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섹터는 지금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가장 큰 수요처인 전기차 산업이 주춤하고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과 경쟁하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캐즘(Chasm, 신제품이나 기술이 대중에 소비되기까지 겪는 침체기) 구간에 들어섰다는 긍정적해석도 있으나 침체기가 짧게는 1년, 길게 3년 정도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조 바이든 정부는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보조금이 줄자 전기차 제조사들은 즉각 타격을 입었다. 테슬라는 생산 목표 대수를 낮추고 인력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미국 포드도 전기차 생산 라인 인력 1400명을 해고했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상당 부분 이미 진행했기 때문에 당분간 출혈 경쟁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연내 가동 예정이던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보면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합산 점유율은 24.4%로 중국 1위 CATL의 점유율(33.9%)에 못 미쳤다. 올해 1월 점유율은 20.2%로 더 낮아졌다.
한 취재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2차전지, 이제 끝난 거 아니냐"는 단호한 발언을 듣고 "아직 모르는 일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꽤 많은 시간을 취재하며 어느 정도 애정이 담긴 발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읽은 것도 사실이다.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박람회 '인터배터리2024'에서 여러 기업들을 통해 희망을 봤다. 전해액과 첨가제 제조, LM(직선운동)시스템, 검사 장비,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소개하는 엔지니어의 눈은 순수한 자부심으로 빛났다. '세계 최고·국내 유일·중국은 못 따라오는 기술' 등 수식어를 말할 때 특히 그랬다.
국내 배터리 대장주의 기술적 우위는 말할 것도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무게는 낮춘 파우치형 셀투팩 기술, SK온은 충전시간을 낮춘 슈퍼 패스트 기술을 공개했고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생산 계획을 밝히며 환호를 받았다.
물론 방향성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수년 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에 많은 이가 회의적 시선을 보냈지만 결국 현실이 됐다. 가까운 미래 가격이 싸고 안정성 높은 LFP 배터리가 주도권을 쥐고 삼원계 배터리는 보조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땐 미래를 계산하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말이 있다. 성능과 안정성, 가격이란 트라이앵글을 두고 산업은 계속 변할 것이다. 기술적 우위를 가져간다면 기회는 있다. 현장에선 분명히 희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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