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IPO 이후 2년, LG엔솔 현금 5조 남겼지만2022~2023년 CAPEX 16조, 조달 금액 상회…재무건전성 유지 '집중'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02 14:36:5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0: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로 1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한 덕분에 막대한 자본적지출(CAPEX)에도 견조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유동성 관리에 주력한 결과인지 IPO 이후 2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5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쌓여있다.전기차 시장의 일시적인 수요 위축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꺾이겠지만 이익 자체는 전년 대비 늘어난다는 뜻이다.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구조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
사실 그간의 CAPEX를 고려하면 IPO로 조달한 자금이 사실상 소진된 셈이지만 당분간 재무건전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쓰는 돈보다 버는 돈이 많아질 때까지 견조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CAPEX만 10조원, 유동성 '지키기'
지난해 말 연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5조원으로 나타났다. IPO 직후인 2022년 1분기 말 LG에너지솔루션은 1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 중이었는데 이중 절반이 남아있는 상태다.
2022년과 2023년 2년간 LG에너지솔루션이 CAPEX로만 16조원을 썼다. IPO 이후 조달한 금액 이상을 CAPEX로 투입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IPO로 모은 자금을 모두 써버렸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조원에 달한 현금성자산을 지킨 점은 오히려 '선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금성자산을 빠르게 소요하지 않은 것은 우선 사업활동해서 현금흐름이 발생한 덕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매년 '조단위'로 착실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1~2022년에는 연간 3조4000억원 규모의 OCF를 올렸고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4조7212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10조원의 투자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재고자산을 털어내는 등 운전자본투자를 줄이며 4조4441억원에 달하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에 더해 차입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총차입금은 10조932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총차입금은 7조원이었는데, 이후 IPO로 현금이 대거 유입됐음에도 약 4조원의 차입을 늘렸다. 사업상 불확실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을 일정 수준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저리의 정책자금 차입 등을 적극 활용한 모습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10조원 차입금에서 발생한 금융비용은 3220억원이었다. 이자보상배율(EBITDA/총금융비용)이 26.1배에서 11.7배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이자를 감내고도 남을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이사보상배율이 1.5배 이상이면 이자 지급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더 활발한 조달 활동, 재무관리 강화할까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CAPEX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도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인 위축을 보여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 수준을 기록,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실적을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흐름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의 관측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은 돼야 CAPEX가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사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과 보유 중인 5조원의 현금을 감안해도 추가적인 조달이 필요하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경영진들은 올들어 '불확실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현금성자산의 활용을 최소화하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부족한 투자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회사채 발행 등 차입으로 메울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올초 1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상태다. 정책자금 차입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LG에너지솔루션의 계획이다.
차입성 조달활동이 확대되는 만큼 레버리지 지표는 상승할 전망이다. 2021년 172%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부채비율은 IPO가 실시된 이후인 2022년 말 86%로 뚝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에도 86%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21%에서 24%로 소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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