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 프로축구단 울산HD와 전북현대는 피가 마르고 있다. 2025년 5월에 북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기존 국가 대항전의 월드컵이 아니다. 전세계 대륙별 32개 축구클럽이 모여서 월드컵처럼 경기를 치른다.FIFA는 2025년 대회부터 출전팀을 7개에서 32개로 확대하고 개최 주기도 4년으로 바꿨다. 2025 클럽 월드컵 티켓은 아시아 지역(AFC)에 4장이 배분됐고 이 중 두 장은 2021년 ACL 우승팀인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2022년 ACL 우승팀인 우라와 레즈(일본)가 이미 챙겼다.
나머지 2장 자리를 놓고 우리나라 울산HD와 전북현대가 라이벌답게 혈투를 벌이고 있다. 현재로선 두팀 모두 동반 출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클럽 월드컵 출전 카드 획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어마어마한 출전 상금 때문.
상금 규모는 최종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 등에 따르면 총 25억유로(약 3조6000억원)에, 팀당 출전 지원금도 5000만유로(약 720억원)로 전망되고 있다. 본선 진출 성적에 따라 추가 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32강이 참여하는 클럽 월드컵 본선만 진출해도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프로축구단은 기업구단과 시민(도민)구단으로 크게 나눠진다. 기업구단은 말그대로 특정 기업이 소유한 축구단을 말한다. 삼성, 현대차, GS, SK, HD현대, 포스코, HDC, 하나금융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구단은 연고지의 시민에게 공개 주식매매, 협동조합, 지방정부의 출자 등의 수단으로 자금을 모아 창설한 구단을 일컫는다. 문제는 기업구단이든 시민구단이든 돈 빨아먹는 하마 소리를 듣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하다는 점이다.
전통의 강호인 전북현대는 2022년 4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4100만원 적자를 냈다. 선수단 몸값 198억원 등 운영비로만 400억원대가 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돈이 현대차 등 모기업으로부터 지원되고 있다.
요즘 K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울산HD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 등 계열사 여러곳에서 매출을 올렸다. 347억원 매출에 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선수 몸값으로 176억원이 지출됐다.
삼성의 수원삼성블루윙즈나 GS의 FC서울 역시 3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2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적자를 냈다. 대부분 모기업을 통한 지원을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
시민구단 역시 지자체장이 실질적인 구단주로 구단 전체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광고비, 입장권, 중계권료 수익으로 조달하고 있으나 기업 후원이나 광고가 줄어들 경우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클럽 월드컵이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예선 세경기만 치르고 본선에서 탈락하더라도 적게는 2~3년, 많게는 4~5년에 달하는 운영비를 채울 수 있는 거금을 확보할 수 있다.
더군다나 2025년 진출 가능성이 높은 전북현대와 울산HD의 모기업 입장에서 비용 감축은 물론이고 글로벌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대차는 자동차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HD현대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해외 경쟁자들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소속 구단의 선전은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움직이는 광고판이 될 수 있다.
실제 과거 월드컵 광고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2010년부터 월드컵 공식 파트너 계약(12년간 총 2억4000만달러)을 맺은 현대차는 대회때마다 십수조원의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한 2022년 월드컵 때는 최소 수십조원의 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산했다. 다른 복합적인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월드컵 폐막 1년 후 2023년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4%나 급증했다.
체계적인 선수 발굴, 효율적인 투자 등 대기업들이 소속 프로축구단에 신경써야할 이유가 또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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