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속 자동차 부품사]대원강업의 '구동모터' 도전기, 배경엔 개선된 '현금창출력'④현지 거점 마련 등 추가 지출 전망…부채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 양호
이호준 기자공개 2024-05-28 11:11:08
[편집자주]
밀려드는 주문에 활짝 웃으면서도 자동차 부품 업계는 생각한다. "방심은 금물이야." 일련의 호실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인식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숫자가 많게는 40% 가까이 적은 전기차 시대에 대한 걱정을 반영한다. 그만큼 서둘러 전동화 전환에 나서야 할 상황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시간은 부품 업계의 편이다. 일시적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계기로 투자를 결정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캐즘' 속에서 부품 업계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은 무엇일까. 더벨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원강업에게 전동화 전환 흐름이 미치는 결과는 명확하다. 만일 사업 구조가 변하지 않는 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회사 전체 매출의 최대 10%가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대원강업이 미래 대비에 나선 이유다. 현재 회사는 자회사 대원정밀공업과 함께 안산 공장에 '구형모터 코어' 생산설비를 깔고 있다. 벌써부터 씀씀이가 대폭 늘어난 상황이지만 지난해 호실적을 낸 현대차그룹 등의 낙수 효과를 제대로 얻어 밑천은 두둑하다.
◇'프레스 기술' 보유…시설투자 위한 자회사 출자 예고
대원강업의 유형자산 취득액은 지난 2년간 300억원대를 유지했다. 이전 2년간 150억~210억원 수준의 유형자산을 취득했던 것과 비교해 규모가 크게 늘었다.
구체적인 지출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원강업이 3년 전 사업 진출을 선언한 '구동모터 코어' 투자가 주로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구동모터 코어는 구동축에 회전력을 전달하는 동력계 장치로 전기차 부품 중 배터리와 함께 단가가 높기로 유명하다.
'내연기관차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대원강업은 전기차 전환과 무관한 아이템인 차량용 스프링과 시트제품 등을 생산·판매한다. 다만 전체 매출의 10% 정도는 변속기나 엔진용 정밀 스프링 등 전동화 흐름에서 사라질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다행히 대원강업은 올해로 78년을 맞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구동모터 코어 생산의 핵심기술인 '프레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원강업이 사업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자회사 대원정밀공업이 생산을 책임지는 구조로 이 분야에 자신 있게 뛰어든 배경이다.
'일감'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대원강업은 지난 2년간 현대차와 차세대 플래그십 전기차(JG EV)에 쓰일 후륜 모터 코어 150만대, 아이오닉7에 들어가는 구동모터 코어 22만대의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 기간도 각각 2025년부터 2034·2031년까지로 넉넉하다.
유형자산 취득액이 최근 확대된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일 것이다.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현재 대원정밀공업은 안산 공장에 구형모터 코어 생산라인을 깔고 있다. 대원강업은 원활한 공사를 위해 다음 달 또 한 번의 출자(99억원)를 단행할 방침이다.
대원강업 관계자는 "아직은 시험생산 중인 단계"라며 "양산 시점은 올해 10월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추가 지출도 점쳐져…'우수한' 현금창출력이 뒷받침
지출은 앞으로도 더 있을 전망이다. 업계는 대원강업이 최대 고객사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전환 계획에 발을 맞추기 위해 글로벌 각지에서도 구동모터 코어 생산 거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대원강업은 미국 등 7개국에 현지 거점을 보유 중이다.
자회사 지배력 강화를 위한 현금 유출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원강업은 올해 안에 대원정밀공업에 대한 지분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작년 말 기준 지분율이 30.48%라는 점에서 지분을 대거 취득하기 위한 지출이 불가피하다.
다행스러운 건 대원강업이 '낙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씀씀이가 대폭 커졌지만 지난해 현대차그룹 최다 판매 실적에 기댄 현금창출력이 지출을 받쳐주고 있다.
대원강업의 지난해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전년 동기 대비 52% 정도 확대된 1033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기간 총차입금은 1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현금창출력이 우수했던 만큼 차입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원강업은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레버리지 지표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대원강업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66%, 17%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오히려 2%,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강업 관계자는 "(현지 공장 설립) 검토는 하고 있으나 지금은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제품 양산 준비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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