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대웅, 승계경쟁서 배운 인사전략 성과중심 젊은조직①C레벨 연령 40대, 업계 평균보다 10세 낮아…오너 의지 담은 인사전략
김형석 기자공개 2024-04-01 08:52:02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0대 CEO 발탁, 30대 R&D 임원 승진. 대웅그룹의 인사 정책은 제약업계 내에서 화두였다. '상명하복'으로 통칭되는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팽배했던 업계 내에선 파격 그 자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젊어진 임원진은 공격적인 신약 개발에 나섰고 펙수클루와 나보타 등 블록버스터를 탄생시켰다.세대교체와 성과 중심의 인재 활용 철학은 윤재승 최고비전책임자(CVO·사진)로부터 시작됐다. 형제간 경영승계 경쟁 과정에서 성과로 실력을 입증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그는 철저히 성과 중심의 인사 정책을 폈다. 최근에는 그가 CVO로 복귀하면서 손발을 맞출 인력들의 전열을 만들면서 성과중심의 젊은조직이라는 인사전략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임원 평균 연령 40대…5대 제약사 중 유일
대웅그룹의 주력 사업계열사인 대웅제약의 임원 연령은 5대 제약사 중 가장 젊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한미약품 등 매출 순위 상위 5곳의 2023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대웅제약의 전체 임원의 나이는 49세다. 임원 평균 나이가 40대인 곳은 대웅제약이 유일하다. 1983년생인 박은경 ETC마케팅본부장을 비롯해 대부분 1970년 이후 출생자다.
이어 한미약품(52세), 녹십자(55세), 종근당(56세), 유한양행(58세) 등으로 대부분 임원의 평균 나이는 50대 중후반이다.
이사회 멤버와 C레벨의 연령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대웅제약의 C레벨 평균 연령은 48세로 오히려 전체 임원보다 젊다. 반면 한미약품(56세), 녹십자(61세), 종근당(61세), 유한양행(63세) 등이다. 대웅제약의 C레벨 인사들이 10살 이상 젊은 셈이다.
대웅제약의 젊은 인재를 등용하기 시작한 때는 10년 전이다. 2014년 9월 오너 2세인 윤재승 CVO가 회장에 올라선 때다. 윤 CVO는 이후 30~40대 젊은 인재를 팀장·본부장급으로 대거 발탁했다.
오너2세 경영승계의 마지막 관문인 지분정리가 완성된 2018년부터 대웅제약은 40대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재 지주사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전승호 사장이다. 100년여의 국내 제약업계 역사에서 오너가 아닌 전문 CEO로 40대 초반 인물을 배치한 것은 대웅제약이 처음이었다.
전 사장 발탁 이후에도 젊은 인재의 임원 등용은 계속됐다. 2020년에는 1977년생인 이창재 당시 전무를 마케팅·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후 이 부사장은 지난 2021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전했다.
2021년에는 박은경 대웅제약 전문의약품(ETC) 마케팅 본부장이 임원을 달았다. 박 본부장은 1983년생으로 대웅제약에서 첫 1980년대 임원이다. 올해 전 사장 후임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박성수 부사장 역시 1976년생으로 40대다.
◇윤재승 경영승계서 비롯된 '성과주의'
이 같은 젊은 인재 발탁 기조는 '나이'보다 '능력'에 집중한 윤 CVO의 인사 철학이 담겨 있다. 그가 경영승계를 받은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창업주 고(故) 윤영환 명예회장의 삼남이다. 그만큼 경영승계자로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장남인 윤재용 전 대웅생명과학 사장일찌감치 경영승계에 관심이 없었지만 한 살 형인 윤재훈 알피바이오 대표가 일찌감치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대신 그는 사법시험 합격한 뒤 검사직을 10년 가까이 수행했다. 검사를 그만두고 처음 맡은 곳도 대웅그룹이 아닌 개인 회사인 인성정보였다. 대웅그룹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은 것은 1995년에서였다.
형 윤재훈 대표보다 3년 늦게 회사에 입사했지만 승진 속도는 더욱 빨랐다. 조직관리 등 맡은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입사 3년차인 1997년 대웅제약 대표이사에 오르며 차기 승계 입지를 굳혀 나갔다.
하지만 2009년 형 윤재훈 대표가 경영 일선에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아버지 윤영환 명예회장이 뜻에 따라 윤재훈 대표가 대웅제약 대표이사(부회장)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12년간 유지해온 대웅제약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윤재훈 체제는 4년을 채우지 못했다. 각종 구설수에 오른 점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실적부진 때문이다. 2012년 윤재훈 대표는 대웅제약의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를 떠났고 그 자리는 윤재승 CVO가 다시 차지하며 복귀했다. 대표직에 복귀한 그는 이전 체제와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전통과 경험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하겠다는 기조가 인사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단순히 젊은 인재만 발탁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대웅제약은 2018년 사외이사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를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64년생인 그의 영입은 세대교체로 볼 수는 없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다만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연골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대웅제약의 경쟁업체라 할 수 있는 동아에스티를 통해 종합병원에 납품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됐다. 제대혈과 유전체 분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 관계자를 영입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관료나 대학병원 교수가 아닌 동종업계 관계자를 사외이사 선임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과거 SK텔레콤과 NHN 등의 사외이사 등을 경험한 윤 CVO의 유연한 인재 영입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 세대교체 인사…나보타·펙수클루 성공 밑거름
성과 위주의 새 인물 발탁 인사는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돋보이는 분야는 전문의약품(ETC) 사업부 매출이다. 지난해 ETC사업부의 매출은 전년 대비 5.7% 확대한 87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적극적인 신약 개발 투자의 성과다. 대표적인 신약은 나보타와 펙스클루다. 보툴리늄 톡신 제제인 '나보타' 사업의 총괄을 맡은 인물은 올해 대표이사로 오른 박성수 부사장이다. 박 부사장 역시 40대 초 임원에 발탁된 인물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출시 초기부터 2020년까지 메디톡스와의 소송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업 확장에 베팅했다. 그 결과 지난해 나보타의 연매출은 1470억원에 달했다.
P-CAB 기전 신약 펙수클루는 출시 2년 차인 지난해 연매출 53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SGLT-2 억제제 '엔블로'는 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출시 초기 공격적으로 저변 확대에 나서면서 지난해 4분기 주요 4대 병원에 론칭하고 분기 성장률이 60%에 달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원들의 세대교체를 추진하면서 신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향후에도 성과 중심의 인재 발굴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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