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정정 리스트]시프트업, '니케 의존 리스크' 두번 수정에도 가격 지켰다나쁘지 않은 실적, 금감원 지적 '과거·현재' 게임 투자위험요소 구체적 명시
손현지 기자공개 2024-07-02 07:51:51
[편집자주]
올해 6월은 IPO 청약 일정이 빽빽했다. 한국거래소 인사가 예년과 달리 2분기로 늦춰지면서 밀려있던 상장 심사 일정이 대거 집중됐다. 시프트업, 이노스페이스 등 기대주들의 증시 입성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복병이 됐다. 파두 사태 이후 예비 상장사들에게 한층 엄격해진 심사 잣대를 들이대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하고 있다. 당국이 지적한 정정 요구 사항 등을 면밀히 파악해보고, 예비 상장사들의 개선책 마련을 위한 행보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7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사 시프트업이 벌써 두차례 증권신고서 수정 작업을 마쳤다. 당초 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받고 6월 중 증시 입성을 계획했던 것과 달리 이달 내내 정정신고서 작성에 매진했다. 올들어 코스피 입성 준비 기업 중 에이피알에 이어 두번째로 보완요구를 받은 케이스다.증권업계에선 시프트업 조차 당국의 엄격한 심사망을 피하지 못했다는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총 3조원대가 예상되는 빅딜인데다가 1분기 실적도 잘나왔터라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당국의 지적 사항은 무엇이었을까. 현재 시프트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 외에, 데스티니차일드(과거)·스텔라블레이드(미래) 게임으로부터 투자위험요소를 찾았다.
◇1차 정정 : "데스티니 차일드처럼 될라", 과거 사례 기재 요구
"특정 게임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기 위한 겁니다."
최근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보완요구 배경를 두고 위와 같이 설명했다. '니케' 등 특정게임 매출 의존도가 심해 관련 투자자 리스크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니케는 전체 매출의 97%로 시프트업의 지난 1분기까지 누적매출 1조원을 이끈 장본인이다.
앞서 일부 게임들은 수익 부진을 겪기도 했다. '데스티니 차일드'란 게임은 유저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작년 9월 서비스 종료에 이르기도 했기에 상세히 투자위험 요소로 명시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당국의 피드백은 1차 정정 신고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시프트업은 "(데스티니 차일드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하다가 게임의 수명주기가 만료되면서 유저수나 매출액이 감소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니케)도 유저 이탈로 서비스 종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시프트업은 유저 이탈 가능성을 명시한 동시에, 월간활성사용자(MAU) 수치를 기재해 성장의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작년 4월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96.46)부터 올 1분기(118.31)까지 분기 평균 MAU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내용이다.
매출채권 관련 위험 등 사업, 경영, 기타 여러 투자위험요소에 대해 이전 보다 상세한 정보를 기입했다.. 퍼블리셔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매출채권 회수 지연'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현재 매출채권은 안정적으로 회수되고 있지만 전방산업 경기불황, 퍼블리셔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경우엔 미회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는 현금흐름과 영업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비교기업 선정의 근거도 제시했다. 스퀘어에닉스·사이버에이전트·가도카와 등 글로벌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정한 배경에 대해선 최신작 '스텔라 블레이드'의 높은 흥행 기대감을 제시했다.
◇2차 정정 : 스텔라블레이드 '미래 수익' 담보하기 어려워
다만 1차 수정 내용은 또 다시 퇴짜를 맞았다. 금융당국은 시프트업이 과거 흥행 실패한 게임을 토대로 한 유저 이탈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했지만, 미래 수익을 책임질 신작인 스텔라 블레이드에 대한 수익성에 대한 상세 설명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시프트업이 처음 선보인 AAA급 콘솔 게임이다. 해당 판매가 4월부터 시작된 만큼 4~5월 스텔라 블레이드 판매량 정보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시프트업은 2차 정정안을 통해 스텔라 블레이드의 영업수익을 공개했다. 출시 기간이 8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적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톱20 순위까지 확장해 비교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판매수량은 기입하지 않았다. 출시 이후 다수의 국가에서 PlayStaion Network Store 판매량 기준 1위를 기록하고, 메타크리틱 사용자 평점 9.2을 기록했다는 정도의 지표만 제시했다.
관련해선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25일 직접 간담회를 열고 "(스텔라 블레이드 구체적인 판매 수량은) 고객사인 소니와의 계약 관계상 저희가 직접적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상징적인 수치를 이미 달성했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스텔라 블레이드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보단, 전 세계에서 유저층과 팬덤을 형성하며 브랜딩을 확실히 하는 것이 목표"라며 수익성이 밸류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당국은 2차 정정안에 재무정보 위험과 관련한 상세한 설명도 요구했다. 예컨대 월간활성이용자수(MAU)의 증가가 반드시 게임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라는 것이다. 게임, IT산업에서 통용되는 MAU 개념에 대해 생소할 수 있는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IB 관계자는 "사실상 시프트업 IPO는 니케 보단 스텔라블레이드에 밸류업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며 "당국도 이러한 관점에서 판매량을 요청했고, 앞서 넷마블, 펄어비스, 크래프톤 등 게임상장사들의 상장 후 주가 하락 패턴에 신중을 기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시프트업은 금감원 요청에 따라 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상장 일정을 미뤘다. 이달 3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27일까지로 연장해 진행했다.
희망공모가 범위는 기존과 동일한 4만7000~6만원으로 유지했다. 총 공모 주식 수는 725만주로 100% 신주다. 상단 기준 공모액은 4350억원, 시가총액은 약 3조481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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