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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톺아보기]카카오벤처스, '돈의 맛' 100배 수익…그룹 펀딩 100%⑤모회사 출자 비중 2년새 '27%→36%' 증가…외부 출자 제한, 최소 500억 추가 펀딩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16 08:41:03

[편집자주]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플랫폼을 장악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급속도로 커진 덩치만큼이나 카카오에 쏠리는 시선도 따갑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도전에 직면한 지금 계열사 카카오벤처스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잠재력 있는 초기기업을 발굴하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활약해 온 카카오벤처스가 중요해졌다. 더벨은 CVC 가운데 중량감 있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카카오벤처스의 성장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벤처스는 모회사 카카오를 등에 업고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국내 벤처신화의 주역' 카카오 산하 벤처캐피탈(VC)이라는 점에서 유한책임출자자(LP)들의 신뢰를 받았다. 지난 2012년 설립 후 석 달 만에 마수걸이 펀드를 결성한 것도 모회사의 존재가 빛을 발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이러한 배경을 영리하게 잘 활용했다. 모태펀드, 성장금융, 산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바른손, 다날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외부 기관을 중심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서며 운용자산(AUM)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통상 CVC가 그룹 계열사 출자금을 중심으로 펀드를 결성하는 것과 대비된다.

펀딩과 투자, 회수로 이어지는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국내 최초 수익률 '100배' 벤처펀드도 탄생했다. 재무적 수익은 앵커 출자자(LP)로 참여한 카카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겼다. 이에 재무적 성과를 그룹에서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린다. 카카오벤처스 신규 펀드 결성에 외부 자금을 받지 않도록 방침을 정한 것이다. 향후 카카오벤처스 펀드는 그룹 차원에서 100% 출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출범 초 외부 펀딩 집중, 카카오 비중 30%↓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3월 '케이큐브벤처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출범 후 한 달 만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투자회사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곧바로 마수걸이 펀드 결성에 나섰다. 2012년 6월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115억원)을 결성했다. VC 라이선스 취득 후 두 달 만에 성과를 냈다.

1호 펀드는 카카오를 비롯한 바른손, 다날엔터테인먼트가 LP로 참여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 임지훈 카카오벤처스 초대대표를 비롯한 벤처인들도 자금을 보탰다고 한다. 업력이 전무한 VC가 첫 번째 펀드를 결성하는 것은 난도가 상당하지만 '든든한 배경'을 지닌 카카오벤처스는 예외였다.

이듬해 곧바로 2호 펀드 결성에 나섰다. 2013년 4월 중소기업청과 함께 3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청년창업펀드'를 결성했다. 당시 민·관이 힘을 합쳐 처음 조성한 창업초기 펀드로 화제가 됐다. 중소기업청은 성공 벤처기업(카카오)이 후배 청년창업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에 맞춰 180억원을 출자했다.
/출처=카카오벤처스

첫 민관 공동벤처펀드 조성이라는 성과를 낸 뒤, 카카오 브랜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정책과 민간 기관을 아우른 공격적인 펀드레이징에 돌입했다. 2015년 341억원 규모 '카카오 디지털콘텐츠 펀드'(3호)를 조성했다. 모태펀드와 산업은행 등 정책기관에서 90억원, 민간기관에서 91억원을 끌어왔다. 카카오는 앵커LP로 150억원을 태웠다.

LP 구성은 갈수록 다채로워졌다. KIF투자조합, 우리은행, 기업은행, 신한캐피탈,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이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날이 갈수록 외부 출자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2020년 8호 펀드(카카오 그로스 해킹 펀드)를 결성할 때 절정에 이르렀다. 당시 운용자산(AUM)은 3599억원이었다.

8호 펀드까지 카카오 출자금은 967억원이다. 전체 27% 수준에 불과했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카카오청년창업펀드(300억원)에 99억원 △카카오디지털콘텐츠펀드(371억원)에 150억원 △카카오성장나눔게임펀드(300억원)에 290억원 △케이큐브NEO펀드(192억원)에 29억원 △KIF-카카오우리은행기술금융투자펀드(760억원)에 150억원 △카카오-신한 제1호 트나이트 투자조합(308억원)에 45억원 △카카오 그로스해킹펀드(1044억원)에 164억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가 설립한 CVC의 외부 자금 조달 비율은 40% 수준으로 제한된다. 그동안 카카오벤처스가 "단순 CVC가 아닌 독립계 VC"라고 주장해온 배경이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외부 자금 조달 비율을 50%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와 비교해도 카카오벤처스의 외부 출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수익률 '100배 펀드' 성과, 그룹 출자 강화

카카오벤처스의 출자 구조는 2021년 변곡점을 맞는다. 외부 출자에서 그룹 출자로 무게추가 옮겨지면서다. 카카오그룹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1호 펀드의 청산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설립 초기 결성한 마수걸이 펀드(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가 '100배 수익률'이란 경이로운 실적을 썼다.

카카오벤처스가 약 115억원으로 조성한 이 펀드는 1조원을 웃도는 가치로 2021년 청산됐다. 투자자로 참여한 카카오와 바른손, 다날엔터테인먼트 등은 10년 만에 10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50억원을 출자한 카카오는 5000억원 이상 벌어들였고, 핵심 투자처인 두나무 지분 5%를 현물로 받았다.


고무된 카카오는 재무적 성과를 그룹에서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린다. 카카오벤처스 신규 펀드에 외부 자금 출자를 최소화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카카오벤처스는 2021년 12월 '카카오 코파일럿 제1호 펀드(323억원)'를 결성했는데 외부 자금을 일절 받지 않았다. 카카오가 200억원, 그룹 내 인공지능(AI) 연구 전문 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23억원을 출자했다. 나머지는 운용자 출자금(GP커밋)으로 충당했다.

지난해 5월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 유증에 참여해 현금 500억원을 출자했다. 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곧바로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 코파일럿 제2호 펀드(304억원)'를 결성했다. 카카오는 해당 펀드에도 200억원을 출자했다. 카카오벤처스는 GP커밋으로 100억원을 태웠다.

'그룹 100% 출자' 기조는 현재진행형이다. 카카오벤처스는 현재 포트폴리오사 팔로우온을 위한 펀드(11호) 결성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20년 1044억원 규모로 결성한 '카카오 그로스해킹 펀드(8호)' 후속이다. 펀드 규모는 5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가 출자금 100%를 책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 출자금은 1417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전체 출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까지 높아졌다. 카카오벤처스 운용자산(AUM)은 3903억원이다.

출자 전략 변화에 맞춰 카카오벤처스의 행보도 달라졌다. 지난해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산하 CVC협의회에 가입하면서다. 그동안 "단순 CVC가 아닌 독립계 VC"라고 주장해온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주무관청은 중소벤처기업부이다. 중기부 기준이 산자부보다 넓기 때문에 전향적인 태도로 임한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주식을 100% 소유하는 벤투사와 신기사 중, 모기업과 동일 그룹 계열회사 등 기업집단 출자가 30% 이상인 비금융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를 CVC로 정의한다. 벤처투자 시장을 아우르는 부처인 만큼, 더 많은 기관을 포용하기 위해 낮은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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