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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대웅, CVO 손발 CIO…24년 제약맨 전승호 투자맨 변신[대웅제약] ②윤재승 회장이 발굴한 인력, 성과로 40대 초반 대표 발탁

김형석 기자공개 2024-04-02 09:12:14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재승 대웅그룹 회장이 CVO(최고비전책임자)라는 특이한 직함으로 복귀한 지 1년. 대웅그룹은 세대교체 및 성과주의라는 그의 인사 철학 아래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대웅제약 매출 1조 클럽 가입, 나보타·펙수클루 등 자체 신약의 글로벌 진출 주도, 신약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통한 실적 개선까지.

이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CVO라는 비전 하에 투자에 집중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바로 대웅제약의 실적을 끌어올린 주역인 전승호 전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세우면서다.

◇국내 제약사 첫 CIO직 신설…바이오텍 투자 확대 지속

지주사 대웅은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CIO직 신설을 의결했다. 제약사 가운데 CIO라는 직책이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회사에나 있을법한 자리로 그만큼 그룹의 투자 본능을 나타낸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초대 CIO는 전 사장이 맡는다. 26일 대웅제약 임기가 만료되며 자리에서 내려온 그는 계열사 아피셀테라퓨틱스와 대웅인베스트먼트 대표직과 그룹 CIO직도 겸직한다.

대웅그룹이 CIO직을 신설한 데에는 최근 집중하고 있는 R&D 및 사내벤처(CVC) 등 관련 투자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차원이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적인 투자를 진두지휘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발상이다.

그간 R&D와 신약 파이프라인 투자는 대웅제약이 맡았다. 바이옴에이츠와 알로플렉스 등 작년 굵직한 지분투자 주체도 대웅제약이었다. 대웅은 대웅제약의 투자자금 지원 역할에 집중해왔다.

◇윤재승 체제 세대교체 기수…성과로 실력 입증

이 같은 변화는 오너 2세인 윤재승 CVO의 의중이 반영됐다. 201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윤 회장은 4년 만에 CVO라는 이례적인 직책으로 돌아왔다. 변화하는 제약업 환경에서 비전을 이끌고 나갈 구심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감안할 때 CIO는 CVO가 그리는 비전을 실제 투자로 실현하는 역할이다. 경영복귀 1년만에 CIO라는 직책을 신설한 건 그의 손발이 돼 줄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공식적으로 윤 회장의 CVO는 별도의 조직이 없다.

윤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평가되던 전 사장을 CIO로 선임한 것 역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전 사장은 윤 회장이 경영일선에 서면서 세대교체로 발굴한 인력이다.

1975년생인 전 사장은 2000년 서울대학교 제약학 학·석사를 마친 뒤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2009년부터 라이센싱 팀장에 이어 2013년 글로벌마케팅TF 팀장을 지냈다.


41세가 된 2015년 글로벌사업본부장이 됐다. 본부장 직책 위에는 사장밖에 없는 걸 감안하면 다른 제약사로 치면 전무·상무급이었다. 2015년은 윤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이듬해였다. 세대교체와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선언한 뒤 첫 임원 인사로 그를 파격 승진시킨 셈이다.

그간 전 사장이 기록한 성과는 윤 회장의 파격 인사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됐다. 전 사장은 2010년 글로벌전략팀장 시절 인도네시아 현지업체와 조인트벤처(JV) 형태로 바이오의약품 공장 건설 계약을 따냈다. 향후 인도네시아를 대웅의 동남아시아 진출 전초기지로 만든 기반이 됐다.

이는 2017년 대웅제약이 현지에서 생산한 EPO(적혈구 생성 조혈제) 치료제 에포디온 생산으로 이어졌다. 에포디온은 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사장이 글로벌사업본부장에 선임된 이후에도 괄목할 성과를 냈다. 3년간 본부장 재직 당시 성사시킨 해외 수출 계약규모는 10억 달러, 우리돈 약 1조3400억원에 육박한다. 2013년 150억원대에 불과했던 대웅제약의 수출액은 2016년 956억원으로 급증했다.

◇6년간 영업익 3배 확대·R&D 투자 기틀 마련

전 사장이 대웅제약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6년간의 성과도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1조2220억원이다. 전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 전인 2017년 대비 41%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99.1% 급증했다.

실적 성장의 기반에는 신약 개발이 있었다. 대웅제약은 이 기간 출시한 신약은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 등 3개에 달한다.

보툴리늄 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지난해 매출은 1470억원에 달한다. 2022년 출시한 P-CAB 기전 신약 펙수클루와 작년 5월 내놓은 SGLT-2 억제제 엔블로는 각각 535억원과 46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신약 개발 성공은 R&D 투자 기조를 유지한 결과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지출한 R&D비용은 2066억원으로 취임 전인 2017년 1142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오픈이노베이션도 적극 활용했다. 대웅제약은 오픈이노베이션보다 더 큰 범주의 '협업'을 의미한다는 이유로 '오픈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을 쓰면서 더욱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단순 투자보다 '협업'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방식의 신약개발을 지향했다. 그 결과 2017년 144억원 규모던 타법인 신규 출자규모는 지난해 1074억원으로 확대했다.

임기 동안 대표적인 출자 사례는 아피셀테라퓨틱스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바이오텍인 이 회사는 전 사장이 2020년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영국의 바이오텍인 아박타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JV)다. ADC(항체약물접합체) 리드 파이프라인 'AFX001'가 주력으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사전 임상시험계획(IND) 미팅을 마친 상태다.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엑소스템텍을 비롯해 바이옴에이츠, 알로플렉스, 비탈리바이오, 라이플렉스사이언스, 살루스케어, 턴바이오테크놀로지, 뷰브레인헬스케어 등 모두 오픈오픈콜라보레이션의 결과다.

◇전승호 "향후 핵심 투자처 CGT·ADC"

그룹 CIO로 선임된 전 사장은 대웅제약과의 협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전략적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처는 CGT다. 아피셀테라퓨틱스 대표직도 겸임하고 있는 만큼 관련 파이프라인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더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대웅제약에서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바이오텍 투자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가장 먼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CGT 회사로 유전자 편집을 이용할 수 있는 바이오텍을 집중적으로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ADC 바이오텍도 주목하고 있는 투자처다. 그는 "ADC 링커를 활용해 하이브리드 접합물을 만드는 기술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꼭 ADC가 아니더라도 프로드럭(Prodrug)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4년을 보낸 대웅제약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며 "바이오벤처 투자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만큼 그룹의 신약개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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