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톺아보기]KT인베, 산업계 출신 5인 심사역…기술투자 역량 '두각'④기술 혁신 비즈니스 모델 보유기업 선호, 실질 성과 창출 여부 중시
이기정 기자공개 2024-05-27 08:37:58
[편집자주]
KT인베스트먼트의 탄생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서 비롯됐다. KT가 2010년대 중반 KT캐피탈을 매각하면서 벤처 캐피탈의 기능도 사라져버릴 운명이었지만 인수자가 신기사 라이선스는 원하지 않았다. 기존에 KT캐피탈이 보유한 펀드의 운영을 맡을 곳이 필요해 설립한 게 현재의 KT인베스트먼트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KT인베스트먼트는 제2의 벤처 붐 속에 핵심 자회사로 거듭났다. 투자 역량을 입증했고, KT의 본업인 통신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CVC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AUM 3000억원을 돌파한 KT인베스트먼트는 설립 10주년인 내년 5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더벨이 도약을 꿈꾸는 KT인베스트먼트의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의 출신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증권, 은행 등 금융업계부터 의사나,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직 출신도 상당하다. 또 대기업을 거쳐 업계에 입문한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경험은 심사역이 투자 기업을 발굴할 때 본인만의 특별한 강점으로 발휘된다.2015년 설립된 KT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모두 산업계 출신이다. 모기업인 KT는 물론 카카오, 네이버 등 기업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투자 경력 자체는 길지 않지만 단기간에 우수한 기술 기업들을 발굴하면서 차근차근 트랙레코드를 쌓아가고 있다.
KT인베스트먼트는 기술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증하지만 창업자에게만큼은 친화적인 하우스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투자 기업과 수시로 소통하며 고민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실제 투자를 받은 기업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은 편이다.
◇핵심운용급 시니어 인력 3명…KT 내부 출신, 외부 영입 인재 '조화'
KT인베스트먼트에는 총 5명의 심사역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KT 출신 심사역이 2명이다. 다른 심사역들 역시 산업계를 거쳐 회사에 합류했다. 연차별로 보면 핵심운용으로 참여하는 시니어 인력 3명, 팀장급과 주니어급 심사역 각각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투자본부장 역할을 맡고 있는 김진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회사 설립 과정에서 KT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김 CIO는 현재 하우스에 남아 있는 유일한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산업계 경력은 11년으로 투자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9년이 됐다.
1978년생인 김 CIO는 한양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모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KT에 합류했고 미래융합전략실과 신사업추진본부 등을 거쳤다. 특이점은 KT인베스트인베스트 합류 과정에서 스스로 직급을 한 단계 낮출 정도로 VC업계 합류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김 CIO는 "하우스가 만들어질 당시 심사역을 정말 해보고 싶어서 KT에선 차장 직급이었지만 과장으로 지원을 했다"며 "KT인베스트먼트를 기술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하우스로 만들고자는 목표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CIO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테크 기업 초기 투자를 선호한다. 투자 기업 중 유니콘이 된 사례만 루닛과 한국신용데이터, 메가존클라우드, 사운드하운드 등 4건이다. 이 가운데 사운드하운드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외에도 호갱노노, 번개장터, 솔트룩스, 엔젠바이오, 오토앤, 중앙제어, 뉴로메카 등을 발굴했다.
이어 이원균 수석과 최우석 수석이 김 CIO를 보조하고 있다. 두 수석의 투자 경력은 각각 5년이다. 1982년생인 이 수석은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전공했다. KT에서 전략투자를 담당하다가 하우스에 합류했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스마트스코어, 웨이비스, 열매컴퍼니 등이 있다.
1985년생인 최 수석은 연세대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카카오에 입사해 카카오톡 및 플러스친구 서비스 기획을 맡았다. 이어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에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다 이직했다. 대표 포트폴리오는 휴멜로, 스탁키퍼, 메디르 등이다.
이은주 팀장과 주상원 심사역은 투자 경력 2년차다. 이 팀장은 신세계와 모니터그룹 출신이다. 대표 투자 기업으로는 인이지, 메디쿼터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있다. 주 심사역은 네이버를 거쳐 KT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카페노노, 바이브온 등에 투자했다.
이은주 팀장은 "전문적인 VC에서 투자를 해보고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며 "창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VC 심사역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투자를 중시하는 KT인베스트먼트가 개인적으로 결이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창업자에게 친화적인 VC 도약 목표"
KT인베스트먼트는 산업계 출신 심사역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 투자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 통신 그룹을 모회사로 두고 있지만 특정 섹터에 치우치기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기술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ICT 기업부터 AI, 우주항공 등 다양한 업종이 포진하고 있다.
회사가 선호하는 스타트업은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곳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존 산업 구조를 바꾸는 곳을 주목하고 있다. 또 AI와 자동화 등 인간이 해오던 일을 기술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체하는 곳을 눈 여겨보고 있다.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도 주요 관심 분야다.
투자에 나설 때 고려하는 핵심 가치는 △고객 △역량 △실질 △화합이다. 고객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을 중시한다. 추가로 겉모습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우선시하고 있다. 다만 상호 존중을 해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양한다.
KT인베스트먼트는 창업자 친화적인 VC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해결하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기업 성장과 관련된 부분만이 아니라 파운더가 가진 개인적인 고민 등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
KT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최재식 인이지 대표는 "투자를 시작으로 KT인베스트먼트에게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해외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우스가 투자한 다른 선배 기업과 만날 기회를 제공했는데 많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측면에서 객관적인 조언과 함께 연계가 가능한 기업들을 많이 소개해 줘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투자유치에서도 다른 VC를 추천해주면서 펀딩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한철 KT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과거 KT 전략실에서 근무할 때부터 하우스 심사역들이 투자 기업들에게서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기술 투자 역량을 보유했을뿐 아니라 창업자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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