레센도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장기투자를 추진해 HPSP의 성장 극대화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크레센도 투자 7년…지속 보유 방침, 기업가치 극대화 추진
크레센도는 2017년 HPSP를 인수했다. 당시 '프레스토제6호 사모투자합자회사'를 내세워 HPSP의 지분 51%를 확보했다. HPSP가 2022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무상증자 등이 이뤄지면서 지분율이 40.41%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확고한 최대주주다.
통상 PEF 운용사는 경영권 인수(바이아웃)나 소수 지분 투자에 나선 경우 3~5년의 시간이 흐르면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 하지만 크레센도는 7년여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크레센도는 HPSP의 기업공개(IPO) 당시 구주매출을 하지 않았다. 상장 전에 일부 구주를 매각한 적은 있지만 상장 후 외부 지분 매도로 차익을 실현한 적은 없었다. 통상 PEF 운용사는 보유한 피투자기업의 지분을 매각하기 전 배당, 리파이낸싱(차환), 유상감자 등을 통한 리캡(자본재조정)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지만 크레센도는 이를 전혀 단행하지 않았다. 전액 에퀴티(Equity)로 HPSP에 투자했고 인수금융을 활용하지 않아 리파이낸싱을 할 일도 없다.
결국 크레센도가 HPSP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매각 또는 일부 지분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반도체 및 IB업계는 HPSP의 지배구조 변화를 예의주시해왔다.
아직까지 크레센도의 HPSP 경영권 매각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크레센도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HPSP를 장기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PSP의 기술력과 제품이 최근 들어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만큼 경쟁력을 더 강화해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이를 위해 크레센도에서는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크레센도는 HPSP 인수 당시에 펀드 만기를 10년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시점에 출자자(LP)들과 협의해 기간을 늘리는 게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다. 크레센도가 장기간 HPSP의 경영권을 보유하게 되면 상당 기간 지배구조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는 최소화될 전망이다.
◇시총 4조 상회, 크레센도 보유 지분가치 2조 넘기도
시장에서 크레센도의 HPSP 투자를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PE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대규모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HPSP는 크레센도 체제에서 매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고성장을 이어왔고 주가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크레센도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갈수록 불어났다.
특히 반도체 공정 미세화, 생성형AI 등으로 HPSP의 수혜가 예상되면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급격한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
작년 4월 25일 주당 1만9980원으로 최근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주가가 점차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 2월 14일 6만39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 후 하락했지만 여전히 작년보다 높은 수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20일 종가는 5만1400원이다.
이달 20일 종가(5만1400원)을 적용하면 HPSP의 시가총액은 4조1649억원이다. 주가가 최고치였던 2월 14일 가격(6만3900원)을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5조1778억원이다. 이 시기 주가대로면 크레센도가 보유한 HPSP 지분가치는 1조6830억~2조923억원이다. 7년 전 불과 100억원대 투자로 인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잭팟'이다.
다만 반도체 및 IB업계는 앞으로도 성장이 지속돼 HPSP의 덩치가 커질 경우 엑시트의 변수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크레센도가 보유한 HPSP 지분 40.4%의 가치만 해도 2조원을 넘는 상황이면 이를 가져갈만한 국내 후보군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에서 M&A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HPSP의 글로벌 경쟁력이 커질수록 해외기업, 해외 PEF 운용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 HPSP는 반도체 전공정에 필요한 고압수소어닐링 장비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만들고 있는 국내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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