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씨아이에스(CIS)의 대구 공장을 찾았다. 외부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하이브리드코터(Hybrid Coater) 장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코터는 집전체에 양극과 음극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등이 섞인 슬러리를 균일하게 코팅한 뒤 열풍으로 건조해 주는 장비인데 하이브리드코터는 레이저 기술을 추가해 건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한다. 건조 속도가 두 배나 빨라지니 전력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코터 시장의 기술적 우위는 일본 기업이 점해왔다. 판도를 뒤집으려면 결국 매력적인 기술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씨아이에스는 하이브리드코터라는 세상에 없던 기술로 '게임체인저'가 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실제로 상용화까지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과 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점을 받아야 하지만 개발된 장비가 기존 장비의 한계를 보완하는 매력적인 장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씨아이에스는 2002년 설립됐으나 코터 사업을 본격화한 건 2019년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 전극 장비인 코터와 롤프레스, 슬리터 중 가장 고가 장비가 코터지만 매출 비중은 크지 않았다. 후발주자가 이미 일본이 장악한 시장에서 힘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코터 강자'인 일본 기업과 맞설려면 그만큼 강한 무기가 필요했다.
그동안 코터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씨아이에스가 판을 뒤집을 꿈을 꿀 수 있는 건 인수·합병(M&A)이 큰 계기가 됐다. 지난해 에스에프에이(SFA)가 씨아이에스를 인수함으로써 코터 연구개발(R&D)에 동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SFA가 보유한 레이저 기술을 자회사 코터에 이식하면서 건조방식을 개선했고 6개월여만에 하이브리드코터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종 장비사까리 M&A해 기술과 사업적 시너지를 낸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에스에프에이 역시 2차전지 장비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두 회사가 일괄 수주에 나서 영업경쟁력 강화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필요한 시점에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만남인 것 같다.
설립 후 지난 20년간은 묵묵히 2차전지 장비 업체로 자리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신개념 장비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히든챔피언'으로, 그리고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계에 회자될 역사를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씨아이에스가 개척하는 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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