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들 삼성하면 1등 기업, 초격차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국내 재계 서열 1위이자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등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이차전지 시장에서 삼성 타이틀을 달고 있는 기업은 삼성SDI다. 그러나 글로벌 순위를 살펴보면 '1등 삼성'이라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에서 중국 CATL, BYD 등에 밀려 5위에 머무르고 있고 국내 이차전지 3사로 좁혀 순위를 매겨도 SK온과 2위 자리를 다투는 형국이다.
오랜 기간 이 순위가 고정됐음에도 삼성SDI는 줄곧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국내 업체가 앞다투어 미국 진출 계획을 발표할 때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다.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미국 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정부의 세제 혜택을 받는데 삼성SDI는 내년에서야 미국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다만 언제나 보수적 투자 기조를 보인 것은 아니다. 전기차 시장이 점차 열리던 2000년대 말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이차전지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전동공구 등에 들어가는 소형전지를 주력으로 하던 사업을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로 확장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와 함께 2008년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양사가 50%씩 출자한 SB리모티브는 2010년 울산에서 생산을 시작하며 삼성SDI의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삼성SDI가 SB리모티브의 잔여 지분을 인수하며 협력 관계는 막을 내렸다. 당시 삼성SDI 측에선 오랜 기간 축적한 이차전지 기술이 상대방에게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프리미엄 기술 중심의 안정적 투자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한다.
과거 투자에 대한 평가야 엇갈릴 수 있지만 삼성SDI가 이 사건을 교훈 삼아 투자 방향성을 잡고 10년 넘게 이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요즘 삼성SDI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경이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은 인정하지만 올해면 캐즘이 끝나고 내년부터 다시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자신한다. 글로벌 5등, 국내 2등 기업인 삼성SDI가 유지한 성장 방정식이 이번에도 들어맞을지 지켜볼 시기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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