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광풍 불던' IPO 시장, 반전 시작되나그리드위즈, 할증 없이 공모가 확정…상장 뒤 급락 주기, 빠르게 단축
양정우 기자공개 2024-06-24 07:33:5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를 전후해 광풍이 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 랠리가 사라진 건 물론 향후 옥석가리기에 따라 흥행에 실패하는 딜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지는 형국이다.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넘어 할증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던 흐름도 처음으로 끊겼다. 그리드위즈는 시장 여건과 수요예측 결과를 감안해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선택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치솟은 뒤 급락세로 전환하는 시점도 빠른 속도로 앞당겨지는 추세다.
◇희망 밴드 내 공모가 확정 '첫 사례'…수개월째 연속 할증 '일단락'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상장한 그리드위즈는 희망 공모가 밴드(3만4000~4만원)의 상단에서 공모가(4만원)을 확정했다. 올들어 희망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첫 번째 중소형 IPO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국내 IPO 시장에서는 희망 밴드의 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딜을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통상적으로는 밴드 최하단이나 중간 수준에서 공모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연초부터 그리드위즈의 IPO 전까지 중소형 딜은 모두 희망 밴드를 넘어 할증된 공모가를 확정했을 정도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리드위즈가 공모가 할증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21년에도 희망 밴드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흐름이 5개월 가량 지속됐으나 이례적 광풍은 결국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 모두 당분간 공모주 시장의 호황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기류가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기에 그리드위즈 IPO와 같은 변화의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드위즈가 투자자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이 있었으나 그간 더 열세였던 기업도 모두 할증을 고수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리드위즈는 주가매출비율(PSR)을 토대로 밸류에이션에 나섰다. 미래 현금창출력 측면에서 주가수익비율(PER)보다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상장 이후 2개월 간 출회될 재무적투자자(FI)의 물량도 작지 않아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1%를 밑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너지 데이터 테크라는 유망 섹터의 기업으로서 성장 여력을 인정받아왔다.
◇상장 첫날 폭등 후 당일 급락세…이틀만에 공모가 수렴 '속속'
눈에 띄는 건 상장 뒤 주가가 치솟았다가 다시 하락하는 패턴의 주기가 빠른 속도로 단축되고 있는 점이다. 그간 IPO 광풍이 불었으나 어디까지나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IPO마다 상장 당일 따따블이나 따블을 기록한 뒤 차익 실현에 나서는 매도세에 서서히 주가가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따따블을 기록하는 IPO는 자취를 감췄고 급등 뒤 급락으로 전환되는 시점도 지속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그리드위즈도 증시 입성 첫날 6만6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면서 잭팟이 예고됐다. 장중 105%나 급등해 주가가 8만22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금세 하락세로 뒤바뀌더니 23%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수일이 지난 현재 주가는 공모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장 첫날 80% 대의 급등세를 보인 건 올들어 이어진 패턴과 동일하다. 하지만 당일 주가가 단숨에 급락세로 꺾이더니 장 마감 시점엔 공모가에 가까운 가격에 다가섰다. 상장 둘째날인 금일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결국 이틀만에 공모가로 수렴됐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흥행몰이에 유리한 중소형 IPO에서 서서히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향후 공모규모가 큰 대형 딜에서 뜻밖의 흥행 실패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시중 자금은 여전히 풍부하다"며 "하지만 앞으로 상장 첫날엔 무조건 급등한다는 분위기가 바뀌면서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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