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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네이처리퍼블릭, CB발행 선택 까닭은 IPO시 전환가는 공모가의 50%로, 실적 개선에도 전환가액 하향 가능

김혜중 기자공개 2024-04-25 10:09:04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상장사인 네이처리퍼블릭이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한 배경이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사는 조달 방식에 있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활용한다. 다만 네이처리퍼블릭은 장기간 지속된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투자자 친화적인 CB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리퍼블릭이 150억원 규모 2회차 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30일 투자자 서울PE가 투자금 납입을 마치면 딜이 종료된다. 전환가는 1주당 1만2000원이며 표면 이자율 4%, 만기 이자율 8%로로 설정됐다.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 수는 125만주로 주식 총 수(827만2590주) 대비 13.13%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비상장사는 상환전환우선주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RCPS는 우선주로서 이익에 대한 배당 권리만 행사할 수 있다. 투자사가 RCPS 상환을 요구하려면 발행사의 배당 가능 재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투자사보다는 발행사에 친화적인 자금 조달 방식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전환사채는 투자자의 하방 안정성이 보장된 투자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시 원금에 이자를 함께 돌려받을 수 있고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가치 상승 시 주가 상승으로 인한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2016년부터 적자 기조가 지속되며 재무구조가 악화한 영향이 크다. 지속된 적자 속 2016년 925억원이던 자본은 2023년 마이너스(-) 35억원까지 줄었다.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2023년 영업이익은 4억원 수준으로 추가적인 수익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발행 조건에서도 투자자 친화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전환가액 조정이 주가가 아닌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매년 목표 실적 달성 여부에 따라 리픽싱 금액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2024년을 기준으로 매출액 1500억원~20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80억원의 경우 전환가액은 90%로 조정된다. 2025년과 2026년에는 더욱 높아진 실적 조건 속 전환가액이 조정된다. 2026년에는 매출액 2400~3000억원, 영업이익 120~150억의 경우 90%의 전환가액으로 반영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400억원, 120억원 미만일 땐 80%로 조정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의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39억원, 4억원이다. 2022년에는 1449억원, 2억원 수준이었다. 2022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반등 궤도에 오르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할 때 1년 새 매출액 20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 이상을 달성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전환가액은 하향 조정될 수 있는 리픽싱 구조인 셈이다.


리픽싱 조항에는 상장을 염두에 둔 추가 조항도 삽입됐다. 상장 시 공모가격이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1주당 전환가격을 하회하는 금액으로 결정될 때는 전환가격을 공모가격의 50%로 하향 조정한다. 전환가를 공모가의 절반으로 줄여 더 많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일종의 투자자 안전장치인 셈이다.

만약 IPO에 실패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8%의 만기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조기상환 시에도 5%의 이자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실적이 개선돼도 전환가액은 하향 조정되는 구조다 보니 변환 가능한 주식 수도 많아지게 된다.

다만 네이처리퍼블릭 입장에서도 이번 전환사채 발행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자금이 필요한 상황 속 150억원이라는 실탄을 장전했고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추후 기업공개가 성사될 시 추가 자금유치도 가능해진다. 정운호 대표는 70%의 콜옵션을 확보해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도 적다. 최저 전환가액도 최초 금액의 80%로 설정하며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투자 자금은 국내외 마케팅 및 신제품 개발에 사용할 것"이라며 "다만 지금 당장 상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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