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현대건설, 우발채무 대응여력 '현금성자산 2.5조' ②업계 최고 수준, 리스크 현실화해도 부채비율 200% 그칠 듯

이재빈 기자공개 2024-03-27 07:50:26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개발사업이 늘고 있다. 불어나는 이자에 사업성이 떨어져 부지가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브릿지론에 신용을 보강한 건설사들도 리스크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벨은 2년 이상 브릿지론을 사용한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건설사 우발채무 리스크와 출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은 큰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안전성도 갖추고 있다.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낮은 편이다. 장기 브릿지론 사업지의 시행사 채무를 모두 떠안는다고 해도 경쟁사와 비슷한 부채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발부채 현실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탄도 충분히 갖고 있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5000억원을 상회한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높은 시장점유율 덕분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초 회사채 발행 당시 오버부킹에 성공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자체적인 현금창출능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채비율 123%, 2년 이상 브릿지론 합산해도 166%에 그쳐

현대건설의 지난해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23.45%로 전년(116.5%)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총계가 7조3442억원에서 8조2586억원으로 12.45%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는 6조3042억원에서 6조6899억원으로 6.12%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소폭 악화됐지만 건설업계 내에서 현대건설의 부채비율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 이내에 자리하고 있는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부채비율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수준이다. DL이앤씨 75.37%, HDC현대산업개발 119.57%, GS건설 158.24%, 대우건설 197.32% 등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특성상 100%대 부채비율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수준으로 분류된다. 한국기업평가의 평가기준은 △100% 이하 AA △150% 이하 A △200% 이하 BBB △300% 이하 BB △300% 초과 B 등이다.

최초 대출약정 이후 2년 이상 지난 사업지의 우발부채를 현대건설의 실질부채로 분류해도 부채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사업지 중 2024년 3월 기준으로 브릿지론 사용기간이 2년을 넘긴 사업지 4곳의 총 우발부채 보증한도는 2조8873억원이다. 해당 우발부채를 실질부채로 간주한 현대건설의 조정 부채비율은 166.61%로 상승하는데 그친다.

모든 장기 브릿지론 사업장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현대건설이 부채를 떠안게 된다고 해도 경쟁사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브릿지론 우발부채 전액을 실질부채로 간주해도 부채비율은 200%를 하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건설 측은 장기 브릿지론 사업장이라고 해도 사업수지도 여전히 준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두 사업성이 높은 서울 사업장인 만큼 이자비용이 증가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들은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자비용이 발생했으나 사업성을 훼손하거나 타격을 입을 수준은 아니다"며 "브릿지론 사업장들도 업계 최저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현대건설의 자기자본과 유동성, 사업장 입지 등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PF 우발부채 상황을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단위 유동성으로 자금지원 가능, 대형 사업장 만기도 분산

조단위 현금성자산도 현대건설의 부동산 PF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를 덜어주는 요소다. 2023년말 기준으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5121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2조3821억원과 단기금융상품 1300억원으로 구성됐다.

상장된 대형 건설사 중 2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이외에 조단위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시공사는 GS건설(1조6145억원)과 DL이앤씨(1조2636억원) 정도다.

현대건설의 현금 보유액은 2조8470억원에 달하는 장기 브릿지론 보증한도액의 88.24%에 달하는 규모다. 브릿지론 사업장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는다고 해도 현대건설이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시킬 수 있는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조단위 사업장 두곳의 브릿지론 만기가 분산돼 있다는 점도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1조4825억원의 우발부채가 설정된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은 유동화법인(SPC)을 통한 자금조달 기준으로 19회에 걸쳐 만기가 분산돼 있다. 1분기에 이미 2245억원 규모 만기 대응에 성공한 상태다. 분기별 만기 도래액은 2분기 5778억원, 3분기 1150억원, 4분기 6873억원 등이다.

케이스퀘어그랜드강서피에프브이를 통해 시행되고 있는 이마트 가양점 개발사업에는 1조180억원의 신용보강이 제공된 상태다. 올해 만기는 8차례로 분산돼 있다. 1분기에 1620억원에 대한 만기를 연장한 가운데 2분기 401억원, 3분기 201억원, 4분기 5542억원 등의 만기가 도래한다. 2025년 1분기에는 2820억원 규모 브릿지론의 상환기일이 예정돼 있다.

◇그룹 후광에 자금동원력 '상위권',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 수치 지속

현대건설은 유사시 시장조달을 통한 추가자금 확보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에 속해 있어 채권시장 선호도가 높고 자체 신용등급도 'AA-'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초 이뤄진 회사채 발행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2년물 800억원, 3년물 600억원, 5년물 200억원 등 총 16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2년물에 2800억원, 3년물에 2400억원, 5년물에 1650억원 등 총 68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수요예측 규모를 상회하는 주문을 받아내는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덕분에 현대건설은 당초 1600억원이었던 회사채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확대해 증액발행했다.

현대건설의 회사채 발행 흥행은 시점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연초는 통상 회사채 시장 호황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시장에서는 건설사와 증권사, 캐피탈사 등 부동산 PF와 연관성이 높은 기업들의 회사채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현대건설은 모집액의 4배를 상회하는 주문을 받아낸 셈이다.

한 대형 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회사채 시장은 초우량채와 하이일드채로 양극화되는 모양새"라며 "현대건설 등 1군 건설사 회사채는 우량채에 속하기 때문에 꾸준히 시장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8343억원이다. 2022년(-3253억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음의 현금흐름이 이어졌다. 매출이 11조9785억원에서 15조7788억원으로 31.73%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3463억원에서 3405억원으로 유지된 점을 감안하면 현금흐름이 유독 부진한 셈이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매출채권이 6341억원, 계약자산(미청구공사)이 1조2391억원 증가했다. 공사대금을 받기 전에 현대건설 자체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현금이 유출된 셈이다.

매출 외형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수금 지연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올해 분양불 주택이 준공하면서 잔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현재 매출수준을 고려하면 매출채권과 계약자산 규모는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미수금 증가와 물가 및 금리 상승에 따른 원가율 악화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90.95%에서 2022년 92.56%, 2023년 94.61%로 커졌다. 같은 기간 장기미수채권은 8223억원에서 1조276억원으로 24.97% 늘어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