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미래에셋, 중소형 스팩 '심기일전'…빨라진 상장 시계합병·신규상장 작업 '병행'…변수는 합병 심사 '장기화'
권순철 기자공개 2024-04-30 14:21:02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과 신규 스팩 상장을 동시에 추진한다. 그간 합병을 마무리한 후 신규 스팩 상장에 착수하던 사이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중소형 스팩 투심 개선에 힘입어 상장 속도를 높이는 시도로 풀이된다.미래에셋증권의 스팩 합병 성사율은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부터 매년 IP0 1,2,3팀이 돌아가면서 합병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올해도 스팩 업무에 의지를 가지고 진행할 방침이지만 합병 심사 기간의 장기화는 변수가 전망이다.
◇한 달간 신규 스팩 3곳 청구…빨라진 스팩 상장 시계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국거래소는 미래에셋비전스팩6호가 신청한 예비 심사에 대해 승인 통보를 내렸다. 공모 예정 주식수는 645만주로, 공모가 2000원 기준 공모 규모가 129억원에 해당한다. SGC컴퍼니가 83%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로 등록돼 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이 출시한 스팩은 비전스팩6호가 처음은 아니다. 3월 미래에셋비전스팩4호, 미래에셋비전스팩5호를 심사 청구해 지난 5일, 18일 거래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각각 공모가 2000원 기준으로 공모 규모가 133억원, 95억원에 해당한다. 미래에셋 IPO 본부 내 2팀과 1팀이 각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스팩의 합병 작업이 개시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 달 사이 3개의 스팩이 청구된 것은 향후 스팩 업무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한다. 26일 기준 미래에셋비전스팩1,2,3호와 더불어 공모 규모가 700억원에 달하는 미래에셋드림스팩1호가 코스닥에 상장돼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올해는 스팩 업무에 대해서도 의지를 가지고 진행을 하는 것 같다"며 "비전스팩2,3호의 경우 청산 기한이 아직 남았지만 올해 안으로 합병을 마무리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PO 3팀이 맡고 있는 미래에셋비전스팩1호은 납입일이 2022년 4월로 등록돼 있어 청산 수순을 피하기 위해서는 연내 합병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반면 IPO 2팀과 1팀이 각각 담당하고 있는 미래에셋비전스팩2호와 3호는 최소한 2025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스팩 합병·상장 업무 병행…변수는 합병 심사 기간
미래에셋증권이 기존에 있던 스팩의 합병과 신규 스팩 상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양상은 그간 보기 어려웠다. 과거부터 팀별로 스팩을 하나씩 맡아 비슷한 시기에 차례대로 청구해왔다. 이후 합병 상장을 모두 마무리 짓는 시점에 다시 차례로 신규 스팩을 거래소에 청구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미래에셋제3,4,5호스팩이 대표적인 예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차례로 청구된 후 4호스팩을 시작으로 합병이 이루어졌다. 3호는 상장 폐지됐지만 2019년 5월 미래에셋제5호스팩이 줌인터넷과 합병하면서 3,4,5호 스팩의 합병 로드맵이 마무리됐다. 미래에셋대우스팩2,3,4호가 거래소 심사 리스트에 올라간 시점도 그 이후에 해당한다.
대우스팩2,3,4호도 마찬가지의 트랙을 따랐다. 대우스팩3호가 합병을 마무리한 2022년 8월을 마지막으로 모두가 합병에 도달했다. 차기 스팩인 비전스팩1,2,3호도 2022년부터 심사 신청에 나섰다. 이와 같은 패턴을 따른 결과, 지난 5년간 합병에 실패한 사례는 단 2건이었다. IPO 1,2,3팀 모두 동기간 하나씩 합병 트랙레코드를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추세를 미루어본다면 올해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스팩 합병 작업을 거의 마무리짓거나 완료한 이후 신규 스팩을 내보였지만, 올해는 두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소형 스팩들을 둘러싼 기관 수요예측 및 일반 청약 경쟁률이 네 자릿수를 넘어가는 등 투심이 개선됐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내 합병까지 변수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스팩 합병도 거래소 심사 지연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소 촉박한 스케줄을 운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스팩 합병 심사도 6개월을 넘어가는 등 심사 기간이 장기화되는 추세다"며 "최근 자진해서 심사 철회를 하는 스팩이 많아진 것도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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