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시작된 AI]'저평가 국면' 소프트웨어 업계, 적자생존 '가속화'[총론]지난 2년간 개념검증만 거듭, 공공 수요처 확보 무드
이종현 기자공개 2024-06-24 08:50:16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의 역사는 '챗GPT'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생성형 AI가 처음 등장했던 시절 나왔던 말이다. '챗GPT' 이후 시대는 AI 일상화를 곧 앞둔 것처럼 여전히 분주하다. 산업군의 변화가 무쌍하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이 보조를 맞추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는 어떨까. 전통의 반도체가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 산업군은 저평가 속에 머무르고 있다. 실질적인 수요찾기에 시간이 걸린 탓에 매출 발생이 지연되는 모양새다. 더벨이 AI 소프트웨어 기업의 실체와 과제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챗GPT'를 발표한 이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미래 먹거리로 일제히 AI를 지목했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산업군이 균형을 이루며 진화를 거듭했다.국내는 산업군별로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과 달리 AI 기술을 보유한 SW 기업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기업은 누적 적자로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는 기술이 실제 시장에 도입되기까지의 시차가 존재하는 탓이다. 기업 상당수는 생성형 AI에 관심을 두면서도 도입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 본 사업 전 '개념검증(Proof of Concept, 이하 PoC)'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실제 AI를 도입했을 때 효과가 어떤지, 도입한다면 어떤 업무에 적용할지를 살피는 단계였다.
올해도 여전히 PoC 사업 위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차이가 있다면 PoC에 그치지 않고 본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도 눈에 띈다는 점이다. AI가 소프트웨어 업계 실질적인 매출로 집계되는 원년이 될 수 있을까.
◇AI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 HW·SW 균형 발전
해외의 경우 하드웨어(HW)와 SW 산업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근사치를 이루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에 이어 클라우드 시장 2위였던 MS는 오픈AI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점유율은 31%로,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MS의 클라우드 '애저(Azure)'는 사상 최고치인 24%로, 두 기업 간 점유율 차이는 상당히 좁혀졌다.
클라우드 기반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 '포토샵'으로 익숙한 그래픽 편집 SW 기업 '어도비', 독일 시가총액 1위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기업 SAP 등도 AI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들이다. MS나 구글을 비롯해 오픈AI, 앤스로픽 등도 활발히 협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위주 성장, SW 기업 소외
국내에서 AI 테마는 반도체 기업들이 주로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HPC)에 특화된 고대역폭메모리(HBM)나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유리기판 등도 AI와 무관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AI SW 산업의 발전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반도체·에너지 등 기업 주가가 AI 수요로 인해 상승하는 것과 달리 AI SW 기업들의 주가는 연초보다 하락한 곳이 상당수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검색증강생성(RAG), 온디바이스AI, 소형언어모델(SLM) 등 기대를 모을 만한 이슈가 계속해서 생겨남에도 유독 SW 업종의 주가 상승이 더딘 데에는 실적이 발목을 잡은 영향이 컸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대표 AI 기업의 실적은 실망스럽다. 자체 개발한 LLM을 통해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는 솔트룩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74.2% 증가한 92억원이었다. 코난테크놀로지의 경우 매출은 58.7% 상승했지만 영업손실도 172% 늘었다. 마음AI, 알체라, 딥노이드, 이스트소프트, 플리토, 뷰노, 제이엘케이 등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의료 AI 기업인 셀바스AI가 정도만이 흑자로 사업을 마감했다.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탓에 투자자의 관심도 저조한 편이다. AI 기업들의 일일 거래량은 17일 기준 솔트룩스 13만2605주, 코난테크놀로지 1만7872주, 마음AI 8만8809주, 이스트소프트 14만2308주, 플리토 2만9381주 등에 불과했다.
벤처 업계에 대한 투자 경색이 장기화된 탓에 위기를 겪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알체라는 황영구 대표가 본인 지분 7% 가량을 매도해 전환사채(CB)를 상환했다. 추가 자본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매출인식 원년, 공공기관 마중물 역할 '수요증가 변곡점'
올해가 전환점이 되리라는 기대도 있다. 공공기관이 AI 사업을 발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서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수주잔고 52억원을 신고했다. 전년 동기 17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군인공제회, 서울시, 성남시, 부산시 등 공공기관의 사업을 수주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행정 서비스의 AI 도입을 위해 3년간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AI 일상화를 위해 80억원이었던 '부처협업 기반 AI 확산' 사업을 240억원으로 증액했다.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AI 플랫폼을 활용토록 하는 '초거대 AI 활용 지원 사업' 규모도 20억원에서 110억원으로 확대됐다.
AI 사업의 상당수는 검색 및 데이터 사업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내·외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의어를 인식해 결과값을 추출 후 제공한다. 빅데이터 기술과 맞닿아 있다. 챗GPT와 같은 챗봇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내 기업들은 AI가 잘못된 답변을 제공하는 환각 현상을 억제하는 RAG 기술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AI가 고객상담 및 민원 처리 등을 대신해 주는 AI 컨택센터(AICC) 시장도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에 얼라이드 마켓리서치는 국내 AICC 시장이 연평균 23.7%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0년 566억원 규모에서 2030년 4546억원 규모로 커진다는 전망이다.
경쟁 기업도 한층 늘었다. 솔트룩스나 코난테크놀로지, 바이브컴퍼니와 같이 긴 업력을 갖춘 곳 뿐만 아니라 업스테이지, 뤼튼테크놀로지스, 포티투마루, 올거나이즈 등 스타트업도 대거 등장했다. 시스템통합(SI) 또는 관리형서비스사업(MSP)을 하던 대형 기업들까지도 신규 사업으로 AI를 선정하며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졌다.
AI SW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AI 사업이 다수 등장하고 있지만 경쟁자도 많은 상황"이라며 "투자유치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 그대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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