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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최고점' 필옵틱스, 글라스기판 새 기대주 등극창립 이래 최대 시총, 유리기판 TGV 장비 공급 계기 시장 기대감 폭증

조영갑 기자공개 2024-04-08 08:40:17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08:0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필옵틱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2017년 코스닥 상장 이래 최고점을 찍더니 닿아 본 적 없는 '3만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불과 올 1월 중순까지 2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던 시가총액은 3월말 들어 급등하더니 4일 현재 6700억원을 돌파한 상황입니다.

2017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필옵틱스는 상장 당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호황의 기대감을 모으며 화려하게 자본시장에 데뷔했습니다. 당시는 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이던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장비주가 저평가되던 시절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저 공정 기술력을 인정 받아 647.18대 1의 나쁘지 않은 기관 투심을 기록했습니다. 상장 첫 날 투자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모가 기준 시총 2772억원을 뛰어넘는 3000억원대 시가총액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차트 레인지를 5년 이상으로 넓혀 보면 최근 필옵틱스의 상승세가 '호각지세'임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절벽을 뛰어 오르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죠. 호랑이 등을 꽉 붙들고, '낙호'하지 않는 게 앞으로의 관건일 것 같습니다. 3200억원에 근접했던 상장 초기 시총은 점진적으로 빠져 2019년 중순 1000억원 수준의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21년 전방 투자가 재개되면서 실적 회복과 함께 시총도 회복했죠.

하지만 이후 다시 전방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시총 역시 낮은 보폭을 거듭했죠. 2022년 7월 6590원을 기록하면서 3년 구간 내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현 시총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2017년 상장 이후 현재까지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전형적인 'W(더블유)'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거죠.

최근의 상승세는 기관과 외국인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급등하기 시작한 3월 말 4월 초를 보면 기관이 꾸준히 필옵틱스 주식을 담으며 연일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3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10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세를 보였군요. 외국인 역시 활발하게 순매수세에 합류했습니다. 개인은 상승장에서 차익을 보기 위해 물량을 던진 모양새이고요. 5일 평균 거래량은 약 1600만주에 이릅니다. 장이 선 상황입니다.

▲필옵틱스는 2017년에 상장했습니다.상장 이후 전체 흐름을 보면 최근 필옵틱스에 몰리는 시장의 기대감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네이버증권)

◇Industry & Event

필옵틱스는 원래 업계에서 기술력과 포텐셜 대비 저평가돼 있는 '테크주'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 공정장비 섹터가 겪고 있는 전형적인 딜레마죠. 독자적인 레이저 광원을 토대로 다양한 공정장비를 개발, 판로를 확보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 등 업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종속주의 딜레마 말입니다.

필옵틱스는 세계 최초로 OLED 디스플레이 레이저 가공 표준 설비를 양산한 기업입니다. 원장을 자르는 레이저 커팅(Laser Cutting) 장비를 비롯해 레이저 리프트오프(Laser Lift Off), UTG 가공 장비 등을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커버 글래스 등 고객사 맞춤형 공정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죠.

삼성SDI에서 브라운관 및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노광기, 레이저 장비 등을 개발한 한기수 대표가 2008년 설립했습니다. 삼성SDI 출신 엔지니어들이 각 파트에 포진하고 있어 '작은 SDI'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실제 자회사인 필에너지에는 삼성SDI가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그나마 애플 이슈 덕에 주가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아이폰 15 등의 시리즈를 출시, 8.6GH OLED를 적용한 모바일 디바이스 제품을 출하하기 시작하면서 LCD에서 OLED 디스플레이 전환에 물꼬를 텄죠. 이 원장의 OLED 제품을 태블릿과 노트북 제품에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8.6G는 2200mmⅹ2500mm 크기 원장인 8.5G 대비 패널당 3인치(TV 기준) 더 크고 많이 자를 수 있는 대형 원장입니다. 이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패널 메이커들이 과점하는 구조인데, 필옵틱스는 해당 회사들에 위에서 언급한 장비들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필옵틱스는 'OLED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LCD 이후 OLED가 디스플레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그 이후의 대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QD, 미니LED, 마이크로LED 등 다양한 이름이 등장했지만, 투자는 OLED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필옵틱스가 찾은 대안은 '반도체 공정 장비'입니다. 이번 주가 급등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3월 말 필옵틱스는 세계 최초로 반도체 글라스(유리) 기판 공정 장비(TGV)를 양산 페이즈(phase)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관 자료가 시장에 릴리즈된 직후 필옵틱스의 주가는 바로 상한가(30%)로 돌진했습니다. 그만큼 파괴력이 있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글라스 기판이 뭘까요? 간단히 말하면 유리로 만든 반도체 기판입니다. 최근 AI 반도체 등으로 반도체 패키징 자체가 복잡해지면서 새 기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유리로 만들면 전력손실도 줄이고, 초미세 선폭을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패키징에 더 적합하다는 논리입니다. 인텔, 삼성전기, SKC 등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양산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옵틱스는 이 글라스 기판에 미세한 전극 통로를 만드는 공정장비를 개발, 첫 양산 납품에 성공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레퍼런스인 만큼 시장이 격하게 반응한 셈이죠. 고객사 양산 수율만 올라와 준다면 향후 폭발적으로 커질 공급선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레이저 가공 장비 업체에서 반도체 공정 장비 업체로 시장에 깊은 각인을 새긴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솔루션이 필옵틱스 '시즌2'를 이끌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외에도 DI 노광장비 등의 반도체 라인업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였던 만큼 자본시장 언론과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유안타증권에서 발행한 '필옵틱스, OLED/Glass? 나만 믿어봐!'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대감은 표출했지만, 목표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리포트에서 유안타증권은 "레이저기술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를 주력으로 제조하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장비가 라인업에 덧대지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장비와 관련해서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장비를 다종 보유하고 판매망을 넓히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글라스 기판에 미세한 홀을 가공하는 TGV(Through Glass Via) 등 고객사와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연내 제품 상용화가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물적분할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자회사 '필에너지' 역시 시장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습니다. 레이저 스태킹, 노칭 장비를 삼성SDI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운 필에너지는 올해부터 4680배터리 공정용 고속 리와인더(권취기) 등으로 고객사군을 대폭 확장한다는 방침입니다.

필옵틱스는 필에너지 상장 당시 주주들에게 공약한 현물배당 역시 최근 주총에서 의결을 마쳤습니다. 필옵틱스가 보유한 필에너지 주식을 1주당 0.068067주 배당하는 동시에 126원의 현금배당도 진행합니다. 물적분할 상장의 모범사례를 남겼다는 평가입니다.

◇Keyman & Comments

한기수 대표는 전형적인 엔지니어 CEO 답게 언론 지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총 취재 때 만나 나눴던 인상을 종합해 보면, 자사의 기술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2021년 당시 정기 주총 때 명함을 교환하면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데, 당시 DI 노광기를 비롯해 반도체 공정 장비를 개발했고 이를 글로벌 IDM(종합반도체사)와 함께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 눈빛을 반짝거리며 신규 장비에 대해 설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올 2월 초에는 더벨과 서면 응답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한 대표는 글라스 기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한 대표는 "이미 1년 이상 국내외 다수 업체와 기술 경쟁을 벌이면서 쌓은 기술력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와 있고, 품질 테스트를 철저하게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 양산 검증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면서 "향후 대량 수주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캐파 확충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양산은 아니지만, 1차적으로 제시한 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올해 디스플레이 장비 부문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 토대 위에서 차세대 반도체 공정 장비의 판로가 확대된다면 필옵틱스 기업집단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기업가치가 단기간 상승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꺾이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필옵틱스는 재차 매출 3000억 고지를 밟으면서 영업이익 역시 103억원을 남기는 등 선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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