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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새주인 들어선 씨큐브, 첫 발행 '밸류 재조정'우량한 재무에도 대규모 조달, 홍콩계 대주주 매각 플랜 관측

조영갑 기자공개 2024-06-24 09:32:59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홍콩계 자본의 품에 안긴 케미컬·금속안료 기업 '씨큐브'가 새주인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50억원을 조달한다. 안료사업의 순항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내부 곳간도 두터운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조달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 조달 목적 외에 기업가치 띄우기 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큐브는 1회차 CB를 발행하고, 총 150억원을 조달한다. 보통주 전환시 260만4166주, 총 발행주식 대비 20.12%에 이르는 물량이다. 현 대주주의 지분율이 42.58% 수준이기 때문에 경영권 변동이 수반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첫 발행 레퍼런스 치고는 매우 큰 비중이라고 볼 수 있다. 전환청구기간은 내년 6월부터 2027년 5월까지다.

도드라지는 조건들이 여럿 눈에 띈다. 발행사(씨큐브)가 불리한 조건을 감내한 지점들이다. 우선 CB의 표면이자율은 2%, 만기이자율은 6% 수준이다. 최근 침체에 빠졌던 기업금융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기관이 설정 이자율을 낮춰 CB를 인수하는 경향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이자율이다. 만기까지 사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원금의 113.0412%를 수취할 수 있다.

신탁판매 기관들이 포켓에 CB를 나눠 담았지만, 물량이 크기 때문에 1년 뒤 시장에 출회될 경우 오버행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 상상인증권이 가장 많은 80억원 물량을 인수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50억원, 주식회사 아이피피가 15억원, NH투자증권이 5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주가하락이 이어질 경우 발행가액의 70% 선까지 리픽싱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출회 대기 물량은 더 커질 수 있다.

전환가액은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 수준인 5760원이다. 20% 수준의 CB가 발행된다는 공시가 나간 이후 씨큐브의 주가는 하루 사이이 10% 넘게 내려 앉았다. 19일 종가 5710원에서 20일 현재 5000원 아래로 12% 이상 하락했다. 오버행 리스크를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이번 CB는 운전자본 보충의 성격보다 기업가치 재조정의 목적이 강하다는 중론이다. 실제 씨큐브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우량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1분기 말 기준 차입금이 76억원 가량 있지만, 증자를 거쳐 자본총계가 783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17% 수준에 불과하다. 순차입금 비율도 -(마이너스) 4%다. 유동자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현금성자산도 104억원으로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입 대신 금융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CB 발행을 택한 것은 대주주 측의 기업가치 리밸런싱(재조정)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씨큐브는 자금의 용처를 내부운영자금에 50억원, 해외사업투자에 100억원 배정했다. 내부운영 자금, 즉 운전자본에 문제가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사업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씨큐브는 지난해 8월 손바뀜을 겪었다. 홍콩 상장사인 글로벌신소재인터내셔널홀딩스(Global New Material International Holdings Ltd)의 손자회사인 스타치얼코퍼레이션(STAR CHEER CORPORATION LIMITED)이 기존 최대주주인 장길완 외 1인의 구주와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새 대주주(30.86%)가 됐다. 특수관계인 글로벌신소재인터내셔널홀딩스의 지분(11.60%)과 함께 총 42.58%를 쥐고 있다. 스타치얼코퍼레이션은 2022년 9월 설립된 회사로 설립자본금이 1HKD(약 200원)인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새 대주주 지분의 락업 해제가 올 8월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가치 재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두고, 매각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스타치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약 5808원에 대주주 지분을 인수했다. 씨큐브의 주가가 지난해 5월 1만원 수준까지 치솟기는 했으나 장기간 4000원대에 갇혀 있기 때문에 대주주 입장에서도 기업가치 재조정이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시총은 510억원 수준이다.

씨큐브는 진주광택안료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안료 제조사다. 진주빛, 무지개빛, 금속빛 등 반짝이는 안료를 뜻한다. 화장품, 산업용 도료, 자동차 도료 등에 폭넓게 적용된다. 지난해 511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 500억원 고지를 넘었다.

회사 실무진들은 CB와 관련 해외사업 디테일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씨큐브 관계자는 "윗선에서 결정한 CB 발행이며, 아직 해외사업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이달 말 혹은 내달쯤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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