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나아트는 국내 아트 사업의 대명사와도 같은 곳이다. 갤러리업계에서 정의하는 가나아트의 이미지는 '사업 관련 아이디어 창출력이 독보적인 곳', '대중 친화적인 갤러리'로 회자된다.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전 가나아트 대표)부터 대를 이어 경영에 참여한 2세들까지 새 아이디어 실행에 주저함이 없는 모습이다.

가나아트는 갤러리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작가 육성, 전시라는 화랑의 일반적인 틀을 깨는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옥션·판화·매거진·공공미술·아카데미·미술품 담보대출·예술복합공간 등 아트를 활용한 수많은 사업을 전개했다. 업계에선 "아트와 관련된 사업 중 가나가 손을 뻗지 않은 분야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가나아트의 평창동 본사 공간은 가나아트센터로 소개된다. 갤러리 공간에 '센터'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도 가나의 특성이 묻어난다. 가나아트는 미술에서 파생된 다양한 예술문화 서비스들을 장착한 하나의 그룹이자 공간이다. 국내 3대 화랑 중에서도 가나는 기업의 형태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여겨진다.


◇ 가나아트갤러리 가나아트한남 관계 계열사 27개

가나아트갤러리는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1983년 설립한 가나화랑이 전신이다. 지난 40여년간 업계에서 보여준 가나아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가나아트는 미술계에서 확실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회사 또는 오너와 직접 지분관계로 이어진 계열사들이 많고 외부에도 친인척 또는 가나 임직원 출신들이 산업계 전반에 퍼져있다.

가나아트갤러리, 가나아트한남의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가나의 관계, 종속, 기타특수관계사들을 세어보면 관련 계열사들이 약 27개에 달한다. 가나아트갤러리와 가나아트한남은 가나아트의 본업인 갤러리 사업을 운영하는 가장 규모가 큰 법인이다. 현재 갤러리사업 관련 외부감사 법인은 이 두 곳으로 파악된다.

이 두 법인과 직접 지분관계로 이어진 곳으로는 아트파크, 가나아트콤, 피비지(PBG·옛 프린트베이커리), 가나아트LA 법인, 서울옥션, 서울옥션블루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오너가의 개인이 지분을 보유하는 등 기타특수관계가 있는 계열사로 가나문화재단, 오케이엔피(OKNP), 아트인아트, 토탈디자인, 가나아뜰리에, 벨에포크자산운용 등이 이어진다.

가나문화재단은 이호재 회장의 개인 컬렉션, 미술관과 관련된 공익법인이다. 서울옥션은 이 회장이 만든 미술품 경매업체이며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가나아트콤은 아트상품 판매업체이며 피비지는 작가 발굴 매니지먼트, 아트커머스 업체다. 오케이엔피는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이 맡고있는 공공미술, 컨설팅 관련 갤러리사업체이며 가나아뜰리에는 작가 창작 공간을 운영하고있다.


◇ 오너 사업가적 기질 주목...미술업계에 퍼져나간 '가나맨' 인맥

이호재 회장의 동생 이동재 사장도 형을 따라 갤러리 비즈니스에 몸담았다. 이동재 사장은 가나화랑에서 독립해 아트사이드갤러리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2세 이혜미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아 갤러리스트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혜미 대표는 이정용 가나아트 대표와는 사촌지간이다.

이정용 대표의 또다른 사촌 이정권 엠에이피크루 대표도 가나맨이다. 엠에이피크루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다. 이정권 대표는 2014년까지 가나아트 총괄을 맡기도 했으며 서울옥션 프린트베이커리 사업부를 담당하기도 했다. 전시기획, 아트마케팅 경력을 기반으로 독립했으며 엔터계로 자리를 옮겼다.

가나아트 출신들은 미술계의 중추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국내 미술자료를 총망라, 미술 아카이빙의 권위를 세운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김달진 관장은 가나아트센터의 자료실장을 맡아 자신의 경력을 더 발전시켰으며 이후 연구소를 만들고 서울아트가이드라는 잡지를 발간하는 등 전문 영역을 넓혔다.

이처럼 가나아트가 국내 미술산업계에서 하나의 큰 계열그룹을 일굴 수 있었던 건 이호재 회장을 비롯한 주요 오너 경영진들의 사업가적 기질 덕분이다. 내부적으로 아트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에 열려있는 분위기다.

한 갤러리업계 관계자는 "가나는 갤러리 본체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연결된 사업체들이 많다"며 "질 좋은 전시기획, 작가 발굴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프라이머리 갤러리들의 성향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가나는 역량있는 직원들을 전시, 작가 육성이란 갤러리 본업에만 참여시키기에는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해왔다"며 "특히 미술품 판매는 오너의 역할이 크고 기존 숙련된 세일즈 직원들과 큐레이터들이 있는만큼 신 사업을 통해 새 영역의 전문성을 높이고 특화시킬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