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속 자동차 부품사]순항하는 에스엘, 이사회 경영도 '진화' 거듭⑩변화의 기점 '이충곤 회장의 퇴임'…BMS 등 미래 먹거리 낙점
이호준 기자공개 2024-06-12 08:27:40
[편집자주]
밀려드는 주문에 활짝 웃으면서도 자동차 부품 업계는 생각한다. "방심은 금물이야." 일련의 호실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인식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숫자가 많게는 40% 가까이 적은 전기차 시대에 대한 걱정을 반영한다. 그만큼 서둘러 전동화 전환에 나서야 할 상황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시간은 부품 업계의 편이다. 일시적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계기로 투자를 결정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캐즘' 속에서 부품 업계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은 무엇일까. 더벨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1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행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게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대규모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이사회의 과반(최소 3명)을 사외이사로 채우는 등의 규정을 준수하게 하는 식이다. 이는 중견 자동차 부품 기업인 에스엘 역시 피할 수 없는 규정이다.◇변화의 기점 '이충곤 회장의 퇴임'
에스엘 이사회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 것은 2021년 3월 이충곤 회장이 퇴임하면서부터다. 그가 물러나고 김정현 전무가 새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사내 이사진에서 오너 일가는 2인에서 1인으로 줄었다. 이 인물은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성엽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와 같은 시기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설치됐다. 현행 상법은 별도 기준으로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은 사추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당시 에스엘의 자산 총계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이었다.
에스엘은 자산 규모 2조원대 회사에 못지않은 구성을 위해 스스로 노력한 셈이다. 이듬해 3월에는 이사회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도 설치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하며 이 역시 자율의 영역이다.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한 지난해 말 이후부터는 추가적인 규정 준수에 돌입한 상황이다.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이현승 전 SK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해 전체 이사의 과반(최소 3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한 규정을 지켰다.
또한 지난해 7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김정현 대표이사 대신 서영주 기술연구본부 본부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 역시 충족했다. 서 본부장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임된 상태다.
◇실적도 개선…효율적 경영 전략의 '실행'
이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장면이자 내부 경영 시스템 강화를 통해 효율적인 전략이 실행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선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 실적이다.
에스엘은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설립돼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회사다. 현재 자동차 헤드램프와 섀시 등을 생산하며 현대·기아차, GM(제너럴모터스), 포드 등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19개 계열사를 두고 부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21년 이후 에스엘의 실적 개선은 주목할 만하다. 에스엘의 영업이익은 2020년까지 1000억원을 넘지 못했으나 2021년 1100억원, 2022년 1980억원, 2023년 3861억원으로 개선됐다. 영업이익률도 2021년 3.68%에서 2022년 4.74%, 2023년 7.98%로 뛰었다.
이 시기 에스엘은 친환경차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전기차 시대라고 해서 에스엘의 주력 제품인 헤드램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전력 소비량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헤드램프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 신규 먹거리 개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자연스럽게 신규 수주도 늘었다. 에스엘은 2020년 현대차와 62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2022년엔 기아와 2000억원 규모의 BMS 납품 계약을 맺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모델 8종과 제네시스 모델 대부분에 LED 헤드램프를 납품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ED 헤드램프는 기존 제품 대비 20%가량 단가가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며 "환율과 믹스 개선 효과 등도 실적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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