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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톺아보기]3인3색 벤처투자 계열사, '정통'은 카카오벤처스뿐③카카오인베, 그룹 자산관리 컨트롤타워…에스엠컬처, 엔터와 시너지 방점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13 08:36:06

[편집자주]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플랫폼을 장악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급속도로 커진 덩치만큼이나 카카오에 쏠리는 시선도 따갑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도전에 직면한 지금 계열사 카카오벤처스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잠재력 있는 초기기업을 발굴하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활약해 온 카카오벤처스가 중요해졌다. 더벨은 CVC 가운데 중량감 있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카카오벤처스의 성장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 그룹 내 벤처투자 기능을 하는 법인은 총 3곳이다. 카카오벤처스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에스엠컬처파트너스이다. 다양한 사업 법인을 설립하고 외부 자본을 적극 유치하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불려 온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적용된 결과물이다.

최근 2년 새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계열사 교통정리 작업이 속속 이뤄졌다. 벤처투자 계열사 또한 마찬가지다. 중복영역을 피하고 각자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작업이다. 카카오는 출자 방식의 변화를 통해 벤처투자 회사의 역할 구분을 분명히 했다.

먼저 카카오는 그룹 투자자산을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이관했다. 일종의 자산관리 컨트롤타워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펀드 출자금을 댔다. 그룹 내 벤처투자 컨트롤타워 역할이 분명해진 셈이다. 지난해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에스엠컬처파트너스는 독립 경영을 통해 에스엠엔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기업 발굴에 집중한다.

카카오벤처스의 재무적투자(FI) 역량에 주목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벤처캐피탈(VC) 라이선스에 기반해 펀드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우스는 지금껏 10개 펀드 결성 및 운용을 통해 260여곳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중 4개 기업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반열에 올랐다.

◇카카오벤처스·카카오인베, FI·SI 교통정리

카카오 그룹 내 세 곳의 투자회사 중 실질적으로 VC로 분류할 수 있는 곳은 카카오벤처스가 유일하다. 통상 중소벤처기업부 또는 금융감독원에게서 조합 결성을 할 수 있는 자격(라이선스)를 받은 회사를 VC로 칭한다. 벤처투자회사 또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라이선스를 확보해야 한다.


2012년 3월 설립된 카카오벤처스는 출범 한 달 만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투자회사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반면 2015년 설립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구 케이벤처그룹)는 벤처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등록하지 않았다. 고유계정(PI)을 활용해 벤처기업 투자를 진행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VC로 등록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M&A를 염두에 둔 전략적투자(SI)에 방점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10여개 스타트업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며 카카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보자는 목표로 설립됐다. FI 투자에 집중하는 카카오벤처스와 다른 노선이다.

피투자기업 입장에서 보면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투자 유치는 곧 카카오와 직간접적 사업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블루핀, 하시스,엔진, 제이오에이치(JOH)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고 이들 기업에 카카오 미래 사업을 맡겼다. 블루핀과 하시스는 카카오키즈와 카카오헤어샵으로, 엔진과 제이오에이치는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IX로 각각 발전했다.

다만 초기엔 명확했던 역할 구분이 시간이 흐를수록 모호해지며 문제가 발생했다.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영역이 중복되면서 그룹 내 계열사끼리 경쟁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패스트파이브·머스트잇 등에 투자하며 FI 역할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룹 내 벤처투자 역량이 분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카카오 그룹 차원 교통정리가 필요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계열사별 각개전투로 빠르게 덩치를 불려온 카카오식 성장방정식이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관련 작업을 더는 미룰 순 없었다. 카카오는 출자방식의 변화를 통해 두 벤처투자 회사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했다. 요약하면 카카오벤처스는 FI,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SI 역량 강화에 무게를 뒀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가 갖고 있던 투자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얻었다. 2022년 11월 카카오는 △SK텔레콤 △SK스퀘어 △카도카와 △두나무 △휴먼스케이프 등 1조원 이상 주식을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이관했다. 카카오 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보유 자산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략적 투자기업 발굴을 이어 나가게 된 셈이다.

카카오벤처스는 그룹 내 벤처투자를 주도하는 계열사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2023년 5월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금 50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카카오벤처스는 곧바로 '카카오 코파일럿 제2호'(304억원) 펀드를 결성했다. 카카오는 해당 펀드에도 200억원을 출자했다.

◇ICT 유니콘 제조기 등극, 초기 투자 집중

지난해 카카오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39.91%)가 되면서 에스엠컬처파트너스 또한 카카오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2022년 법인 설립 후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라이선스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고유계정(PI)을 활용해 모드하우스, 코이랩스, 달콤소프트, 딥파인, 마인이스 등에 투자했다.

다만 에스엠컬처파트너스는 투자 섹터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평가다. 에스엠컬처파트너스는 설립 때부터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창업기업 또는 엔터사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기업 발굴을 목표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카카오 그룹 내 벤처투자는 카카오벤처스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해 플랫폼 서비스, 딥테크,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양한 섹터에서 260여개 포트폴리오를 발굴했다.
카카오벤처스 투자기업(패밀리) /출처=카카오벤처스 제공

매년 100억~700억원 규모 자금을 모험자본 시장에 공급했다. 주목할 점은 매년 투자금액의 70% 이상을 초기 투자(시드~프리 시리즈A)에 집행한다는 점이다. 카카오벤처스는 현재 9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중 3개는 애초에 창업초기 펀드로 결성했다. 창업초기 펀드 약정총액은 도합 994억원이다. 전체 운용자산(AUM)은 3903억원이다.

이런 과정에서 4곳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했다. 카카오벤처스가 첫 기관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두나무, 당근마켓, 시프트업, 한국신용데이터 등이다. 지난해 부분회수를 통해 높은 멀티플(투자원금대비회수)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6년 첫 기관투자한 당근은 158.2배 멀티플을 기록했다. 두나무와 시프트업은 각각 40.2배, 14.5배 멀티플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카카오벤처스는 더벨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주최·주관한 '2024 한국벤처캐피탈대상'에서 '베스트 벤처 캐피탈 하우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를 수상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성과를 거둔 벤처캐피탈에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비롯한 주요 출자자들은 "당근을 비롯해 유망 ICT 기업에 초기 투자하고 밸류업하며 성과를 냈다"고 호평했다.

루닛과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카카오벤처스는 2014년 루닛에 1억원 규모 시드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시리즈A부터 프리IPO까지 지속 동행하며 팔로우온(후속투자)에 나섰다. 2022년 코스닥에 입성한 루닛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시가총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벤처스는 2019년 시리즈A 라운드에 참여하며 밸류업을 지원했다.

올해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투자 방향과 투자 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한 FI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과 그에 따른 재무적 성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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