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7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29일 별세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됐다. 유언장에는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라며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가족들과 의절한 조 전 부사장이 상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었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당초 조 전 부사장이 아버지 사망 후 유류분 소송을 통해 1000억대 넘는 자기 몫을 챙길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유류분 청구 소송은 고인이 사망한 후 1년 안에 제기하는 게 원칙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큰 형인 조현준 회장과 다툼을 벌이다 효성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했고 이듬해 조 회장과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2017년 맞고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과도 의절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인지 조 전 부사장은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 발인식과 입관식 등 장례일정 내내 주요 의식을 가족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상주가 아닌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아 5분여간 머무른 게 전부였다.
아버지의 유언만으로 해결되기에는 10여년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었던 탓일까. 조 전 부사장은 유언장 공개 하루 만에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유언장의 입수(경위),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부친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유류분 소송을 진행할 지는 불분명하다. 유언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인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고소 건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유언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의도를 당장 파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선 유류분 소송을 하더라도 조 전 부사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판결 및 이른바 '구하라법'의 개정 가능성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3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라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과 맞물려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 때문에 효성 측에서는 꾸준히 조 전 부사장의 입장과 상관없이 부모에게 패륜을 저질렀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정법 하에 따라 유류분 소송이 진행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의 패륜 여부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효성 입장에선 개정법에 따라 패륜까지 다퉈야 유리하기 때문에 내년 이후로 소송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언장 내용이 정확하게 집행되면 조 전 부사장의 유류분 소송 명분은 사라진다. 조 전 부사장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세기의 쩐의 전쟁으로 확대될 지, 아버지의 유언대로 삼형제가 천륜을 인정할 지 관심이다. 현재로선 아버지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피로 엮인 형제간의 갈등이 남보다 더한 잔혹사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재벌 총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자식 문제 앞에서만은 어쩔수 없는게 동서고금 아버지들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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