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배터리 한파' 견디는 LG에너지솔루션작년 최대실적에도 주가 하락...증권가 "올해 상반기까지 수요회복 어려울 듯"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26 07:32:2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15:4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지난 19일 재계 시가총액 최상위권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3위 SK그룹이 2위 LG그룹을 넘어선 것인데요. SK그룹 입장에선 2022년 1월 27일 이후 약 2년 만의 탈환입니다. 2022년 1월 27일은 LG그룹의 배터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날이었죠. 상장 첫날 시총이 118조원을 기록하면서 LG그룹이 큰 격차(약 54조원 차이)로 SK그룹 시총을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LG그룹이 이번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준 것도 LG에너지솔루션 때문입니다. 물론 LG화학과 LG생활건강, LG전자 등 다른 주요 계열사의 시총도 하락하긴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하락 폭이 가장 컸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38만500원입니다. 전 거래일 대비 1.87% 올랐습니다. 지난 16일 40만원대가 깨진 이후 하락 흐름을 이어가다 이날 소폭 상승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40만원 이하로 떨어진 건 작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역대 최저점이었던 35만2000원(2022년 7월 8일 종가)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2022년 11월 에 주가가 역대 최고점인 62만9000원(종가 기준)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그때와 현재의 배터리업계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Industry & Event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33조7455억원, 영업이익은 2조16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2년 실적 대비 각각 31.8%, 78.2% 증가한 수치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매출 30조원 돌파도 역대 최대치입니다. 근래 이 정도로 실적이 성장한 기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약진입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은 심상치 않은 전기차 시장 상황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떼어놓고 보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14억원, 3382억원입니다. 증권가 컨센서스인 매출 8조4593억원, 영업이익 5877억원을 밑돌았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3382억원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881억원입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상장 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영업이익률은 1.1%였습니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률 6.3%(AMPC 제외), 2분기 영업이익률 4%, 1분기 6%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완성차 업체의 보수적인 재고 운영, 리튬 등 메탈가 하락 등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산 물량을 줄이면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낮아집니다. 그만큼 배터리 생산량이 줄어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메탈가 하락의 경우 배터리 가격에 메탈가 변동이 반영되는 시차(래깅효과) 때문에 배터리 업계는 일시적으로 이익이 줄어듭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됐습니다. 작년 11월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약 12만대 작년 6월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30만대로 1년 전보다 15% 줄었습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캐즘'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는 혁신 제품이 시장 초기에 판매가 정체되는 현상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죠.
◇Market View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만만치 않은 해를 보낼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금리와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전기차 수요가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실제로 고객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다임러 등은 작년 3분기 실적발표 당시 2024년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과 전동화 전환 목표치를 수정하기도 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IRA상 해외우려집단(FEOC) 세부 규정 발표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 차량이 지난해 43종에서 올해 19종으로 줄었습니다. 19종 중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차종은 3종(쉐보레 2종·크라이슬러 1종)으로 추정됩니다. 이외에도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사에 AMPC 공유를 원하고 있는 점도 주가와 실적 변동 요인입니다.
잠정 실적 발표 후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8곳입니다. 이 중 3곳은 목표치를 내렸습니다. 58만원에서 52만원으로 내린 다올투자증권은 "판가 하락이 지속되는 구간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어 단기간 내 높은 실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정용진 연구위원은 55만원에서 5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했고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0만원에서 53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정용진 위원은 올해 전기차 수요의 '상저하고'를 예상했습니다. 일단 상반기까지는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정원석 연구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부진이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유지한 유진투자증권은 같은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당분간 35만~50만원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증권가는 오는 26일 오전에 있을 LG에너지솔루션 실적발표 설명회(IR)를 어느 때보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4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와 배터리 예상 판매량, AMPC 공유 여부 및 방법, 배터리 공장 투자 지연 가능성 등 업데이트해야 할 수치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가의 저점이 어디일지 다시 가늠해보려는 것이겠죠.
◇Keyman & Comments
이번 IR 전면에서 새해 사업전략과 재무현황 등을 설명할 임원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창실 부사장입니다. 그는 1988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약 30년간 생산관리, 재무회계, 경영기획, 해외업무 등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2019년 LG전자를 떠나 LG화학 전지·경영관리 총괄로 합류했고 2020년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과 동시에 초대 CFO를 맡았습니다. 그는 2022년 회사가 기업공개(IPO)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이 조달한 자금이 10조원입니다. 이는 북미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든든한 실탄이었죠. 이후 이 부사장은 그린본드 등 회사채 발행으로 4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이후 3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거쳐가는 동안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만큼 재무수장으로서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의미겠지요. 이 부사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겸직하던 최고전략책임자(CSO)직을 떼 올해는 CFO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주가 하락 원인과 부앙 계획 등에 대한 이 부사장의 입장을 듣고 싶었으나 접촉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통해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26일 IR을 앞두고 CFO가 입장을 먼저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대신 IR 부서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단기 목표 판매량을 조절하고 있고 리튬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 가격이 나빠지면서 실적과 주가가 하향세를 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외에도 양극재, 광물 등 밸류체인 전체가 둔화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만 겪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번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활동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성 강조, 해외 장기 투자자 미팅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주가 변동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해외에 있는 장기 투자자들과 자주 미팅하고 있다"며 "이번주에 있을 컨퍼런스콜에선 회사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여수-광양 수소 배관망 구축, 석유화학사 힘 모은다
- [가이던스 달성률 분석]매출목표 내린 LG엔솔, 정확한 노선 수정
- 주칠레 한국대사, SK엔무브 방문한 사연은
- '대기업' 에코프로의 혹독한 신고식
- 70년대생 CEO 전진 배치…SK이노 '세대교체' 속도
- SKGC 최안섭·SKIET 이상민…SK이노, 실적부진 자회사 '조기 인사'
- SK가스, 3대 신사업 동시 출격...'사업 다각화' 숙원 풀까
- 양극재 1위 에코프로비엠마저 '숨 고르기'
- 포스코인터, '대왕고래' 참여 여부 내년 상반기 결정
- "IPO 이유 있었네" LG CNS, 영천에 '3조' 데이터센터 신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