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CP 활용법]차입 줄이는 삼성물산, CP 발행은 '재개''장·단기차입 감소' 흐름 뚜렷…2분기 들어 CP 운용 '확대'
권순철 기자공개 2024-06-18 13:33:47
[편집자주]
기업들은 각사 재무전략에 따라 부채자본시장(DCM)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 만기 구조를 분산시켜 신용을 관리한다. CP의 경우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시의무가 없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돼 빠르게 단기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CP의 발행과 상환 정보, 그 뒷 배경 등에 대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벨은 각 기업들의 CP 활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5: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기업어음(CP) 발행을 다시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찍은 CP 규모는 지난 5년을 통틀어 가장 적었지만 2분기 들어 운용 빈도를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 발표 이후 금리가 안정세를 띤 영향이 크다.다만 단기자금 운용이라는 틀 안에서 CP의 활용을 재개한 것일 뿐, 당분간 발행이 큰 폭으로 늘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삼성물산의 차입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감소하고 있는 동시에 향후 지출 소요도 적다. 보유 유동성도 풍부해 차입을 늘릴 유인이 크지 않다.
◇2분기 들어 CP 발행 '재개'…PF대책 발표 후 금리 '안정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삼성물산은 총 1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해당 CP의 만기는 3개월로 등급은 최상위에 해당하는 A1이다. 통상 삼성물산은 운전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CP를 주로 활용하는데 이번 발행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CP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13일 기준 올해 삼성물산은 총 6950억원을 CP로 조달했다. 발행 총액을 따졌을 때 이는 지난 5년을 통틀어 최저 수준으로 지난 1분기 CP를 별도로 운용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연초 CP 조달금리가 높게 형성되면서 굳이 CP를 늘릴 유인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측 관계자는 "부동산 PF발 위기설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CP를 찍기 유리한 환경이 아니었다"며 "안정적인 단기조달을 위해 은행 일반대출을 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삼성물산의 원화 대출 잔액은 95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약 37%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은 2분기 들어 정부의 PF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CP 금리가 안정세를 띄면서 전환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3개월 만기의 A1급 CP 가중평균금리는 4.02%로 집계됐지만 2분기 들어 3.84%까지 낮아졌다. 삼성물산도 4월(3950억원) 5월(2000억원), 6월(1000억원) 등 3개월 연속으로 CP를 찍었다.
삼성물산이 최근 CP 발행을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당분간 큰 폭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전사적으로 차입금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데다가 보유 유동성도 풍부해 단기 시장성 조달을 늘릴 유인이 낮기 때문이다. CP 발행총액이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5년간 삼성물산의 차입금 규모는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차입금과 사채가 급등했지만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는 바이오 부문에서의 자본적지출(CAPEX),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결 대상 편입에 따른 차입금 반영 등 일시적 이벤트의 영향이 컸다. 1년 뒤 단기차입과 장기차입 및 사채는 각각 전년 대비 35%, 20% 감소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분기 단기차입금이 전 분기 대비 약 30% 늘어나긴 했지만 건설, 상사 부문에서의 운전자금이 증가했던 것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회사 관계자는 "운전자금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영향으로 하반기에 가서 증가분이 해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입 규모의 추세적 감소는 근래 대규모 시설 및 설비투자 소요가 줄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2022년 시설투자에만 1조990억원을 지출했던 반면 1년 뒤 이 수치는 7979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1분기 투자 실적은 5671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당분간 2022년과 유사한 규모의 지출 소요는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보유 유동성 규모도 상당해 외부 차입을 늘릴 유인이 낮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은 3조5405억원으로 2019년 말(2조7044억원) 대비 약 31% 불어났다. 한신평은 삼성물산의 유동자산과 향후 1년 간 예상되는 캐시플로우, 배당금수익 규모는 단기차입, 투자 지출 등 자금소요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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