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MICE]'코로나 그 이후'…잃은 것과 얻은 것①붕괴됐던 생태계 회복세…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기술 혁신 가속화
고진영 기자공개 2024-06-17 07:50:04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이 시대의 핵심 가치는 '연결'과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MICE산업의 본질과 그대로 일치한다. 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와 기업 주관 보상여행(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vents/Exhibition)를 뜻하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고 붕괴 직전까지 갔지만 엔데믹과 함께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한 MICE산업의 현황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는 기본적으로 대면 중심의 산업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보니 다른 어떤 업종보다 융복합산업으로서의 특징을 강하게 가진다. 당연히 코로나19같은 전염병 이슈엔 취약할 수밖에 없다.반대로 말하면 다른 산업과 콜라보레이션이나 연계가 쉽다는 뜻이 된다. 기술 도입 측면에선 확장성이 무한하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팬데믹이 닥치면서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만큼 존망의 기로에 놓였지만 오히려 디지털 기술 혁신은 가속화했다.
◇억눌렸던 수요 제자리로…회의·전시 25% 증가
전세계 MICE산업은 2020년 이후 팬데믹 여파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글로벌 산업 전반이 주춤하다 보니 기업들이 이전처럼 자유롭게 교류하기 어려웠고, 대면 만남 자체에 대해 국가적인 제재가 가해졌던 탓이다. 비즈니스 행사를 열더라도 100명 밑으로 쪼그라든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관광이나 방문이 핵심인 인센티브 투어는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었다. 인원을 줄이거나 온라인 행사로 대신하는 방법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피해 규모만 약 3조달러에 육박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B2B(기업간) 전시회 역시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이런 기근이 계속되면서 MICE산업 생태계는 상당 수준 붕괴가 불가피했다. 정부 보조금이나 근무시간 조정, 무급휴직, 감원 등 비용절감을 통해 겨우 버티다 보니 폐업이 줄을 잇고 원래도 부족했던 인력이 무더기로 빠져나갔다.
다시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2년 하반기 즈음이다. 지난해부턴 억눌렸던 MICE 수요가 더 빠르게 제자리를 찾고 있다. 한국마이스협회 관계자는 "국제 기획업종 창업이 다시 늘어나는 등 산업이 많이 회복했다고 본다"며 "규모 역시 장소나 예산에 따른 제한은 있지만 대형화가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관광정보가 발표한 2023 컨벤션센터·전시장 행사 개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회의 및 전시 개최건수(예정 포함)는 총 1910건으로 조사됐다. 이중 상반기에 개최된 행사는 148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181건)과 비교해 25.4% 늘었다. 상반기 매월마다 전월 대비, 전년 동월 대비 실적이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뚜렷했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컨벤션센터·전시장의 '회의 개최건수'는 벡스코(305건), 엑스코(216건), 김대중컨벤션센터(159건) 순이었으며 '전시회 개최건수'는 코엑스(75건), 벡스코(65건), 엑스코(51건) 순으로 많았다.
대표적인 전시시설업체 실적(주재무제표 기준)을 보면 코엑스와 킨텍스는 2020년 각각 80억원, 26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코엑스는 2022년, 킨텍스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벡스코의 경우 아직 손실을 내고 있으나 적자폭이 2020년 125억원에서 2023년 6억80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물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정상화하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B2B 전시회, 기존 대형 전시회들은 더 규모가 커지거나 참가부스의 참가 면적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코마린(KORMARINE, 국제조선 및 해양산업전)이나 서울까페쇼, 인터배터리(이차전지산업 전문 전시회), 미술 전시회인 프리즈 서울이나 키아프 서울 등 대표적인 전시회들도 해외바이어들이 참여해 활기를 되찾았다. 작년 10월 열린 '코마린 컨퍼런스 2023'의 경우 40개국에서 900개 이상의 기업이 1900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디지털화 촉발한 팬데믹
코로나19를 거친 산업의 형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팬데믹 이전 비즈니스 행사나 전시산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명확히 분리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MICE산업은 온라인, 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중심의 이벤트가 주를 이루게 됐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는 MICE산업 기술혁신의 공신과 다름없었다. 업계는 새로운 기술을 다급 도입해 익혀야 했고, 기획자들은 하이브리드 행사가 개인적 사유나 재정적 문제로 참석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촉발한 디지털화는 행사 자체뿐 아니라 과정 전반에 자리잡았다. 행사 준비와 진행 절차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고 스타트업이 출범하거나 진출했다. 블루몬미디어, 위븐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블루몬미디어의 경우 애초 스포츠중계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행사 의뢰가 빗발치자 MICE산업에 뛰어들었다. 행사 대행사로 온·오프라인을 동시 운영하면서 기획과 현장 운영, 영상제작, 라이브스트리밍을 서비스하고 있다.
위븐은 웹빌더 플랫폼 업체다. MICE 행사의 예약관리와 참가자 등록,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가능한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해외에선 '몰입형 가상현실 기술(Immersive technology)'을 MICE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회의 등 비즈니스 활동의 경우 여느 분야보다 몰입 기술이 융합되기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실재감보다는 정보 전달이나 기능적 체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황 회복의 중심은 오프라인이고 온라인의 경우 참가자들이 지루해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기도 해서 오프라인을 완벽히 대체하진 못한다"며 "하지만 온라인 방식을 통해 참석자 범위를 얼마나 확장하고 포용성을 넓힐 수 있는지 이미 코로나 시기에 경험했기 때문에 엔데믹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이벤트 수요는 계속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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