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ment in Europe]'국내 35% vs EU 52%', 출발선부터 달랐던 탄소중립 첫걸음①대체연료·원료 활용 뒤쳐진 국내…유럽, 1990년부터 탄소중립 계획 수립
테살로니키(그리스)=김동현 기자공개 2024-05-28 10:44:08
[편집자주]
과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던 시멘트업계가 변화하고 있다. 국내 탄소중립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 구축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저탄소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수치로 나타나는 지표를 살펴보면 여전히 갈길이 멀다. 더벨이 시멘트 탄소중립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유럽 사업자의 생산 현장을 살펴보며 국내와의 차이점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축소재인 시멘트를 생산하기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치는 단계가 클링커(Clinker)를 생산하는 것이다. 클링커는 광산에서 채광한 석회석을 갈아 부원료(점토질·철질원료 등)와 혼합해 소성과정을 거쳐 생산된 시멘트 반제품이다. 시멘트 최종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멘트 원료의 80~90% 이상이 이 클링커로 구성돼 국내에선 클링커 생산능력을 곧 시멘트 생산능력으로 해석한다.시멘트 생산의 기본 원료인 만큼 전체 시멘트 생산 공정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에서 클링커 생산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높다. 클링커를 생산하려면 앞서 언급한 석회석과 부원료 등을 혼합해 1·2차에 걸쳐 초고온으로 열을 가하는 소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1차로 850~900도(℃)로 예열하고 2차로 회전식 가마(킬른)에서 기본 1450도의 초고온 소성을 통해 클링커를 생산한다. 시멘트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의 90%가 이 소성공정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시멘트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목에는 원료 전환, 연료 전환이라는 두가지 과제가 동시에 붙는다. 장기적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을 적용해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시멘트 업계뿐 아니라 정부와 유관 산업이 함께 개발해야 하는 미래 기술이다. 대체원료·대체연료 도입이 시멘트 탄소중립의 중간단계이자 넘어야 할 필수 관문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수입 의존 연료, 순환자원 재활용 뒤늦은 확산
국내 시멘트 업계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후 복구 이후 1950년대 말 국내 시멘트 공장이 구축되기 시작하며 1961년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 대한양회(현 쌍용C&E) 등 두 곳뿐이던 국내 시멘트사는 10년 만에 8개사로 늘어났다. 이때까지 공장 가동을 위한 주연료로는 석유(중질유)가 들어갔다.
그러나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거치며 주연료 자리를 석탄(유연탄)이 대신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업계는 시멘트 생산원가를 줄였다. 클링커 생산에 기본적으로 1450도 이상의 초고온 소성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주연료를 전량 수입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대체연료 전환은 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데서 나아가 탄소중립이라는 중장기 과제까지 동시 해결할 방안 중 하나다. 국내에선 1992년 환경부 주도 아래 폐타이어 기반의 소성로 보조연료 활용 연구에 돌입해 1997년 관련 시설을 가동했고 2000년대 들어서 폐합성수지도 보조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시멘트 탄소중립 선도국으로 평가받는 유럽연합(EU)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연료 중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등을 활용한 순환자원이 차지하는 재활용률 비중은 35%로, EU(52%)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EU는 이미 1990년부터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며 이에 맞춰 로드맵을 수립했다. 1990년 시멘트 1톤당 783㎏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 과정에서 순환자원 연료 재활용률은 6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1990년대부터 대체연료 사용을 위한 실증·연구에 돌입했지만 본격적으로 산업 전반에 전용된 것은 2018년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한 이후다. 현재 시멘트 산업의 대체연료 활용 목표치는 2050년 60%다.
◇한정된 혼합재 비율 기준, 더딘 포트폴리오 전환
대체연료와 함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도입해야 할 또다른 하나는 대체원료다.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실상 전체 시멘트 공정 내 이산화탄소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클링커를 대신할 대체원료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도 클링커 비중을 일부 낮춘 혼합시멘트가 시장에 나오긴 했지만 그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간신히 두자릿수대를 넘기고 있다. 철제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고로슬래그, 화력발전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탄재(Fly-Ash·플라이애시) 등을 클링커 대신 집어넣어 시멘트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내 시멘트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포틀랜드시멘트의 경우 한국산업표준(KS)상 허용하는 혼합재 비율이 5~10% 정도인 탓에 혼합시멘트의 전면적인 확산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포틀랜드시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시멘트도 슬래그 함유량 기준(최소 5%)을 개방한 고로슬래그 시멘트뿐이다.
반면 EU는 이러한 사용가능 혼합재 기준을 점차 완화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EU의 기준인 EU분석시험법(EN)은 사용가능한 혼합재로 폐콘크리트, 석회석미분말 등 10종까지 허용하고 있고 그 비중도 30~40% 정도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산업 부산물을 원료로 한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할 수 있다.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 공동위원장)는 "경직된 현재 시멘트 관련 KS를 보다 포괄적이고 탄소중립적인 표준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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