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반도체 유리기판 생태계]기가비스, 3분기 앱솔릭스 퀄 테스트 완료 후 PO 목표①2μm 자동광학검사 장비 입고, 테스트 막바지…개화 전 시장 선점효과 기대
조영갑 기자공개 2024-05-24 09:08:25
[편집자주]
'꿈의 기판'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글라스기판) 시장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인텔이 선행 투자를 한 가운데 SKC, 삼성전기 등 국내 메이커들도 참전하고 있다. 코스닥 섹터의 벤더사 움직임 역시 빨라지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는 분위기다. 더벨은 싹트는 유리기판 생태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기판 내층 검사장비 제조사 '기가비스'가 개화 전 유리기판 시장 내에서 검사 섹터를 선점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기술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고객사향 장비를 입고, 샘플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가비스는 이르면 올 3분기 퀄 테스트를 완료하고 정식 PO(구매주문)를 받겠다는 목표다. 유리기판 고객사가 양산 프로세스 확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기가비스에도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22일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기가비스는 최근 국내 주요 고객사향 샘플테스트를 완료하고, 퀄(품질인증)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기가비스 관계자는 "개발, 공급 등에 폭넓은 수준의 NDA(비밀유지협약)이 걸려 있기 때문에 고객사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의 말을 두루 종합하면 기가비스와 현재 유리기판 검사장비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고객사는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로 파악된다. 기가비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앱솔릭스에 검사장비 시제품을 입고, 데모·샘플테스트를 연이어 진행해왔다.
업계에서 기가비스의 행보를 주목하는 까닭은 현재 유리기판 제조공정이 정립된 상황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보다 양산 페이즈(phase)에 진입하기도 전에 고객사가 검사장비를 입고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재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조차도 검사장비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유리기판은 기존 PCB를 유리로 대체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새로운 칩의 검사와는 차이가 있지만, 통상 설비투자 단계에서 제일 후순위에 해당하는 게 검사장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물론 퀄을 받고, 정식 PO가 나와야 검사의 스펙이 검증이 완료되겠지만 현재 유리기판 메이커들이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양산 밸류체인 마지막에 해당하는 검사 영역에 기가비스가 위치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기가비스는 연내 앱솔릭스의 퀄을 획득하고, 수주를 받는다는 목표다. 이르면 3분기 내 퀄을 완료하고, PO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2분기 유리기판의 핵심 공정인 TGV(글라스관통전극) 양산 장비가 정식 출하됐기 때문에 초도 양산품에 대한 양품 검수를 위해서도 검사장비의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전언이다.
기가비스는 국내 반도체 기판 검사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기판 검사의 핵심인 내층 검사와 리페어(수리) 등에 특화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자동광학검사) 장비는 반도체 패키징 적층공정 후 내층의 회로패턴 결함을 검사하는 장비이며, 리페어 장비 AOR(Automated Optical Repair)은 발견된 결함을 수리하는 자동화 장비다. 국내 삼성전기를 비롯해 일본 이비덴, 신코, 토판프린팅, 대만 유니마이크론, 난야 등 글로벌 톱티어 기판 제조사를 모두 커버하고 있다.
기가비스가 앱솔릭스에 공급, 테스팅하고 있는 장비는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2μm(마이크로미터) 수준의 AOI 장비다. 마이크로미터의 숫자가 작을 수록 미세한 파티클을 검출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2μm 수준의 검사장비를 개발한 제조사는 기가비스가 유일하다. 기판 상에서 검사장비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은 결함을 잡아내지 못하면 칩과 회로가 집적된 기판 모두를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결함 스펙인 기가비스가 중용되는 배경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연 현재 PCB 기판 검사장비와 유리기판 검사장비 상에 어떤 기술적 차별점이 있겠느냐"는 식의 반문도 있지만, 오히려 이 지점이 기가비스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방어논리도 나온다.
이미 기가비스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검사시장에 안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을 축으로 개화 전 시장인 유리기판 시장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FC-BGA는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 대용량 비메모리 반도체를 패키징할 수 있는 기판이다. 유리기판은 기판의 코어인 인터포저(Interposer)만 유리로 바뀔 뿐 ABF(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을 깔고, 패턴을 새긴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검출 스펙이 압도적이라면 유리기판 시장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유리기판 시장이 내년을 기점으로 2026년 혹은 2027년경 글로벌 양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그 전까지 기판 시장에서의 수익성을 담보하는 게 기가비스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기가비스는 올 1분기 FC-BGA 등 기판 전방투자 지연으로 인해 매출액 62억원, 영업이익 -(마이너스)9억원 등 적자전환했다. 전년 동기 매출액 326억원, 영업이익 168억원 대비 극심한 부진을 겪은 셈이다.
기기비스 관계자는 "전방 고객사들이 FC-BGA 관련 투자에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라인증설에 맞춰 검사, 리페어 장비를 입고하는 입장에서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면서 "유리기판 관련 장비는 현재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시점은 2026년 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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