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길 잃은 지식산업센터

신상윤  건설부동산부 차장공개 2024-03-28 08:05:2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퇴양난" 최근 만난 건설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잘 알려진 지식산업센터는 부동산 시장에서 상품성이 뛰어난 효자로 취급받았으나 임대 시장이 꺾이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배경은 이렇다. 아파트형 공장이란 옛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지식산업센터는 3층 이상 건물 내에 생산시설을 설치해 제조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건물을 말한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 주거시설이 확대되면서 공장이 들어설 공간이 줄어들자 아파트형 공장이란 형태로 기업들의 입주를 돕기 위해 도입됐다.

입주할 수 있는 사업부문도 제조업을 시작으로 지식산업 및 정보통신업 등 첨단산업시설로 확대되면서 공식 명칭도 지식산업센터로 변경됐다.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소식이 번지자 투자가 몰렸다.

디벨로퍼는 상대적으로 값싸게 나온 공업지역이나 산업단지 내 필지를 사들여 지식산업센터를 공급해 자산과 부를 동시에 불렸다. 돈도 많이 필요 없었다. 공사비에 돈을 대줄 투자자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부족한 신용은 신탁사의 책임준공 상품을 이용하면 걱정 없었다. 유명 건설사들도 앞다퉈 공사하겠다고 뛰어들었다.

IT 벤처 붐이 일었던 지난 몇 년간 임대 시장에 불이 붙자 분양도 걱정 없었다. 수익형 부동산이란 화려한 포장지가 덧씌워지면서 준공과 동시에 팔려나갔다. 하지만 모두가 '윈윈'할 것 같았던 지식산업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한순간이다. 금리가 오르고 분양 경기가 꺾이자 시장이 흔들렸다.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는 수분양자들이 임대인을 못 찾고 발을 구르다 시행사에 허위 광고로 속았다고 하소연했다.

건축 중인 지식산업센터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 공사비를 대출한 투자자는 책임준공을 약속한 신탁사를 압박하고 있다. 책임준공에 발을 담근 건설사도 원가 상승 반영은커녕 우발채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하다 보니 소위 '날림' 공사도 빈번했다.

문제는 수분양자와 시행사다. 임대인을 찾기 어려운 작금의 시장에서 수분양자는 지식산업센터 상품성을 다시 고민한다. 계약금 수준에서 포기하는 것이 분양으로 파생될 잔금 이자 부담이나 세금 걱정을 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행사로선 미분양 물량을 떠안아야 하니 최악이다. 투자비뿐 아니라 지식산업센터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각종 금융 비용과 미분양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이런 상황들이 중첩되니 갈등이 복잡해졌다. 신탁사의 책임준공을 둘러싼 대주단과 이슈가 하나둘 법정 소송으로 불거진 것도 호시절에 장밋빛 전망만 했던 영향이 크다.

모두가 사정이 있다면 본질을 다시 따져보자. 지식산업센터는 하나의 상품이다. 분양자 혹은 입주자 모두가 만족할 공간일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야 한다. 입지 분석이나 시장 환경 등도 중요하지만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면 팔리지 않는다.

경기도 고양시와 양주시, 하남시 등 수도권 일대는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성급히 공사를 마치는 상황도 불거진 상황이다. 공사를 마치기도 전부터 사용승인 신청에 나서면서 일부 분양자들은 잔금 납부와 등기 등 상품을 떠안아야만 한다.

인허가 관청에선 지식산업센터가 주거 시설이 아닌 만큼 일정 수준의 요건만 갖추면 현장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준공승인을 내주는 상황이 불거지자 분양자들이 모여 집단 소송 준비에도 나섰다.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식산업센터의 미착공 현황과 공실률, 분양자들의 상황 등을 관리할 주무부처가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걱정한 서두의 관계자의 "4월 위기설 진위를 판단하긴 어렵지만 혹시 불거진다면 무분별하게 늘어난 지식산업센터가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기우에 그치길 바라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